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게으른가? 대부분의 인간은 게으르다. 적어도 내 주변에서 본인을 게으르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겸손일까, 진심일까. 아마 둘 다 일 거다.
하지만 게으르기란 보통일이 아니다. 먼저 성실한 사람들 틈바구니에 있어야 하고, 게으름을 피울만한 일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일벌레가 보내는 한심하다는 눈빛을 모른 채 할 수 있어야 한다. 고지식한 사람과의 대화는 피하는 게 좋다. 그런 사람은 당신과의 대화도 시간낭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빈둥거리기는 자칫 낭비처럼 보이지만 유쾌한 휴식을 제공하고,놀랍게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그렇다면 게으름이 왜 천대받는 걸까? 차근차근 알아보자.
우리는 어려서부터 게으름을 멀리하는 교육을 받았다. 엄마는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소 된다!”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건강 때문이라기보다 누우면 게을러진다고 믿으셨던 것 같다. 하지만 어린 나이였음에도 소가 된다는 상상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나에게 효과는 없었다. 아하하.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순식간에 천국이 된다.
근데 왜 하필 소일까?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라는 전래동화를 보자. 게으름뱅이가 일하기 싫어서 소를 사러 가는데, 한 노인을 만나 소 탈을 쓴다.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 게으름뱅이는 소로 변하고, 농부에게 팔려 여름 내내 밭에서 일을 하게 된다. 너무 힘들어 차라리 죽고 싶어 진 게으름뱅이는 ‘무를 먹으면 죽는다’는 말을 떠올리곤 자살을 시도한다. 그제야 탈이 벗겨져 사람으로 돌아오고, 과거를 뉘우쳐 성실 쟁이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다.
가벼운 동화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이 읽기에(사실은 나에게) 상당히 무서운 내용이다. 다 필요 없고 ‘근면해라’, 성실하지 않으면 ‘죽고 싶을 때까지’ 벌을 주겠다고 위협하는 경고물이었던 거다. 소 만들기 프로젝트는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되었던 걸지도 모른다.
밤늦게까지 불을 켜놓고 일하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는 세상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모든 행동은 흠이 된다. 방과 후 엔 영어학원, 주말에 시간 내어 각종 자기계발을 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여자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보다 ‘아, 나도 뭔갈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흔히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을 보고 ‘소처럼 일한다’고 한다. 산업사회에서 의문하지 않고 우직하게 일하는 소는 자본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재원이다. 당신은 몇 퍼센트 소인가?
믿기 어렵겠지만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게으르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공부 오래 하는 나라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가장 근면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성취도와 행복만족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근면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나 보다.
영국의 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이익을 가져오는 것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관념이 모든 것을 뒤바꿔버렸다.” 고 했다. 생각해보면 고기 먹고 힘내자는 말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신 맥주도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마취제다. 주말의 휴식마저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충전에 불과했다. 슬프지만 마냥 부정할 수 없다.
한국인은 1년에 2,124시간 일한다. OECD 회원국 중 3번째로 많으며 이는 최하위인 독일(1,371시간)보다 753시간이나 많다(2014년 기준). 이 이야기를 듣고 ‘1만 시간을 채우는데 5년도 걸리지 않는구먼, 어썸!’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헛구역질이 났다. 여권이 어딨더라…
프랑스는 야근을 안 좋게 보는 편이다. 한 예로 프랑스의 한 CEO가 야근하는 한국인을 혼낸 일이 있다. ‘일 더 해준다는데 왜 난리?’ 한국인은 의아했다. 하지만 프랑스 CEO에게 야근이란 ‘우리의 문화를 깨는 행위’이자. 나아가 ‘다른 사람의 편안한 휴식을 방해하는 행동’이었다. 이런 식의 근면은 미덕이 아니었던 거다.
무조건 독일 문화가 좋다는 게 아니다. 다만 충분한 여가, 게으를 수 있는 자유가 있다면 우리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생각해볼 만하다. 행복하게 사는 게 대다수의 목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과감하게 근면을 행복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우리는 너무 성실해서 하루아침에 게을러질 수 없다. 우선 과제가 완료되는 것에 상관없이 게으름은 아주 즐거운 일이란 걸 인지하자. 결과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약간 게을러서 문제가 커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스트레스도 받지 말자.
저널리스트 카르린 파시히(공교롭게 독일인)는 <무계획의 철학>에서 “우리의 목표는 최적의 순간에 올바른 일을 꼭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런 일은 예상보다 적다.”고 말했다. 그래, 많이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오버하지 말고 적당히, 적당히.
일이 진척되지 않을 때 약간의 나태는 생각을 환기시키는데도 유용하다. 점심시간 10분의 낮잠이 머리를 맑아지게 한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거다. 노련하게 게을러지자. ‘생산강박’을 물리치면 마음의 여유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지만, 이끼가 낀 돌은 예쁘다. 무조건적인 성실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거다. 폭신한 침대에 놓인 하얀 이불이 얼른 와서 누우라고 손짓한다. 애써 몸을 혹사시키기보다 안전한 이불 속에서 게으르기의 르네상스를 맞이하는 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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