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준비할 노트북 중 가성비가 좋은 것들을 골라봤다.

 

구형이지만 꽤 쓸만한 2015년형 5세대 코어 프로세서 위주, 주로 128GB SSD를 달아 성능에 큰 문제가 없는 것들이다. 가격은 대부분 60만 원 이하. 20~30만 원짜리 노트북도 있지만 수명이 오래가지 않으니 이 정도는 투자하도록 하자.

 

코넥티아 BOOK AIR “가성비 깡패”

수줍게 적힌 그 이름 BOOK AIR

 

가성비 시장에서 오랫동안 에이수스(아수스)가 왕좌를 차지한 적이 있었다. 이후엔 ‘인민 에어’를 만들어낸 한성컴퓨터였다. 그러나 2016년 현재 가성비의 황제는 성우모바일이다. 성우모바일은 맥북 에어 같은 기기를 맥북 에어 반 값에 내놓는 미친 회사다.

 

성우모바일의 코넥티아 북 에어는 시각이 예민한 이가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수준으로 맥북 에어를 빼다 박은 제품이다. 인민 에어보다 더 비슷하다. 너무 비슷해서 USB 포트 수까지 맥북 에어와 똑같이 적다. 맥북 에어는 사용하다 보면 팜 레스트(노트북에 손목을 올리는 지점) 부분이 지나치게 얇아 손목에 칼자국이 생기곤 하는데 이것마저 똑같다. 화면 크기? 똑같다. 충전 어댑터만 다르다.

 

스펙 역시 인텔 코어 i5-5세대(브로드웰) 사용으로 부족하지 않다. 해상도는 맥북 에어는 물론이고 동급 모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풀 HD(1,920X1,080). 무게는 1.39kg으로 역시 맥북 에어와 비슷하다.

 

유일한 단점 역시 맥북 에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예전 맥북 에어를 잠깐 쓴 적이 있었는데, 맥북 에어로 작업하던 내 앞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인민 에어를 꺼낸 적이 있다. 나는 보았다. 그 친구의 손 끝과 표정에서 느껴지는 강한 부끄러움을.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을. 그 절망감을. 그 친구는 이후로도 카페에서 만나기를 꺼렸다. 맥북 에어가 뭔데 친구까지 잃어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당당하라. 성우모바일은 곧 당당해질 회사다. 인민 에어는 별이 자랑스럽게 달려 있었지만 코넥티아 북 에어에는 콘돔 모양의 로고만 달려 있을 뿐이다. 섹시하다. 출시 가격은 549,000원이며 이 정도 스펙이면 한두달은 가격이 안 떨어진다.

 

HP 파빌리온 13-B216TU “안정감”

HP 실제로 보면 의외로 안 두껍다

 

예전 HP는 세계에서 노트북을 가장 많이 파는 회사였다. 미국 대학생들이 가장 즐겨 쓰는 브랜드기도 했다. 현재는 1위의 자리를 내놓긴 했으나 여전히 상위권에 있는 업체기도 하다. 즉, PC 제조에 대한 노하우가 뛰어나다. HP의 파빌리온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믿음직한 브랜드이며, 맥북 에어와 닮지도 않았다. 그리고 저가 노트북도 고급스럽게 만든다. 콘돔 에어가 싫다면 이 제품을 추천한다.

 

해상도는 북 에어보다 부족하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1,366X768 수준이며 이 정도로는 HD 영상을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넷플릭스 앤 칠(netflix and chill)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훌륭한 AS와 방문 접수도 된다.

 

프로세서의 경우 북 에어보다 약간 떨어지는 i3를 사용했다. 장점이라면 눈부심방지 옵션, USB를 엄마개처럼 주렁주렁 달 수 있는 대량의 포트 수, 그럼에도 깔끔한 디자인 등이다.

