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혹은 2N살을 대학교정이 아니라 재수 학원에서 보내 본 사람은 알 거다. 재수 학원 얘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걸. 공부하러 간 재수 학원이지만 일 년을 꼬박 살아냈던 곳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다들 자기가 다닌 학원이 제일 재미있었다고 힘들었다고 하더라.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하는 게 이런 심정일까?

 

하지만 그래도 다 같은 재수 학원은 아닌지, 각자 경험담이 달랐다. 특히 통학 재수 학원과 기숙 재수 학원의 이야기가 크게 갈렸다. ‘통학+잠=기숙’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란다. 그래서 한 번 비교해보았다. 재수 학원 통학 VS 기숙!

 

+통학 학원은 서울에 있는 재수 종합 학원을, 기숙 학원은 도심에서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재수 종합 학원을 기준으로 했다. (기숙학원은 대개 산속에 박혀있다고.)

 

 

 

통학 학원은 꼭 고등학교 같다. 맨 뒷자리에서 고개 박고 자는 애도 있고 맨 앞에서 눈 반짝이며 수업을 듣는 애도 있다. 수다 떨기 좋아하는 애도 있고, 1분을 아까워하며 단어를 외우는 애도 있다. 고3보단 더 공부하고 덜 노는, 고등학교 4학년이라 할 수 있겠다. 고등학생 때보다 서로의 친밀도는 떨어지고 약간은 삭막한 분위기지만, 그거야 뭐 다들 공부하러 온 곳이니까.

 

재수할 땐 통학파, 삼수할 땐 기숙파였던 K군은 이렇게 말했다. 통학이 고4라면 기숙은 군대라고.같은 단체복을 입고 같이 간식을 배급받고 때맞춰 속세로 휴가를 나가니, 정말 군대가 따로 없다. 24시간 떨어질 새가 없고 잠까지 같이 자는 기숙 학원의 특성상, 통학 학원에 비해 친밀도가 빠르게 올라간다.

 

 

 

통학파는 매일 해 뜰 때쯤 학원에 와서 해 지고 나서 집에 간다. 부모님보다 더 오래 보는 건 같은 반 학생들. 온종일 같이 공부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데다 서로 외에 다른 이성을 볼 시간도 없다. 스파크가 튀기에 아주 좋은 환경인 셈이다. 게다가 통학 학원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학원 밖을 나서면 자유라는 것. 요즘 오고 가는 눈빛이 심상치 않은 그 애에게 카톡을 보내 본다. “주말에 뭐해? 영화 보러 갈래?”

 

기숙파는 통학파보다 더하다. 매일 보는 건 당연하고, 정규 수업이 끝난 후에도 수업이 없는 주말에도 늘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 물론 그 남는 시간을 감시관리해주는 생활담임이 있고 핸드폰 및 모든 첨단 기기는 학원 내에서 가지고 있을 수 없지만, 패기 넘치는 청춘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책상을 오고 가는 쪽지는 카톡 못지않다. 간식 시간과 산책 시간에 슬쩍 만나는 것은 여느 데이트만큼 설렌다. 두근두근 산책을 하다가 생활담임을 만나면? 모르는 척, 홍해마냥 갈라지면 그뿐.

 

 

 

통학파는 세상 속에서 수능을 다시 준비한다. 대학 간 친구 수강신청을 얼결에 도와주기도 하고(난 재수학원 신청해야 하는데…) OT에서 술 많이 마신 얘기(나도 술 마실 줄 아는데…), 미팅 나갔다가 썸 탄 얘기(나도 대학 가면 썸 탈텐데…)를 실시간으로 듣는다. 학원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과잠을 입은 대학생을 보면 괜히 욕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랴, 그게 그들의 일상인 것을. 하도 보다 보니 오히려 덤덤해지고 자체 필터링 스킬만 늘어간다.

 

반면, 기숙파는 세상과 단절된 시간과 공간의 방에 있는 듯하다. 기숙 학원 안에 있는 동안엔 누가 MT를 갔는지, 누가 CC가 되었는지, 누가 공강에 무얼 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덕분에 친구들이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세상과 접하는 순간, 면역력이 약해진 멘탈은 쿠크다스처럼 쉽게 부서지고 만다. 휴가를 다녀온 뒤 한숨을 푹푹 쉬는 것도, 인강 보라고 준 PMP로 SNS를 뒤지고 나서 자괴감에 괴로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모두 같은 나이였다. 빠른 년생과 드물게 있는 복학생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재수학원에는 재수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수생도 많고 사수생도 꽤 있다. N수생도 종종 볼 수 있다. 처음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반에 스물 두 살이 있다니?! 갑자기 그분 대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남자들 사이에서는 서열이 생기기도 한다고.

 

한국말을 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알아들을 수가 없던 당혹스러운 기억, 기숙파라면 한 번쯤은 있을 거다. 기숙 학원엔 통학 학원보다 다양한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많다. 생애 처음으로 리얼 사투리를 라이브로 듣고 있노라면, 지금까지 드라마로 익힌 사투리는 사투리 흉내 내는 서울말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아니면 저 친구가 말하는 게 사투리가 아니라 진짜 외국어든지……

 

 

P.S. 재수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수능+원서 폭망 콜라보레이션으로 재수를 했다. 실패했다고 생각했고, 19년 인생 최악의 절망감에 허우적댔다. 그러다 등록한 재수 학원에서는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지만, 사실 힘든 적이 더 많았다. 다시 실패하면 안돼, 왜 잘 안 되지, 너무 부족하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괴롭혔던 일년이었다.

 

어쨌든 시간은 흘렀고 나는 어느새 대학을 졸업했다. 지금도 절망과 실패를 마주할 일이 많지만 그때처럼 스스로를 너무 많이 괴롭히진 말아야지, 생각한다. 나름 재수의 교훈이랄까.

 

 

illustrator liz

director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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