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좋은 경험을 알리고 싶어 한다. 해외여행 다녀온 친구가 “태국 진짜 좋아. 태국만 한 데가 없어.” 하거나 재수생이 “재수를 안 한 것들은 인생은 모른다니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 경우엔 책이 그렇다.

 

사는 게 힘들어 이민 가고 싶다는 친구에게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이 있어. 딱 니 상황이랑 비슷하네 읽어봐.” 하는 식이다. “이 새끼가…”라고 낮게 읊조리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취향을 권유할 때는 상대의 분위기를 잘 살펴야 한다. 여하튼 나는 책이 좋고, 독서 인구가 펑펑 늘길 바라는 사람이다.

 

독서가 여러모로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식을 쉽게 훔칠 수 있다거나, 삶의 지혜가 생긴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뭔가 모호한 느낌이다. 독알못을 위해 일일이 설명을 하자면 독서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성비가 쩐다. 샤오미급이다.

 

가성비 갑인 샤오미 배터리와 가격만 비슷한 게 아니다

 

단 돈 만원으로 서너 시간, 길게는 2주 이상을 재밌게 보낼 수 있다. <좁은문>의 저자 앙드레 지드는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저자와 함께 15일 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재밌는 책을 골라야 한다는 게 문제지만 이것만 해결하면 된다. 나는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 불리는 군대도 책으로 버텨냈다.

 

둘째, 책을 손에 들기만 해도 생각이 모인다

 

펴자마자 이만큼 모인다

 

글자가 각막을 뚫지 못해도 머리는 계속 돌아간다. 생각을 모으는 원기옥이랄까.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냐고 주변 사람에게 물으면 “독서 중에 떠오른다.”는 대답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셋째, 한글에 익숙해진다.

 

아무리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한글

 

“한국인이 한글에 익숙한 건 당연한 거 아니냐!” 하겠지만 당연하지 않다. 글을 보면 볼수록 익숙해지고 읽는 속도도 빨라진다. 무엇보다 좋은 건 책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거다. 책과 한 몸이 되는 경지가 되면 시험기간에 공부가 더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미안. 공부는 그냥 버티면서 해야지 뭐. 그래도 도움되는 건 사실이다.

 

넷째, 책 읽는 사람은 섹시하다.

 

섹시해…

 

말이 필요 없는 북시크.

책에 절로 손이 간다.

 

자, 이렇게 책이 좋은 이유를 알아 봤다…만 역시나 책을 읽는 건 쉽지 않다. 이왕 독서를 조장하는 김에, 독서 초보자들을 위해 손쉽게 책 읽는 노하우를 4가지 단계로 나눠봤다. 이대로만 하면 책이 전혀 무섭지 않을 거다.

 

1단계 –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골라라

 

독서가 뭐야, 먹는 거야?

 

당신이 책을 기피하는 건 독서의 목적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학습’과 ‘자기계발’을 위해 책을 읽는 건 아니다. 강박을 버리고 재밌는 책부터 읽자. 자기계발서나 딱딱한 전공서적보다 쉽고 재미있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자극을 받는 경우가 많다. 쉽게 시작하자.

 

2단계 – 책을 손에 들고 집을 나서라

 

‘통근할 때 책 읽어야지’하는 생각을 한 번쯤은 했다면 손에 책을 들고 나가라. 가방에 넣어도 안 된다. ‘절대 꺼내지 않겠다’는 거역하기 힘든 의지가 생긴다. 손에 책이 쥐어져 있다면 ‘으악, 지각이다. 얼른 가야겠어. 간신히 버스는 탔고… 어, 손에 책이 있네? 읽어야겠다.’라는 식으로 의식이 흘러간다. 진짜다. 마법에 걸린 듯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지금 이 글도 읽고 있잖아?

 

3단계 – 일단 펴 놔라

 

뇌를 100% 깨운 브래들리 쿠퍼가 언젠가 봤던 지식으로 책을 쓰고 있다. / 영화 <리미트리스>

 

뇌는 한 번 본 것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방대한 창고에 저장될 뿐 잘 끄집어내지 못하는 게 문제다. 책을 펴 놓으면 어쩔 수 없이 텍스트에 눈이 가기 마련이다. 넌 펴놓기만 해. 읽는 건 눈이 하고, 기억은 뇌가 할 테니.

 

4단계 – 반 만 읽는다고 생각해라

 

책을 이것 저것 보면 바쁜 현대인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어려운 책도 있고 쉬운 책도 있다. 펴 놓은 책이 안 읽히면 다른 책을 읽는 게 낫다. 한 권을 계속 읽을 수 없다면 여러 권을 펴 놓아도 좋다. 실제로 10권을 동시에 읽으라는 ‘초병렬 독서법’도 있다. 소설처럼 흐름이 있다면 줄줄 읽히겠지만, 대부분의 책은 마지막 책장까지 읽기가 쉽지 않다. 다 읽지 않아도 된다. 다 읽어야만 할 만큼 좋은 책이 생각보다 많지도 않다.

 

책 읽기에 대해 이렇게 길게 써놓고 나니 “너 때문에 책이 더 싫어졌다!”는 말이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생각은 당신이 오만하다는 증거다! 소설가 김영하는 산문집 <읽다>에서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는 오만(휴브리스)과의 투쟁일 겁니다.” 고 했다. 자, 얼른 책을 읽자. 오만을 줄여 사만, 삼만이 될 때까지! 휘리릭.

 

 

 

+ 부록) 술술 읽히는 책 3 선

안 읽히는 책 때문에 고통받는 당신을 위한 추천 도서.

 

1.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이석원 / 그 책

 

롤 마이가 타워 밀듯이 술술 읽힌다

 

산문집이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 세밀한 묘사까지 더해 흡사 소설을 보는 느낌을 준다. 몽글몽글한 필력 덕에 읽는데 큰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 미끄러지듯 읽히는 글이라니 누구라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 문학동네

 

새벽 세시가 되어도 못 놓는 책

 

독일의 베스트셀러로 책 전체가 이메일 대화로만 구성된 독특한 소설이다. 카톡 대화 훔쳐보는 느낌이라 흡인력이 대단하다. 재밌는 점은 둘이 만났을 때 상황이 소설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메일 대화로 추측해야 한다.

 

3. 눕기의 기술 – 베른트 브루너 / 현암사

 

책 표지를 펼치면 재밌는 포스터가 된다

 

눕기에 대한 모든 지침서. 인생의 3분의 1을 누워 지낸다는 말로 시작하여 누워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눕기 하나로 자본주의를 조롱하고 수평적 삶까지 논하는 대단한 작품. 문체가 상당히 위트 있어서 보는 내내 웃음이 나는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세련된 눕기 찬양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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