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정성스레 밥 말아먹었다. 재수할 용기가 나지 않아 점수 맞춰 들어온 학과 공부는 흥미가 갈 리 만무했다. 정처 없이 1학년을 보내고 나니 남은 건 버러지 같은 학점과 너덜너덜해진 간(肝) 뿐이었다.

 

이듬해 우연히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해양 관련 A 공기업에서 운영하는 기자단이었다. 어? 나 바다 좋아하고 글 쓰는 거 좋아하는데. 매우 단순한 계기로 지원서를 썼고 덜컥 합격을 해버렸다. 나니데스까? 제가요? 이후 나는 연달아 2개의 기자단 활동을 추가로 하면서 대외활동 찬양파로 거듭나게 됐다.

 

 

최근 대외활동이라 하면 기업이 대학생을 등쳐먹는다더라, 열정페이라더라 하는 흉흉한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4학년 복학을 앞둔 지금, 지난날을 돌아봤을 때 ‘대외활동’은 내 대학생활에 내려온 A++급 동아줄과도 같았다. 대외활동으로 덕 본 1인으로서, 지금부터 주관적인 경험에 비추어 ‘대외활동 해서 좋은 점’을 본격 영업해보려 한다.

 

 

 

1) 서울에 갈 구실이 생긴다

한양 땅이 무조건 최고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나를 둘러싼 평온하고 파동 없는 일상을 벗어나보고 싶었다. 한 달에 한번, 지역도 학과도 다른 대학생들과의 만남은 매번 내게 새로운 자극이었다.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각자 나아가는 길이 이렇게 다양했구나 싶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늘 생각이 많아졌다.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평소 발 디뎌볼 일 없는 곳에 간다는 건 새로운 기회와 만나는 일이다. 물론 활동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내 경우는 크고 작은 취재와 정기모임으로 전국을 누비며 색다른 장소에서의 색다른 나를 발견했다. 일상 속 나와는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자아를 찾아가는 데 있어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2) 뭘 좋아하는지 찾았다

막연히 ‘글을 쓸 때 즐거워서’ 시작한 첫 번째 기자단 활동에서 마감 날짜와 피드백(a.k.a 댓글)이란 것을 처음 접했다. 일기나 개인 블로그에 혼자 끄적이던 단계를 지나 내 글이 다수에게 읽히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니 확실히 글에 방향성이 생겼다. 가끔 글에 대한 칭찬을 받으면 다른 어떤 순간보다 들뜨고 설렜다.

 

누군가에겐 봉사단이, 누군가에겐 서포터즈나 마케터 활동이 비슷한 설렘을 안겨줄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책상 앞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진짜 나의 적성을 찾을 기회를 만나지 못한다. 혼자, 때로는 같이 낯선 장소에서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을 겪다 보면 몰랐던 재능과 흥미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3) 경력이란 것이 생겼다

내 나름의 원칙은 ‘둘 이상의 활동을 동시에 하지 않는 거였다. 여러 활동을 잘 소화하는 사례도 있지만 나는 내 집중력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이어달리기처럼 기자단 활동만 내리 세 번을 하고 나니 자연스레 ‘콘텐츠’의 개념을 배웠다. 내가 생각해온 ‘글’이 2D라면, ‘콘텐츠’는 3D였다. 내가 즐거워하는 글쓰기라는 수단으로 재미와 공감, 정보를 주는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기자단 활동을 통해 남긴 기획안, 아이디어 노트, 이름을 달고 나간 기사… 이력서를 쓰려고 보니 결국 이 모든 게 나의 경력이었다. 성격이 다른 활동일지라도 비슷할 것이다. ‘이력서 한 줄’만을 노리고 설렁설렁 임한 게 아니라면 무엇이든 남는다. 나름의 언어로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부터는 오롯이 나의 몫이지만.

 

 

 

4) 만나면 반갑게 인사할 친구들이 늘었다

활동이 끝나고도 연락을 이어가는 사이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가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함) 공통점이라고는 오로지 같은 활동에 지원한 같은 기수라는 점뿐인데, 생각해보면 이게 보통 인연인가!

 

평소 협소하고 깊은 인간관계에 만족하는(?) 편이었으나 70억 인구만큼 버라이어티한 인간군상과의 만남은 확실히 나를 변화시켰다. 피차 처음 만난 사인데 경계심을 풀고 먼저 다가서다 보니 소극적인 성격이 제법 개선된 것이다. 인연이 생기는 건 언제나 귀한 경험이다. 인사를 건넬 친구가 전국에 분포해있다는 건 귀하고도 흔치 않은 일이다.

 

 

단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었던 내게 대외활동을 정의하라면 ‘못 만났을 사람을 알게 되고, 못 가봤을 곳을 가게 되고, 못 해봤을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더 할 수 있고 배우게 된 것은 덤으로 따라왔을 뿐이다. 요즘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활동도 많다지만 또래 대학생끼리 같은 목표로 똘똘 뭉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외활동은 대학생활의 꽃이라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나는 더 많은 학생들이 대외활동에 도전해봤으면 한다. 학교 밖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기회의 신을 붙잡았으면 좋겠다.

 

 

illustrator liz

editor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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