 

파빌리온은 그런 느낌이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공부 잘하는 대학생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살고 있다가, 갑자기 중국 유학생이 자본력을 앞세워 과외를 받고 공부를 하고 미국인을 흉내 내는 걸 보고 당황하다 그래도 자신만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정도. 딱 그 정도의 느낌. 다만 보안 문제 등에 있어선 확실히 중국 제품보다 안전해 보이는 건 있다. 실제로는 중국 제품이 다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그냥 안심이 된다. 가격은 약 52~61만 원 수준.

 

레노버 G40-80-80E40023KR “잘생긴 도둑”

고급진 편이지만 약간 아재스러움

 

현재 노트북의 왕은 레노버다. 레노버는 물론 중국 회사지만 IBM의 유전자를 받은 미국계 중국인이다. 레노버는 중국 내에서만 가장 큰 업체였지만, IBM의 PC 제조 부문을 인수하며 기술력 역시 확실한 회사로 변했다. 본사도 미국에 있다.

 

레노버가 믿을만한 회사인 이유는 IBM이 만들던 씽크패드 브랜드 덕분이다. 예전의 명품 노트북은 주로 맥북, 씽크패드, 바이오 세 가지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소니의 바이오가 쇄락의 길을 걸었다. 그렇다. 망했다. 맥북은 여전히 승승장구 중이며 ‘빨콩(트랙포인터)’으로 유명한 씽크패드는 여전하다. 무겁고 투박하지만 성능은 확실하며, 레노버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세계 최고급이라 보안 문제 등에서도 자유롭다. 이 세 제품을 보면 미국, 일본, 중국 3국의 흥망성쇠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하드웨어는 북 에어와 같은 브로드웰 i5를 사용했으며, 화면 크기는 다른 제품보다 조금 큰 14인치이나 지원 해상도가 HP와 같은 1,366X768이다. 문제는 무게다. 이 제품은 기본으로 SSD가 아닌 HDD를 사용해 무게가 2.2kg에 육박한다. 주로 2kg이 넘어가면 등골이 휘고 지하철에서 백팩으로 사람들을 패고 다니기 마련이다. 대신 그럭저럭 쓸만한 그래픽카드(GPU)를 탑재해 오늘 설명할 모든 제품 중 유일하게 게임을 좀 돌릴 수 있다. 와우나 GTA 같은 건 그냥 포기하자. 대신 위닝(PES) 정도는 그럭저럭 가능하다. 낮은 옵션으로는. 기억하자. 이것은 가성비 노트북이다.

 

레노버의 유일한 문제라면 보안인데, 지난해 초반 인터넷할 때 발생하는 정보를 가로채 광고를 띄우는 악성코드를 탑재했다가 덜미를 잡혔고, 레노버는 이를 인정하고 삭제 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현재 출고되는 제품에는 해당 악성코드가 깔려있지 않지만 왠지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가격은 53~61만 원 수준.

 

한성컴퓨터 U35S ForceRecon 3354 “삼성 에어”

S를 지우고 H를 쓴 느낌

 

인민 에어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한성컴퓨터의 U35S 제품은 왠지 삼성 느낌이 나는 제품이다. 역시 한성컴퓨터는 ~느낌이 나는 제품을 잘 만든다.

 

북 에어를 제외한다면 동급 제품 중 가장 스펙이 뛰어나다. 인민 에어 등의 흥행으로 인해 AS센터 역시 많이 발전했다. 프로세서는 북 에어와 같은 브로드웰 i5를 활용했고 해상도는 북 에어보다 준수한 1,600X900이며, 포트 수 역시 부족하지 않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라면 무게다. 1.3kg으로 가성비 좋은 제품 중 가장 가볍다. 동시에 별을 제거한 것이 만족스럽다. 별이 찬란하게 빛나는 인민 에어를 쓰다 보면 김정은에게 충성해야 할 것 같고 노트북에 핵 발사 버튼이 달려있을 거 같은 느낌이었다. 이 제품의 로고 처리는 좌측 중앙 레터링으로 딱 삼성 스타일이다. 마감 역시 금속으로 고급스럽게 처리한 게 강남역 지하에서 많이 보던 비주얼. 열였을 때는 삼성보다는 에이수스 느낌이 난다.

