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은 전투경찰 썰 두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시위를 막으러 다녔던 얘기를 하려고 한다. 전경대가 하는 일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가장 지X 맞다. 경찰버스 안에서 밥도 먹고 오줌도 싸고 똥은 참았다.

 

지난 주 내용은 요기요 ‘산골에서 좀 맞고 닭장차 타다 보니 2년 후딱 가던데요?’

 

에디터가 군 생활을 했던 곳은 충남이다. 차보다 소가 더 뛰어다니는 시골에 무슨 시위가 있을까 싶지만 ‘농민 궐기대회’, ‘전국 화물연대 파업’ 등 자잘한 시위가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꼭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서울과 가깝다 보니 서울에서 발생하는 큰 시위에는 모두 끌려다녔다.

 

그중에 기억나는 것 몇 가지를 끄적여봤다.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담이므로 웃겨 넘겨주길. 물론 본인이 나온 부대가 제일 빡세고 힘들다. 참고로 여기 기술한 내용은 06년도 내용이다.

 

기대마에 기대하지 마

이 녀석이 오리지날 기대마

 

흔히 알고 있는 경찰버스. 흔히 ‘닭장차’라고도 부른다. 경찰 용어로는 ‘기대마’라고도 한다. 아우라만 보면 버스 안에 최신형 무전기, 고성능 방탄유리, 최신 컴퓨터, 화장실 등 각종 첨단 시설이 있을 것만 같다.

 

예상을 뒤엎고 세상 버스스럽다. 위에서 언급한 것은 하나도 없다.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하여 뜨끈한 소변을 보관할 수 있는 페트병은 있던 것 같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2년 동안 교통카드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혜택도 있다.

 

내부는 이렇다. 사진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기대마 위 천장 짐칸에는 시위 막을 때 입을 진압복과 헬멧이 차곡차곡 정돈되어 있다. 상황이 터지면 위에 있는 걸 바깥으로 끄집어내서 1분 안에 갈아입어야 한다. 내 옷 네 옷 이딴 개념은 없다. 냄새에 취한다는 말을 군대에서 처음 알았다.

 

겨드랑이에서 천연 육수를 지하수처럼 분출하는 놈이 입었던 제품을 착용하면 땀 냄새가 격하게 후각의 점막을 두드린다. 아, 아나스타샤! 이래서 군대를 뺄 수 있으면 빼라고 하는가 싶었다.

 

우리가 상황하는 동안에

시위 막으러 가는 걸 ‘상황 간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암세포가 생성되는 느낌이다. 그 뒤로 상황버섯은 입에도 안 대고 있다. 전·의경은 진짜 지랄 맞은 부조리와 악습이 많다. 말로는 방심하면 큰일 날 수 있으니 군기를 확립하기 위해서라지만 지금 생각하면 말도 방귀도 아닌 똥 같다.

 

막내는 등받이에 허리가 닿으면 뒤통수를 맞았다.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똑바로 펴고 시선은 전방 45도를 유지해야 했다. 어떤 고참은 이 자세에서 발까지 땅에서 떼라고 했다. 어떤 미친놈이 정한 건지는 몰라도 만약 만난다면 고환을 오함마로 내려쳐도 성이 차지 않을 것 같다. 덜컹거리는 버스안에서 이렇게 병신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으면 없던 군기라도 생겼나 보지?

 

이런 도시락을 3분 안에 먹으면 됨

 

무엇보다 제일 싫었던 것은 버스 안에서 도시락을 먹을 때다. 식사 시간의 소중함을 이때 알았다. 그래서 제대하고 난 뒤, 밥 먹기 전에 기도를 두 번씩 한다. 이것도 악습의 연장이다. 밥 때가 되면 막내들이 경찰서에서 나눠주는 도시락을 받아온다. 퀄리티는 창렬 도시락과 혜자 도시락 중간쯤 된다. 어쨌든 짬 순서대로 도시락을 배분한다.

 

막내가 도시락을 받고 자리에 앉으면 최고참 같은 놈들은 벌써 도시락의 절반쯤을 먹고 있다. 머릿속이 하얘진다. 어쨌든 이 도시락을 빨리 먹고 저 고참 새끼의 빈 그릇을 받아서 정리해야 한다. 늦게 먹어도 혼나고 잔반을 잔반을 남기면 그걸 가지고 또 ‘빠졌다’고 욕을 먹는다. 밥을 그냥 목구멍에 밀어 넣는 수밖에 없다.

 

일단 밥을 6등분 한다. 그리고 그 떡처럼 차갑게 굳은 쌀밥 덩어리 위에 무말랭이를 한 개씩 얹는다. 없으면 김치도 좋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퍼 올려서 목젖을 향해 무회전으로 쑤셔 넣는다. 호날두 슛처럼 매끈하게 들어가면 좋으련만 쉽지만은 않다. 어금니, 송곳니, 앞니를 이용해 목구멍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사정없이 조각낸다. 그러고 있는 와중에 고참 새끼가 벌써 밥을 3/4이나 먹어치웠다.

