그저 내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그만인 것을 주변을 왜 그렇게 살폈을까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인상 깊었던,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자랑할 만한 업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난 하루하루 버티기에 급급했던 20대였다. 주변을 보면 참 잘나가는 또래들이 많다. 회사를 차려 CEO가 된 아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이,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아이 등…. 친구들은 내게 말한다. 넌 참 흥미로운 아이라고. 유머러스하고, 인생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지. 어떻게 그런 일들이 너에게는 자주 일어나니?

 

그런 말을 들으면 난 내 발자국을 돌아본다. 분명 내가 생각해도 재미없는 사람은 아니고, 술자리나 커피 한 잔 하면서 친구들에게 늘어놓을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생색내며 한 보따리 풀어놓고, 하하하 웃고 나면 어느새 허공에 사라져버리고 없어질.

 

난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 소심해 보이지 않으려 목소리에 힘을 잔뜩 넣은 채 학창 시절을 보냈다. 스무 살 때는 재수를 했고, 고3 수능성적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성적을 받았다. 그리고는 내 생각엔 그저 그런 대학에 진학했다. 1년 뒤 입대해 무사하게 군대를 전역했고, 복학하기 전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각종 페스티벌을 전전하고 밤낮없이 놀기도 했다. 그러다 삶이 공허하다고 느끼게 됐다.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곁을 스치던 나날에 편입을 결심하고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다. 개성을 중시하며 천편일률적인 삶은 배척하고 싶었던 나인데, 결국 남들이 다 알아주는 대학에 가길 원하는 나를 마주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공허함의 원인을 학력으로 치부하고,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름 있는 대학에 가는 것이 인정받는 일이라고 내 유치함을 포장했다. 편입 공부를 할 땐 대학이 내 미래를 책임져주리라는 멍청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고 여차저차 갈아탄 대학교에서 정신없이 2년을 보낸 뒤 곧 졸업을 앞두고 있다.

 

며칠 뒤에 나는 스물아홉 살이 될 것이다. ‘서른’이라는 문은 이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먹고살 일을 구해야 하는 이 시점에 다시 편입 전에 느꼈던 공허함과 불안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있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 그때보다 더 커졌다.

 

예전의 나는 남들과 나를 비교하는 게 일과의 절반이었다. 그 비교의 마지막은 나보다 형편이 더 안 좋은 아이들을 보며 스스로 위로를 얻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잘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한 뒤 땅에 떨어진 자존감을, 나보다 더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웃음지으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달라지는 게 무엇이었을까. 그저 내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그만인 것을 주변을 왜 그렇게 살폈을까.

 

야구선수 중 ‘장꾸역’이라는 별명을 가진 투수가 있다. 그는 기복이 있는 편이고, 위력적인 투구를 하거나 화려한 방어율을 자랑하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6년 연속 10승 이상을 챙기며 팀에 분명 보탬이 되는 투수이다. 그러니까 ‘장꾸역’은 결과적으로 뭐가 어찌됐든 꾸역꾸역 던져서 기어코 승리를 챙긴다는 의미에서 생겨난 별명이다. ‘꾸역꾸역’이라는 어감이 나쁘게 들리는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화려한 겉면을 추구하다가 몰락할 바엔 차라리 눈에 띄지 않게 꾸역꾸역 자신의 길을 닦아가는 이들이 훨씬 멋진 삶일 수 있다.

 

비록 아직까지 박수 받을 만한 멋진 에피소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을 웃음 짓게 할 이야기는 많이 갖고 있다. 화려한 스펙은 없으나 막상 앞에 닥친 일은 어떻게든 해냈다. 지금까지 꾸역꾸역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9회 말까지 어떻게든 꾸역꾸역 공을 던지려 한다. 결국엔 승리투수가 되길 바란다. 그러면 그 때 커피 한 잔 하면서 여유 있게 말해야지. 나 이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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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은?

중2병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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