 

크기의 경우 맥북 에어(두꺼운 부분 17mm)보다는 약간 두꺼운 22mm다. 하드디스크 탑재 옵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드디스크를 탑재하고 저 정도로 얇은 제품은 드물다. 맥북 같은 느낌이 아니라 삼성 같은 느낌을 선호한다면 이 제품으로 가도록 하자.

 

한성컴퓨터 제품은 다 좋은데 전원이 안 켜지는 제품이 가끔 있으니 꼭 켜보고 구매하길 바란다. 가격은 54만 원~62만 원.

 

삼성전자 노트북9 Lite NT910S3P-K38S “아재용 노트북”

가죽 느낌 플라스틱은 왜 만드는 걸까

 

사실상 가성비 면에서는 삼성은 그렇게 좋은 브랜드는 아니다. 위의 제품들 중 프로세서가 가장 떨어지며(브로드웰 13) 배터리도 별로다. 해상도(풀HD)와 램(8GB)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뒤처지고 가격도 다른 제품보다 10만 원 정도 비싸다. 배터리 수명도 주로 5시간 이하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외관이 아재스러운 이상한 플라스틱(악어가죽 삘)을 쓴 것이 정말 이상하다. 그러나 무게의 경우 확실한 강점이 있는 1.34kg이고, 안전하다. 삼성이 만들었고, 집 앞 스타벅스처럼 AS 센터를 편하게 들를 수 있다.

 

기억해보자. 가성비 좋은 제품은 언젠간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이때 택배를 보내거나 용산을 찾아가는 등의 수고가 싫다면 해답은 삼성 아니면 LG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안전하고 편안한 것이 삼성의 저가 제품들이다. 10만 원의 여유가 있고 본인이 아재스타일에 민감하지 않다면 이 제품은 꽤 온당한 선택지가 된다. 가격은 약 68~73만 원.

 

중고 맥북 에어 “그래도 비싸다”

맥북 에어와 북 에어 구분법 : 충전단자

 

이 글에 앞서 밝히건대 나는 앱등이가 아니다. 맥북 에어를 추천하는 이유는 맥북의 성능 관리 시스템과 중고가 방어 때문이다. 맥북은 OS 운용이 윈도우보다 가벼운 편이라 이상한 프로그램을 많이 깔지 않는다면 몇 년 된 제품이라도 특별히 느려지지는 않는다. 동시에 신제품과 구형 제품의 외관 차이가 크지 않아 중고를 구매해도 새 것 같은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전 맥북은 MS 오피스나 한글 등의 소프트웨어가 불편했으나 현재는 딱히 그렇지도 않다. 오피스는 발전을 거듭해 윈도우 버전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으며, 한글 제품도 거의 동일하게 사용 가능하다. 문제는 인터넷 뱅킹, 쇼핑몰 사용 등이다. 맥북을 쓰려면 이걸 포기하거나 맥북에 윈도우를 깔아야 한다. 패러렐즈 등 가상으로 윈도우를 돌리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자. 맥 OS X은 처음에 접근하긴 어려우나 적응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덜하다. 다만 게임은 거의 아무것도 못한다고 보면 된다.

 

추천 제품은 13인치 기준 2013 mid 이후 제품으로 브로드웰보다 전 세대 프로세서(하스웰) 정도면 문서작업이나 웹서핑에 큰 문제가 없고 배터리 활용 시간도 비슷하다. 가격은 중고지만 앞서 말한 제품보다 비싼 70~80만 원 대. 되파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괜찮다. 중고나라, 번개장터, 셀잇(withsellit.com)에서 구할 수 있는데, 배터리 사이클을 꼭 확인하자. 1,000회 정도가 최고이니 200회 미만으로 구매하는 것이 제일 좋다. 1,000번이 넘으면 배터리를 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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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갑 노트북 6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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