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 다 때려치우고 나중에 장사나 해야지!”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 생각을 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절은 지났다. 개천에서 뼈로 마늘 빻듯이 노력하면 겨우 용의 수발들 들 수 있다. ‘기승전-치킨집’이 추세인 요즘, 창업 한 번 생각하지 않은 청년이 어디 있으랴.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성공한 사람의 OO가지 법칙’이라고 멋대로 휘갈긴 책은 라면 먹을 때 받침대로 쓰자. 쥐뿔도 없이 20대에 창업한 세 사람이 창업의 명과 암을 이야기했다. 지금도 그들은 연중무휴다. 왜냐하면 대출을 갚아야 하니까.

 

1. 고기가 구워져서 나오는 고깃집 [낯선 고기] – 김광희 (31세)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 2길 85 낯선 고기

 

그는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리고는 서른 살에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고깃집을 오픈했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다. 요리조리 뜯어보니 미쳐도 곱게 미친 사람이다. 사실 그는 소설가다. 손님이 오면 고기를 굽고 손님이 없으면 소설을 쓴다. 작년에 손님이 얼마나 없었으면 2015년 신춘문예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 감성을 고스란히 목살에 칼집을 넣어 버무렸다. 그렇게 완성된 고기는 치아로 씹기도 전에 식도를 향해 질주한다.

 

– 왜 ‘낯선 고기’인가?
▶ 고깃집에 가서 맥주를 시킬 때 카스, 하이트 둘 중에 골라야 하는 것이 싫었다. 고깃집에서도 얼마든지 맛있는 맥주를 먹을 수 있잖나. 그리고 고기가 먹고 싶어도 냄새가 밸까봐. 그리고 굽는 게 귀찮아서 기피하는 경향도 있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고깃집을 만들고 싶었다. 기름 튀고, 시끄럽고, 백열등 같은 조명이 아닌 곳. 그래서 우리 가게는 소주도 안 판다.

 

낯선 고기 한판. 1만6천원. 공기밥을 시키면 두 명이서 먹기에 딱 좋다

 

– 조리학과를 전공한 것도 아닌데 요식업이라니 너무 큰 모험 아닌가?
▶ 그래서 엄청 고생했다. 고깃집 탐방을 다니면서 여기저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양념을 만드는 데에만 1년이 걸렸다. 그렇게 1년 내내 목살을 구워서 먹으니까 내가 원하던 맛이 나더라. 근데 그렇게 고생한 것치고는 장사가 안 돼서 열 받는다.

 

– 창업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 회사생활을 2년하고 모은 돈으로 가게를 오픈하려고 했다. 시장조사를 했더니 턱도 없었다. 부동산과 인테리어 비용, 공사 비용, 기구 비용까지 마련하다 보니 어느새 3년이 걸렸다. 그때 오픈하기 딱 좋았는데, 좀 더 여유자금을 마련하고자 주식에 손을 댔다. 1000만 원이 날아갔다. 그래서 그 돈을 다시 메꾸기 위해 회사를 몇 달 더 다녔다. 그게 제일 어려웠다.

 

– 대략 얼마가 들어갔나?
▶ 1억. 내가 모은 돈 6000만 원, 나머지는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 장사는 잘 되는가?
▶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초반에는 이것 저것 다 떼고 개미똥만큼 저축했는데 지금은 쥐똥만큼 하고 있다. 앞으로는 개똥만큼 저축할 예정이다. 점점 나아지는 게 보이니까 재미있다. 이제 광고도 하고 점심 장사도 할 거다.

 

소설가답게 메뉴판에 위트를 첨가했다

 

– 회사 생활과 비교했을 때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
▶ 좋은 점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된다. 그리고 어떤 행동을 실천할 때 보고서를 쓸 필요가 없다. 머리를 기를 수 있다. 술집에만 파는 맥주를 원가에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 그게 좋다. 단점은 주말에 친구들과 술을 못 마신다는 것. 몸이 아파도 연차를 못 쓴다는 점. 그리고 장사가 안돼도 남 탓을 할 수가 없다는 점.

