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제목은 매력적인데 어려워 보여

이번 주 소설은 밀란 쿤데라 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입니다. 이 작품은 20세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요. 하지만 첫 문장을 읽는 순간 혼란에 빠져 책을 덮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영원한 회기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라니…

 

첫 장부터 책 읽기에 어려움을 느꼈다면 그 페이지는 건너뛰고, 1부 3장부터 다시 읽기를 권합니다. 이 책이 난해한 이유는 철학, 사랑, 정치등 삶을 좌지우지하는 온갖 무거운 문제가 몽땅 들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직접 읽어본 결과 어려운 부분은 쓱쓱 건너뛰어도 일단 책을 완독하는데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넘어간 부분은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갈 거에요.)

 

게다가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어떤 사람이 읽어도 무조건 마음에 드는 구절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일명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어 봤어’랄까.


 

1.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소설가 김중혁은 20대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생각하고 영향받는 여러 요소에 관한 고민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으니, 그걸 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을 얼마나 큰 비중으로 놓고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다”고요.

 

앞서 말했듯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광범위한 분야의 문제들이 담겨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해요.

 

밀란 쿤데라의 예리한 통찰은 사랑할 때 우리가 하는 생각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나는 왜 한 사람을 오래 만나지 못하는지. 그 사람의 행동이 왜 그렇게 싫은 건지.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찜찜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줘요. 


 

2. 인간은 오직 한 번밖에 살지 못 한다

작품에는 삶의 태도가 극단적으로 다른 네 남녀가 등장합니다. 극단적으로 자유로워서 200명이 넘는 여자와 잠자리를 갖거나, 극단적으로 정직해서 자신의 외도 사실을 아내에게 당당하게 이야길 한다거나. 그런 식이죠.

 

밀란 쿤데라는 “내 소설의 인물들은 실현되지 않은 나 자신의 가능성이다.”라고 말하는데요. 사실 우리 마음속에도 이런 극단적인 모습이 조금씩 있어요. 다만 그걸 그대로 표출하면 뭔가 크게 잘못될 것 같아서 그러지 않을 뿐이죠.

 

삶이 두 번 반복된다면, 한 번은 자유롭고 방탕하게. 남은 한 번은 안정적이고 모범적으로 살아 볼 수 있을 겁니다. 둘 중 뭐가 더 좋은지 해보면 알 수 있겠죠.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 합니다. 인간은 오직 한 번밖에 살지 못하니까요.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알 길이 없는 거에요.


 

3. 가벼운 사랑 vs 무거운 사랑

이 작품은 읽을 때마다 감정 이입되는 대상이 달라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신기하게도 공감 가는 사람이 달라져요.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비나에게 감정 이입을 했습니다. 한 사람과 공개 연애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허리가 휘는 느낌’이 들 만큼 어디에도 구속되고 싶지 않던 시절이었거든요. 재밌게도 이번 독서에서는 정반대의 캐릭터인 쿠크다스 멘탈의 운명론자 테레자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사랑이 자신을 구원해 줄 거라고 믿는 점이 닮았다고 생각했죠.

 

어떤 인물에 감정 이입을 하며 읽을 것인가. 이것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는 하나의 재미 요소입니다. 네 명의 캐릭터를 보며 어떤 스타일의 사랑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 볼 수 있겠죠.


 

4. 안 맞을 게 뻔한 사랑, 시작해도 될까?

바람둥이 의사 토마시와 시골의 웨이트리스 테레자는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낍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해도 될까 고민 중이에요. 하지만 그 둘은 서로 안 맞을 것이 뻔합니다. 우리의 토마시는 구속 당하는 건 딱 질색이고, 테레자는 사랑이 자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라 믿거든요.

 

둘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의 예상대로 얼마 못 가 헤어지게 될까요? 아니면 서로를 운명의 상대라 믿으며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맞춰 나갈까요.


 

5. 우연을 믿는 남자, 운명의 여자를 만나다

토마시는 여자와 잠(sex)은 자지만 절대로 잠(sleep)은 자지 않는 남자였습니다. 잠(sex)은 수많은 여자와 잘 수 있지만, 잠(sleep)은 한 여자와 자야 하기 때문이죠. 그는 사랑을 우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명을 믿는 여자 테레자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토마시는 테레자에게 동반 수면의 욕구(sleep)를 느낍니다. 아기 같은 그녀를 자신이 꼭 돌봐주어야만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죠. 책임, 의무, 운명. 이런 단어는 토마시와는 거리가 먼 단어였는데 테레자를 만나고 난 후, 그에게 변화가 생긴 겁니다. 두 사람은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이렇게 토마시가 변함으로써 두 사람이 영원히 행복했으면 좋았겠지만, 알다시피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토마시는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요. 그녀와 결혼한 뒤에도 그는 여전히 다른 여자들을 ‘가볍게’ 만나고 다닙니다. 하지만 그의 외도가 테레자를 괴롭게 한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무겁죠’. 다른 여자와 관계를 하면서도 테레자를 떠올리는 그의 모습은 모순적입니다.


