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엄마와의 여행, 쉽지 않을 것이다. 서로에게 선물이 될 거라고 떠난 여행이 인생 최대의 실수가 될 수도 있다. 친구는 싸우면 다신 안 볼 수라도 있지만 엄마는…(한숨) 그래도 엄마와의 여행을 꿈꾸는 심청이 들을 위해 몸으로 터득한 노하우를 공개하고자 한다. 이것만 명심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1. 완벽해야 할 필요는 없다

 

완벽주의는 그야말로 불행의 씨앗이다. 익숙한 환경에서도 무수한 돌발변수가 기다리고 있는데 하물며 처음 가 본 여행지는 어떠리오. 그런데 완벽한 여행을 선사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정을 짜기 시작하면 나중엔 그 압박을 스스로 견딜 수 없어진다. 결과는? 괜한 짜증에 서로 지쳐갈 뿐이다. ‘에이 그럴 수도 있지 뭐~’하는 관대한 마인드를 갖추자.

 

2. 끼니는 꼭 챙겨라

 

이왕 좋은 곳에 놀러 왔으니 기필코 ‘맛집’에 모시고 가겠다고? 지도에도 안 나오는 곳을 겨우 찾아가 인기 메뉴를 시켜드렸더니, 이미 식사 시간이 지나 엄마는 지치고 예민한 상태. “어유, 왜 이렇게 짜니?”라는 핀잔만이 돌아온 적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당이 떨어지는 것을 더욱 강하게 느낀다고 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몇 날 며칠을 일부러 굶는 젊은 딸들은 알 리가 없지만. 그럴 때 즉각 에너지를 보충해드리는 게 중요하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포인트는 타이밍이다.

 

3. 포기해야 할 것은 깨끗이 포기하라

 

단언컨대, 엄마와 나,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하게 하는 일정을 짜기란 99% 불가능하다. 이왕 엄마에게 맞춰주기로 했다면 나‘만’의 취향은 과감히 버려라. 일말의 희망으로 어쭙잖은 제안을 했다간 나만 불편해질 따름이다. 몇 십여 년간 없던 관심이 갑자기 생길 리 만무하다.

 

단, 정말로 좋아하는 것 한 가지 정도는 엄마와 꼭 공유해보자. 센토사 섬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가자고 제안했더니 엄마는 내 생각과 달리 뜻밖에 좋아하셨다. 엄마는 그동안 기회 혹은 여유가 없어서 못 한 것뿐이다. 정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사전에 충분히 의견을 여쭤보자.

 

4. 능력은 충분히 보여주되 무시하지 마라

 

그동안 내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었던 딸에게 갑자기 보호를 받는 입장이 된다면? 엄마도 당황하실 수 있다. 특히 언어적으로 도움을 받으실 경우엔 더하다. 내가 다른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지금 상황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데, 딸이 아니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 혼란스럽고 답답한 심정이 들게 되는 것.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갈고닦아온 외국어스킬을 충분히 발휘해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되 소외감 들게 하는 행동이나 발언은 삼가자. 타지에서 서러웠던 기억은 꽤 오래간다.

 

5. 장거리 이동을 최소화해라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든 장거리 이동은 피곤한 일이다. 다년간 통학과 통근에 익숙해진 나를 기준으로 장거리 이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안 된다. 엄마의 피로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심지어는 병이 나실 수 있다. 기본적으로 편도 2시간 이상 소요된다면 장거리로 분류된다.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하다면 이동 후 휴식시간을 길게 잡는 것이 좋다.

 

6. 쓸데없이 돈을 아끼지 말라

 

‘저비용 고효율’의 여행을 원한다는 엄마의 말씀은 반만 새겨듣자.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호스텔 개인실을 빌렸다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사진과 실물이 다르긴 했다). 웬만하면 돈을 적극적으로 투자해라. 엄마와 나의 경제적 스케일은 워낙 다르다. 분하게도, 무엇이든 비쌀수록 좋더라.

 

7. 사진은 최대한 다양하게, 많이 찍어라

 

약간의 노력으로 엄마의 1년 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확보할 수 있다. 자연, 이국적인 풍경, 랜드마크, 엄마와의 셀카, 전신 및 반신 샷(배경이 잘 드러나게) 등 사진을 닥치는 대로 찍어두자. 휴식시간마다 틈틈이 또는 매일 저녁 숙소에서 디카와 내 폰에 저장된 결과물을 엄마폰으로 옮겨드리는 것은 필수다.

 

8. 현지 경험을 우선시하라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의 특권. 아무 때나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고,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으니 실컷 즐겨야 한다. 동네 및 공원 산책, 플리마켓 방문, 골목골목 숨어있는 가게 탐방 등 현지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

 

그렇다고 필수코스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인증샷은 찍어야 하니까! 에펠탑처럼 누구나 다 가는 랜드마크도 적절히 섞어주면 완벽에 가까운 일정이 완성된다. 역시 세상엔 쉬운 게 없다.

 

 

+ 여행 후, 에필로그

 

여행도 연습이라고, 한 번 다녀오니 엄마의 여행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었고 두세 번 더 다녀오니 싸움은 줄고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졌다. 특히 함께 다녀온 여행지를 TV에서 볼 때면 둘 다 신이 나서 한참 수다를 떤다. 꽤 많이 싸웠지만, 결국 좋았다. 엄마와 쌓은 마지막 추억이 혹시 10여년 전 아닌지? 당장 함께 갈 여행지를 검색해보자.

 

 

사진 출처 : tvN <꽃보다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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