 

– 가게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 하지 마라

 

<‘낯선 고기’가 알려주는 요식업 꿀팁>

 

1. 1층에 할 것. 간판이 시선보다 위에 있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절대 안 온다.
2. 인테리어는 최대한 심플하게 할 것. 아무리 예쁜 인테리어를 해도 금방 질린다.
3. 음식의 양이나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맛이 중요하다.
4. 위의 것들이 준비되었어도 실행에 옮기지 말 것

2. 감성을 로스팅하는 카페 [이중생활] – 박성렬 (28세)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6길 39 이중생활

 

카페를 오픈함과 동시에 경리단길도 핫해졌다. 그런데 일 년만에 월세가 세배 가까이 넘게 올랐다며 하소연을 해댄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동대문에서 명품 짝퉁을 팔았다. 타이어가 제일 싼 집에서 타이어도 팔아봤다. 그런데 커피 파는 게 제일 어렵단다. 자칭 경리단길 분위기 깡패라는 카페. 깡패가 앉아있는 것도 아닌데 손님이 없을 때가 많아서 사채라도 끌어다 쓸 판이라고.

 

– 왜 ‘이중생활’인가?
▶ 사회생활을 하면서 업체 사람들과 만났을 때의 모습과 내 친구들과 만났을 때 모습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말 그대로 이중적인 거지. 다들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그래서 손님들이 여기 와서는 좀 편한 모습으로 있으라는 생각에 ‘이중생활’이라고 지었다. 그래서 유독 진상 손님도 많은 것 같다.

 

– 이곳에 가게를 열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2014년 10월에 누군가가 커피숍을 하려던 걸 인수했다. 내 나이 26살 때였다. 그때 당시에는 경리단길이 유명하지 않아 저렴한 가격에 계약했다. 동네에 할머니, 할아버지들 밖에 없었으니까.

 

– 경리단길이 핫해지면서 부담감은 없었나?
▶ 경리단길에 카페가 몇 갠지 셀 수도 없다. 바로 옆집도 카페고 앞집도 카페다. 앞집이 오픈했을 때, 실제로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근데 내가 그런 ‘쫄리는 맛’을 즐기는 타입인 것 같다. 오기가 생기더라. 다른 가게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고 한 시간 늦게 퇴근했다. 새로운 메뉴 개발도 했다. 경리단길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상권이다.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어디서든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연유 카푸치노, 이 메뉴로 여자 단골손님이 많아졌다

 

–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면?
▶ 연유 카푸치노. 먹고 한잔 더 달라고 하지 마라. 진짜 존맛이다. 카페를 하다 보면 생전 없던 ‘커피 잔’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이 잔이 너무 예뻐서 샀는데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담기는 너무 작았다. 그래서 카푸치노에 거품을 산더미처럼 얹었다. 연유는 바닐라라떼보다 묵직한 달달한 맛이 있다. 이건 커피가 아니라 ‘감성’이다.

 

– 창업하는데 대략적으로 든 금액은?
▶ 내가 모아둔 돈 1500만 원에 은행 대출 3500만 원을 받았다. 그리고 제1금융권에서 조금, 제2금융권까지 손을 벌렸다. 그리고 어머님에게 보증금으로 1000만 원을 빌렸다. 지금 천천히 갚아나가는 중이다. 매출이 좀 올랐다 싶으면 대출금 갚느라고 다 빠져나간다. 그래서 돈을 버는 느낌이 안 난다.

 

– 월수입은 어느 정도 되는가?
▶ 직장인보다 조금 더 버는 수준이다. 하지만 난 쉬는 날이 없다. 일 년 내내 연다. 근데 여자를 만날 땐 하루 정도는 쉰다.