 

6. 매사에 심각한 여자, 가벼운 남자를 만나다

테레자는 세상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매사를 비극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녀가 육체적 사랑의 가벼움을 추구하는 토마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테레자는 매일 밤 악몽을 꿉니다.

 

오지 않는 토마시를 기다리며 흙 속에 파묻히는 꿈. 그가 도착했을 땐, 그녀의 눈은 이미 사라져 버리고 그 자리에 구멍만 남은 상태입니다. 눈이 사라진 꿈속의 테레자는 토마시를 볼 수 없게 되어 버려요. 이 꿈은 자신에게 소홀한 애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은 겁니다. 지금 당장 나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망가져 버리겠다는 경고 같은 거에요.

 

테레자는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 자존감이 낮습니다. 일생 동안 그녀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그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바랬어요. 그래서 토마시가 자신을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려 다녔을 때, 크게 좌절한 겁니다. 이제 겨우 특별한 존재가 되었는데, 이 바람둥이 자식이 나를 다시 수많은 여자 중 하나로 만들려고 하잖아요.

 

밀란 쿤데라는 테레자를 통해, ‘진심도 아니면서 연인에게 헤어지자고 하는 심리’를 예리하게 묘사합니다.


 

7.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됐느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래오래 같이 살았습니다. 물론 항상 행복하진 않았죠. 대부분의 시간은 권태로워하며 보냈고, 서로를 원망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테레자는 사는 내내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했습니다. 그녀 때문에 직장을 떠나야 했던 토마시는 그녀를 만난 걸 후회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서로를 완전히 떠나진 않았어요. 절망적인 순간에 늘 함께 있어 주었죠. 사고에 의해 갑자기 죽기는 했지만, 그 순간에도 함께였습니다.

 

그들의 결말이 해피 엔딩인지 세드 엔딩 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토마시가 테레자를 만난 것이 행운인지. 아니면 그녀와 함께 살지 않고 이전처럼 ‘가벼운’ 태도로 살아가는 편이 더 좋았을지. 토마시의 인생은 한 번뿐이었기에 알 수가 없어요.


 

8. 모든 사랑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의 나머지 한 축, 사비나·프란츠 커플은 여러모로 테레자·토마시 커플과 닮았습니다. 자유로운 영혼 사비나는 무겁고 소중한 것을 배신하는 데 희열을 느끼는 여자고, 프란츠는 그것을 지키는 것이 인생의 목적인 남자에요. 테레자·토마시 커플에서 남자와 여자가 바뀌었죠.

 

쿤데라는 이 비슷한 커플의 변주를 통해서, 각각의 인생이 미묘한 차이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토마시와 사비나, 두 사람 모두 ‘가벼움’을 추구했지만, 각자가 내린 선택에 의해 다른 삶을 살게 된 것 처럼요.   

 

 

연애 상대와 나 사이에 심각한 가치관 차이가 있을 때. 그것이 괴롭지만 참고 버티느냐, 아니면 미련 없이 떠나느냐는 각자가 선택해야 할 몫입니다. 두 경우 모두 후회를 남길 수 있어요. 참고 견딘 토마시와 테레자는 권태로웠고, 그 상황에서 도망쳐버린 사비나는 허무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옳았는지 인간으로써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인생은 딱 한 번 뿐이니까요.

 


 

9. 어떻게 살 것인가

마지막으로, 우리가 읽지 않고 넘겼던 1부 1장, 2장으로 돌아가 봅시다. 거기서 쿤데라는 질문을 던져요. 묵직함과 가벼움. 둘 중 어떤 것을 택해야 하냐고. 그리곤 묵직함과 가벼움을 택한 네 사람을 보여준 거죠.

 

책을 다 읽었어도 여전히 우리는 어떤 것이 옳은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해도 우리는 끝내 허무와 권태를 피할 수 없어요. 더 싫은 것을 밀어낼 뿐이죠. 권태가 두려운 사람은 가볍게 일을 저지를 것이고, 허무가 두려운 사람은 모범적이되 권태롭게 살 거에요. 선택의 문제인 거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 때. 한 번씩 이 책을 꺼내어 읽고 사색에 잠겨보기를 권합니다.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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