 

밥 덩어리를 씹으면서 국 뚜껑을 열어서 국물을 식도까지 일직선으로 흘려보낸다. 부서진 쌀알들이 처참하게 흘려 들어간다. 제육볶음이나 돈가스처럼 질긴 음식이 나오는 날엔 턱 근육이 작살나는 날이다. 그렇게 사정없이 아가리질을 했던 기억이 난다. 먹는 장면을 아프리카 방송으로 내보냈으면 별풍선 30만 개는 터졌을 거다. 어쨌든 그렇게 억지로 밥을 욱여넣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이 악습이 없어졌으려나.

 

빵상황은 뻥과 함께

 

보통은 ‘시위’하면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대규모 집회를 떠올린다. 다행히도 지방 전경대에 서 근무한 에디터는 그런 거친 집회를 몇 번 겪어보지 못 했다(이 기회를 빌어 서울 중심부에서 근무하는 전·의경들에게 존경을…). 대부분은 ‘빵상황’이다. 이게 뭔고 하니 시위를 막으러 갔다가 빵만 먹고 온다는 얘기다.

 

빵상황은 대기시간이 길다. 때문에 기대마 안에서 뭐라도 할 것이 필요하다. 교양을 쌓으려는 놈들은 고환 밑부분을 긁으면서 MAXIM을 읽는다. 이해한다. 기대마만 타면 유독 가렵다. MP3플레이어로 최신 음악을 듣는 놈도 있다.

 

대부분은 자거나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보통은 이런 식으로 시작한다. “야, 너 사회에 있을 때 뭐 했냐?” 이때부터 별 하찮은 대답이 다 튀어나온다. 여자 1,000여명과 잠자리를 했다던가(의자왕임?), 거리에서 어묵을 팔다가 조폭한테 스카우트돼서 조직생활을 했다는 놈, 칼로 사람을 찔러봤다는 놈, 심지어 사람을 죽이고 땅에 묻었다는 놈도 있었다.

 

뻥 경진대회를 관람하는 느낌이다. 죽이고 싶은 고참일수록 허풍이 셌다. 대체 이런 찌질한 유전자는 날 때부터 태어난 건지 꼭 한번 물어보고 싶었는데 결국 알지 못한 채 제대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한미 FTA 촛불집회

 

앞서 말한 것처럼 서울이 아니고서야 지방에 있는 전경대가 시위대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일은 흔치 않다. 제대할 때까지 손에 꼽을 정도로 그 빈도가 적다. 기억나는 시위는 ‘한미 FTA 촛불집회’와 ‘화물연대 총파업’이다. 광화문에서 모두가 촛불을 들고일어났을 때, 에디터도 현장에 있었다.

 

다행히 부대 관할 구역에서 거친 충돌은 없었다. 사람이 그렇게 모여 있는 걸 난생처음 봐서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경찰 병력은 평소보다 몇 배로 동원되었다. 우리 부대는 기대마에서 이틀을 밤새우면서 대기했다. 물론 빵도 먹고 밥도 욱여넣으면서…. 그리고는 동대문 경찰서에서 이불을 깔고 잤다. 교회 수련회 온 기분이었다. 주님 대신 MB가 있었을 뿐.

 

화물 연대가 무서운 이유.jpg

 

화물연대가 모인다고 하면 겁부터 났다. 그때 송민호가 ‘겁’을 발매했다면 전·의경들한테 불티나게 팔렸을 거다. 간혹 가스통에 불을 붙여서 우리 쪽으로 굴린다던가 하는 소소한 이벤트도 펼쳐졌다. 더 무서운 건 그들의 몸집이었다. 스쿼트를 매일 1000개씩 한 허벅지가 다리가 아닌 팔에 달려 있었다. 진짜다.

 

그런 아재들이 밀어 대니 질질 밀리는 건 당연했다. 방패로 겹겹이 벽을 쌓았지만 전단지 찢기듯 찢어졌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 잇몸이 무너져서 인사돌을 먹으면서 버텼다. “야! 씨X 막아! 뚫리지 마!” 간부들은 막지도 않으면서 소리만 질러댔다. 답답하면 늬들이 막던가.

 

결국 그날은 뚫렸다. 부대원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소화기 분진가루를 뒤집어썼고 온몸은 만신창이었다. 방패도 한두 개 뺏긴 듯했다. 부대로 복귀해서 곧바로 연병장에 머리를 박았다. 두 시간 기합을 받은 뒤, 내무실에 들어가서는 고참들이 갈궜다. 마치 네티즌들이 연예인의 신상을 터는 것처럼 털렸다. 태어나서 두 번째로 울려다 참은 날로 기억한다.

 

화물연대가 무서운 이유2.jpg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이 무엇 때문에 시위를 한 건지. 그 사람들이 누구였고 어디 소속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린 그냥 막으래서 막았을 뿐이다. 간혹 TV에서 시위를 막는 전·의경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그들이 뭘 알겠는가. 위에서 시키니까 할 뿐인데…

 

※ 군 생활을 하면서 최악의 악습, 부조리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잘 때 손깍지 끼고 가슴 위에 놓고 잤는데 그거 풀리면 귀싸대기 맞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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