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라’는 말이 언제부턴가 유행어가 됐다. 유행어의 단점은 쉽게 질린다는 것. 게다가 입에 자주 오르내릴수록, 말이란 진실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지금 젊은 우리 중 누가 나답게 살 수 있을까. ‘나답게 살라’는 말이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미움과 거부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답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그리고 얼마 전 이 두사람을 만났다. 두 사람은 얼마 전 리더가 됐고, 커밍아웃을 했다. 그들은 그들답게 살고 있었다. 자신을 미워하기도, 끝없이 사랑하기도 하면서.

 


 

 

리더가 되는 일, 쉽진 않았을 텐데 두 분은 어떻게 당선됐어요?

보미 신입생 때 술을 먹는데 제 목소리가 제일 컸어요. 선배들이 “쟤 과대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과대를 하다가 생활대학 학생회장이 됐고, 총학생회 활동을 하다가 이번에 회장이 됐어요. 차근차근.

예원 저도요. 술자리에 갔는데 제 목소리가 컸어요.(웃음) 운명적인 게 있나 봐요.

 

인터뷰에 그렇게 써도 돼요?

보미 아니요.(웃음) 학생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커밍아웃하고 당선한 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보미 저는 혼자 10년을 고민했고, ‘자기 긍정 단계’에 오기까진 1년이 걸렸는데요. 부모님에게도 단계가 있어요. 처음에는 놀라고 부정하다가 걱정하기 시작하세요. 그런데 제가 그 시간을 충분히 못 드렸어요. 그래서 인터뷰는 그만하기로 부모님과 약속했었죠.

 

이번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가 화제죠. 연장 투표 없는 선거는 18년만이라던데요.

보미 네. 전 지난 총학생회의 부회장이었고, 이번엔 회장이 됐어요. 지난 총학생회는 학내에서도 호응이 좋았어요. 열심히 일했거든요. 물론 제 커밍아웃으로 이슈가 된 것도 무시하진 못할 거예요. 학교 밖에서도 이번 선거에 관심을 보였으니까요.

 

커밍아웃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느냐는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보미 숨기고 있다가 뽑힌 다음에 “짜잔, 난 사실 성소수자지롱~” 이것도 기만일 거예요. 금기를 향한 도전이기도 했고요.제가 해온 일들과 해나갈 일에서, 레즈비언은 걸림돌이 아니라는 사실을 꼭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자기 자신 그대로를 긍정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선거 전의 연설, 경험에서 비롯한 얘기였어요? 자기를 긍정하지 못했던 날이 있었다든지.

보미 성소수자로서의 나를 인정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죠. ‘그냥 평범하게 살면 안 될까’…. 성소수자라면 한 번쯤은 같은 고민을 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게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에요. 사회가 만든 프레임 때문이라면, 프레임이 바뀌어야죠.

 

예원씨는 어땠어요?

예원 저는 ‘정체화’를 늦게 했어요. ‘정체화’는 자신을 깨닫고 인정하는 과정이에요. 전 줄곧 여자를 좋아하면서도 레즈비언은 아니라고 믿었어요. 사회가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에 심어 놓은 이미지를 갖기 싫었던 거예요. 그래서 21살에야 저를 받아들였어요. 보미 선배의 기조연설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죠. 나일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까요.

 

어느 순간에 그걸 느꼈죠?

예원 불편했어요. 동아리연합회에선 학생대표자 회의가 열리는데요. 다들 소속을 밝히면서 참석해요. 물론 성소수자 동아리는 밝히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죠. 보호받는 반면, 제 생각을 드러낼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어요.

 

한계점이 뭐예요?

예원 커밍아웃을 하고 나면 성 정체성이 저를 덮어버려요. 저를 설명하는 한 단어가 되어버리죠. 레즈비언임을 부정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이게 내 모든 걸 덮어버린다면, 소통에 장애가 되잖아요. 선입견을 갖고 대화를 시작하는 분들도 있고요.

 

공감해요. 물론 저는 같은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섣불리 말하긴 어렵지만요.

예원 방금 에디터님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누구나 겪는 일이에요. 모두 어느 부분에서는 ‘소수자’니까요. 그중에서도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가 잘 알려져 있을 뿐이에요. 저는 모든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서 동아리연합회 부회장 선거에 나갔어요.

 


 

 

두 분은 가장 개인적인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끌어 올렸어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예원 출마할 때 정책 자료집에 제일 먼저 들어가는 게 ‘출마의 변’이에요. 나의 정체성을 빼고는 왜 나왔는지를 설명할 수 없겠더라고요. 동아리연합회가 모두를 포용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가 되려면, 저 같은 성소수자가 제대로 일해야 할 것 같았어요.

 

예원씨가 커밍아웃을 고민할 때 보미씨가 도움을 많이 줬다고 들었어요. 예원씨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보미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해요. 특히 선례가 없어서 어려웠어요. 마이너스가 될지 플러스가 될지, 우리나라에서 이래도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조언을 구하러 다녔어요. 커밍아웃한 변호사님, 40대 레즈비언 분 등을 찾아갔죠.

 

두렵지는 않았어요?

보미 제 문제는 제가 감수할 일이지만, 총학 이미지를 깎아내릴까봐 걱정했어요.

예원 저도 그래요. 제가 짊어질 어려움은 각오했지만, 부모님과 주변 사람이 걱정됐어요.

보미 ‘걸팅’이라는 말이 있어요. 걸어 다니는 아웃팅. 너랑 있으면 내가 아웃팅을 당한다는 뜻이죠.

예원 보미 선배의 기조연설문 보고 울컥했어요. 특히 선배의 좌우명 보면서 힘을 얻었고요.

보미 언젠가 해야 할 일이면 지금 하고, 누군가 해야 할 일이면 내가 하자.

 

언젠간 우리 모두 아주머니가 될 거예요. 마흔 살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요?

보미 인권 분야에서 일할 것 같아요. 밤엔 친구들을 불러서 “야, 맥주 한잔하자”며 얘기를 나누겠죠. 그리고 애인과 보금자리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하고, 따뜻한 물로 샤워한 뒤에 푹 자겠죠.

예원 레즈비언으로 나이 들어가는 건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은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나중에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걱정돼요. 그래서 더 잘 살고 싶어요.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것,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할 수 있도록.

 


 

 

“평소에 듣기 불편했던 질문은 뭐예요?” “지금 애인 앞에서 전 애인 얘기 하는 거요.” 나도 같이 웃고 말았다. 나와 정말 똑같아서. 두 사람을 보내기 아쉬워서 근처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솔직한 사람들의 얼굴은 아무래도 다른 것 같다. 숨기는 게 없어서 개운하고 깨끗하다. 그들의 에너지와 솔직함이 그들을 지켜주기를.

 

Photographer_김재기

Reporter_임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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