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오만과 편견>의 제목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거에요. 이 소설을 인생 소설로 꼽는 친구들도 꽤 있고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겐 제목만 익숙하지 사실 읽어 보진 않은 책에 불과할 겁니다.
<오만과 편견>은 오만한 남자와 편견에 사로잡힌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연애 소설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요. 어렵고 딱딱한 고전인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 보니 말랑말랑한 로맨스 소설인 거죠.
하나 덧붙이자면 <오만과 편견>을 연애 소설이라고 정의 한다고 해서, 이 소설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한 사람의 가치관은 사랑을 할 때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거든요. 로맨스 속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고, 이는 결코 단순 오락으로 볼 수 없는 의미 있는 과정이에요. 특히나 <오만과 편견>처럼 사랑에 빠졌을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 소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죠.
이 소설은 2005년도에 영화화 되기도 했는데요, 여자 주인공 엘리자베스역은 그 유명한 ‘키이라 나이틀리’가 맡았어요. 엘리자베스는 딸만 다섯인 변변찮은 가문의 둘째 딸입니다. 그녀는 명랑하고 씩씩해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요. 고분고분하고 얌전한 숙녀와는 거리가 멀죠.
돈 많고 집안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그 시대 여자들과는 다르게, 엘리자베스는 돈만 밝히는 결혼을 혐오하고, 사랑을 중요시 했던 신여성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이런 캐릭터가 흔하지만 작품의 시대적 배경(19세기 유럽)을 생각해 보면 꽤나 특별한 여자에요.
우리의 남자 주인공 다아시도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입니다. 거만하고 까다로운 부잣집 도련님을 보고 있자니,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나,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이 떠올라요.
사실 이건 사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요새 볼 수 있는 로맨스물들은 <오만과 편견>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많거든요.
불의를 참지 못하는 캔디형 여주와 오만방자한 남주. 이들의 첫 만남은 모두가 예상하듯 순탄치 않습니다. 둘은 엘리자베스가 사는 마을의 무도회장에서 처음 만납니다. 지방에 있는 친구의 별장에 놀러 온 다아시는 무도회장에 억지로 끌려 온 상태에요. 그는 낯을 심하게 가리거든요. 낯선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이 어려워 입을 꾹 다물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여자들과 춤도 추지 않고요. 이런 다아시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그를 오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엔 돈이 많으니 가난한 지방 사람들을 무시할 것이라는 편견이 크게 작용하죠.
결정적으로 다아시가 엘리자베스를 향해 “그럭저럭 예쁘긴 하지만, 함께 춤을 추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걸 엘리자베스 본인이 들어버리는 바람에 둘의 사이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집니다. 그녀는 자신의 자존심을 짓밟은 그를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반전은, 첫만남에서 다아시를 증오하게 된 엘리자베스와는 반대로 다아시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다는 거에요. 그녀의 건강한 가치관이나 자신감에 찬 눈에 마음을 빼앗겨 버리죠. 그는 이후 꾸준히 나름의 방식으로 호감을 표현합니다.
뜻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계속 쳐다본다던가, 일부러 찾아와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다가 돌아간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아마 다아시가 잘생기지 않았더라면 이런 방식의 구애는 절대로 통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쯤 오면 우리는 제목의 의미를 눈치챌 수 있습니다. 제목은 오만한 다아시와 그를 편견으로 판단하는 엘리자베스를 뜻하는 거에요.
<오만과 편견>은 돈 많은 남자가 예쁜 여자에게 반해 결혼하는 단순한 구조의 서사가 아닙니다. 두 남녀가 치열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그들 사이에 놓인 큰 장애물, 오만 그리고 편견을 타파하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이야기입니다.
코너의 첫 부분에서 ‘사랑 이야기는 결국 사람 이야기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이 소설은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인간의 오만함과 편견이 얼마나 부질없이 깨어질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어요.
극 초반을 보면 다아시는 뼛속부터 오만합니다. 심지어 고백도 오만하게 해요. 아니 세상에 청혼하면서 “너와 결혼하는 건 온 집안의 수치지만, 지금 내가 잠깐 미쳤으니 나와 결혼하자!”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헌신적으로 변해 가는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감동적입니다.
<오만과편견>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다아시를 멋진 남자로 기억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그런 식으로 사랑의 감정보다 자존심을 앞세운 청혼을 하고도 자신이 뭘 잘못했냐며 따지던 사람이 극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이렇게 말할 정도로 변하거든요.
엘리자베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편적인 사건과 근거 없는 뜬소문만 가지고, 편견을 만들어 한 사람을 증오했던 엘리자베스는 후에 그와 사랑에 빠지고, 이전에 했던 어리석은 행동들을 후회해요.
<오만과 편견>은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져 가는 주인공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소설입니다. 그들을 통해 우리는 ‘이것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삶의 가치’들이 너무나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저는 이것을 보면서 왜 우리가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고민해야 하는지 실감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만과 편견에 빠진 꼴을 면치 못할 테니까요.
방학을 맞아 책이나 한 번 읽어보려는 사람에게 추천 드립니다. 연애 소설 읽듯 가벼운 마음으로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 내면의 위선이나 나약함까지 꿰뚫어 볼 수 있을 거예요.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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