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전문배우‘라는 말들을 많이 쓴다. 유독 형사 역으로 많이 나온다거나, 의사 역으로 많이 나온다거나, 기자 역으로 많이 나오는 배우들을 두고 쓰는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성격도 비슷하게 표현된다. 착한 역을 맡은 배우는 꾸준히 착한 역을 하고, 악역을 맡은 배우는 계속해서 악역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 선과 악을 넘나드는 배우들이 있다. 어떤 게 본 모습인지 모를 정도로 헷갈리는.

 

1. 남궁민

 

그런 악역이 있다. 등장만 해도 소름끼치고, 현실에 있을 것 같아서 무섭고, 제발 누가 나타나서 저 나쁜 놈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 <리멤버:아들의전쟁> 남규만이 딱 그렇다. 눈 하나 깜짝 않고 살인을 일삼는 그는 ‘악’ 그 자체다. 어딘가 제정신이 아닌듯한 눈빛과 일그러진 입꼬리까지, 남궁민은 남규만에 100% 빙의한 듯 하다. 심지어 평범하게 인터뷰를 해도 무서워보인다. (진짜 웃기만 하는데도 섬뜩하다)

 

그런데 남궁민은 원래 악역 전문배우가 아니었다. <냄새를 보는 소녀> 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전형적인 착한 캐릭터였다. 심지어 눈물도 많았고, 때로는 찌질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진짜 연기였나 싶지만 그는 분명 따뜻한 미소천사였다. 이번 작품이 끝나면 다시 착한 역할로 만날 수 있길. 안그럼 정말 나쁜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단말야.

 

2. 박해진

 

<치즈 인 더 트랩> 캐스팅 과정에서 유일하게 논란을 피해갔던 인물. 박해진은 누가 봐도 3D 유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꼭 닮은 외모는 둘째치고 유정의 (선악이 공존하는) 이중성을 누구보다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였기 때문.

 

“설아~”라며 부드러운 웃음을 지을 땐 그렇게 사람 좋아보일 수가 없다. 그런데 입가에 미소를 지우면 순식간에 싸늘한 표정으로 변한다. <별에서 온 그대>의 순수 짝사랑남 휘경과 <나쁜 녀석들>의 천재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정문이 같은 인물이라는 게 놀랍기만 하다.

 

3. 유아인

 

유아인은 진심으로 때론 여우같고 괴물 같은 배우다. 그리고 어떤 순간엔 참으로 순수하고, 어떤 순간엔 가장 악랄하다. 그는 데뷔 초부터 대부분 가난한 역할을 맡아 왔다. 욱하는 성질은 있지만 본성 자체는 착하고 순박한 캐릭터였다. 특히 <밀회>에서는 약간 모자란가 싶을 정도로 순진한 면모를 보였다.

 

그런 그가 2015년 대한민국 영화계를 발칵 뒤집었다. <베테랑>을 통해 재벌 2세 조태오로 완벽 변신한 것. 배역이 바뀌자 옷차림은 물론 표정과 말투까지 완벽한 조태오로 변했다. 미간의 주름은 펴질 줄 몰랐고, 선하던 눈에는 광기가 어렸다. 유아인, 대체 정체가 뭐야? 어이가 없네.

 

4. 박보검

 

<응답하라 1988>은 막을 내렸지만, 쌍문동 택이의 인기는 이제 시작인 듯 싶다. 뽀얀 얼굴에 오밀조밀 잘생긴 이목구비는 여심을 사로잡기에 부족할 게 1%도 없었다. 웃는 모습을 보면 엄마 미소가 지어지고, 눈물 지으면 안타까웠다. 박보검을 보면 드는 키워드는 딱 하나. ‘순수’였다.