 

인테리어를 직접했다

 

– 가장 진상 손님이 있다면?
▶ 우리 가게에 와주는 모든 사람들이 고맙다. 근데 주말에 전공 책을 들고 와서 공부를 한다던가, 노트북을 들고 와서 작업하는 사람들은 아주 조금 그렇다. 가게가 가뜩이나 작으니까 너무 힘들…

 

– 가게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한마디?
▶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해라. 돈이 없으면 대출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라. 대출이 무서우면 평생 못한다. 빚이 생기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게 원동력이다. 그래서 빚을 자산이라고 하는가보다.

 

<‘이중생활’이 알려주는 물장사 꿀팁>

 

1. 한쪽 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영상미 좋은 영화를 벽에 틀어놓음으로써 감성 UP
2. 드라이플라워 등 비교적 돈이 덜 드는 셀프 인테리어 활용
3. 이지 리스닝 뮤직, 즉 가사가 없고 쉽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틀 것.

3. 디자인에 중독되는 브랜드 [ffroi] – 조성준 (31세)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14길 7 프루아

 

처음에는 작은 작업실로 시작했다. 아주 소소하게 가죽 제품을 만들어 팔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돈이 모을 생각이었다. 가게를 열고 의류를 만드는 건 먼 훗날 얘기였다. 거짓말처럼 2년 만에 그걸 이뤘다. 지하 1층에 의상과 가죽 액세서리를 볼 수 있는 쇼룸과 촬영 공간이 있다. 그리고 1층을 작업실로 활용하고 있다. SNS 팔로워 수는 14만 9천 명을 돌파했다. 디자인부터 내구성까지 먹어준다고 이 바닥에서는 정평이 나있다.

 

황소고집보다 더 질긴 프루아 가죽

 

– ‘ffroi’의 의미가 뭔가?
▶ 아무 뜻이 없다. 무슨 뜻을 넣고 브랜드명을 만드니까 닭살이 돋고 유치하더라. 아예 뜻은 없고 글자를 봤을 때 알파벳 형태가 예쁜 것들로 조합해서 만들었다.

 

– 왜 ffroi가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 여자들은 액세서리에 욕심이 많다. 명품도 좋지만 가끔은 우리 같은 브랜드도 갖고 싶어 한다. 우리는 좋은 가죽을 쓴다. 그래서 충성도가 높다. 구매한 사람들은 또 산다. 그게 소문을 타고 다른 사람들의 구매로 이어진다.

 

1층, 작업실 겸 공방

 

– 그전까지는 무슨 일을 했나?
▶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유명한 디자이너 선생님의 밑에서 일을 배웠다. 그때가 내 인생의 암흑기다.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의상 패턴을 배웠다. 사람도 못 만났다.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벌었다. 그 후에는 가죽 공방에 들어갔다. 거기서 더 이상 배울 게 없자 공장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숨은 장인들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지금도 작업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그분들을 찾아간다.

 

지하 1층, 쇼룸 겸 스튜디오

 

– 동업으로 시작한 점도 눈에 띈다.
▶ 나는 전반적인 제품 디렉팅을 맡는다. 같이 일하는 실장님은 그 외의 마케팅, 영업, 경영관리 등을 담당한다. 자본금도 딱 반반씩 투자했고, 수익도 반으로 나눈다. 처음에 동업한다고 했을 때 집에서 반대가 심했다. 그래서 돈을 지원받지 못 했다. 전에 살던 집 보증금 5000만 원을 뺐다. 실장님과 합치고 가게 보증금, 인테리어, 기계, 가죽 몇 개 사니까 0이 됐다. 거기서부터 지금까지 왔다. 내가 만약 동업하지 않았다면 세금 계산, 마케팅, 회계 때문에 내내 책상에 붙어있어야 할 거다. 혼자라면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 했을 거다.

<‘ffroi’가 알려주는 창업 꿀팁>

 

1. 대출 금액을 최소한으로 할 것
2. 디자인으로 뭔가를 하고자 한다면 제작기술도 겸비할 것.

스케치만 할줄 아는 사람은 결국 벽에 부딪힌다.
3. 본인의 외모를 호감형으로 가꿀 것. 잘되는 쇼핑몰, 블로그를 보면 운영자가 예쁘다.

안타깝지만 판매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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