 

그런데 그에게 이런 반전 얼굴이 숨어있을줄이야. <너를 기억해>에서 변호사 정선호 역을 맡은 박보검은 소름끼치는 두 얼굴을 보여줬다. 해맑은 웃음 뒤 무표정의 박보검은 냉기가 철철 흘렀다. 하긴 순수청년이면 어떻고 사이코패스면 어떠랴. 잘생긴 건 변함 없는걸…♥

 

5. 유연석

 

유연석이 <응답하라 1994> 칠봉이로 큰 인기를 얻었을 때, 친구가 유연석이 너무 좋다며 칭찬을 늘어놓았었다. 한창 얘기를 하다 그가 <늑대소년>의 양아치였다는 말을 하자 순간 친구의 동공이 심각하게 흔들렸다. 덧붙여 <건축학개론>의 못된 선배였다는 말을 잇자 친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위에 등장한 배우들이 대부분 선한 역부터 시작해 악역으로 연기 변신을 꾀했다면 유연석은 그 반대다. 악역으로 점차 인지도를 올렸고, <응답하라 1994>와 <멘도롱 또똣>에서 착한 남자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개인적으로 악역을 맡으면 정말 너무너무 비열해보여서 앞으로도 착한 역만 해줬으면 싶다.

 

6. 김고은

 

영화 <은교>를 봤을 때, 어쩜 저렇게 맑은 소녀가 있을까 싶었다. 김고은은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돋보이는 배우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선택한 차기작은 놀랍게도 <몬스터>. 살인마와 대적할만한, 이른바 ‘미친년’으로 등장한다.

 

70세 할아버지의 마음까지 훔칠 정도로 깨끗하고 순진했던 그녀가, 칼 한자루를 쥐고 온 몸이 흙투성이가 되어 뛰어다니는 꼴이라니. 그것만으로도 김고은에 대한 이미지는 와장창 무너졌다. 그리고 지금은 <치즈인터트랩>에서 자신만의 홍설을 창조하며 열심히 선방하는 중.

 

7. 박세영

 

주말 밤 10시만 되면 어김없이 안방극장에 찾아와 발암률을 높이는 <내딸 금사월>의 오혜상. 표독스러운 눈빛과 표정, 말투로 주말 드라마 애청자인 어머니들의 공공의 적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내딸 금사월> 전작인 <기분좋은날>에서는 어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정다정 역을 맡았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꿋꿋한 캔디 역할이었었다. 대체 정다정에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금은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악행을 일삼고 있는걸까.

 

8. 이일화

 

국민엄마 김혜자 선생님 뒤를 이을 우리의 영원한 엄마 이일화.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손 크고 푸근한 엄마로 등장,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화 엄마가 아프면 괜히 마음이 쓰였고, 일화 엄마가 울면 같이 눈물이 나왔더랬다.

 

그런데 그런 일화 엄마가 사실은 어마어마한 사람이었다고!! <가족의 비밀>에서 그녀는 180도 다른 분위기를 선보였다. 대기업 이사로 온 몸에 명품을 휘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손에 넣는 인물. 아니 머리, 화장, 옷차림만 바뀌었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나?

 

9. 박소담

 

2015년 하반기, “너희들이 미웠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유행어를 양산했던 마르바스를 기억하는가. 그리고 그걸 연기했던 박소담이 마르바스만 몸에서 나오면 사실 굉장히 사랑스러운 소녀라는 사실도 아는가.

 

김고은과 닮은꼴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그녀는 엄청나게 예쁜 얼굴이 아님에도 굉장히 매력있고 아름답다. 함께 연기를 했던 유아인이 “성형하지 말고 계속 그 모습 그대로 또 보자”고 했다는데, 앞으로 쭉 그러길 바란다.

 

10. 이영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동안 연예 활동을 접었음에도 이영애는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는 참하고 단정한 이미지로 박혀 있는 데 그 이유는 <대장금>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영애의 명대사를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너나 잘하세요”를 외칠 것이다. 전에 없던 짙은 아이셰도우와 잔인한 방법으로 복수극을 펼치는 그녀에게서는 장금이의 모습을 단 1도 볼 수 없었다. 변치 않는 건 아름다운 미모 뿐.

 

 

Intern 정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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