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뭐라고 이렇게 고되고 힘들지, 하는 생각이 드는 날엔 다 필요없고 그냥 막 살고 싶어진다.
행복만이 남았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우리 딸 공부하도록’ 사주신 컴퓨터 덕에, 게임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요정과 공주를 키우고, 이집트 문명과 놀이동산을 건설하면서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아픈 척과 조퇴가 잦아지자 부모님이 눈치를 채면서 호시절은 끝났다. 중학생 땐 60권짜리 만화 ‘삼국지’에 빠져들었다. 일어나서 1~5권을 읽고, 가방에 6~10권을 넣고, 다시 돌아와 10~15권을 읽고, 주변을 살피다가 33권(불륜 장면이 있음)을 펼쳐보면 하루가 알차게 마무리됐다. 시력이 나빠지고 이상한 말투를 쓰니까 부모님에 의하여 이 생활도 끝났다. 나는 그때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진짜로 잊어버렸다. 성적을 올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요가도 배우고 연애도 하면서 그럭저럭 살아왔다.
얼마 전 친구의 권유로 <랑야방>이란 중국드라마를 봤다. ‘재밌으면 얼마나 재밌겠어’, ‘21세기에 이런 CG가 왠 말이냐….’ 하지만 2화로 접어들자 ‘어머 이건 꼭 봐야해!’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친구들이 힘을 합쳐 복수를 이뤄내는 내용이다. 일주일동안 54회를 클리어하고,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잠들었다. 남자친구가 말했다. “눈 안 나빠지게 조심하라니까.” 난 답했다. “응~ 안 보고 있어.” 게임하려고 조퇴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다. 행복만이 남았다.
Editor 조아라 ahrajo@univ.me
인간 해독제는 효험이 좋다.
걸 크러쉬에는 3단계가 있다고 한다. 1단계는 친해지고 싶은 마음, 2단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닮고 싶은 것. 마지막 3단계, 같이 도망도 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응? 아무리 하니의 재채기 짤을 보며 힐링하고, 정유미의 뷰티 화보를 바탕화면에 깔아놨어도 같이 살고 싶진 않은데. 그런데 요즘 흔들린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읊조리는 것이다. 아, 김숙이랑 결혼하고 싶다. 같이 살면 얼마나 재밌을까.
팟캐스트 내내 BGM처럼 깔리는 화통한 웃음소리, 본인을 디스할 때 제일 크게 웃는 배포, 욕을 해달라고 하면 진짜 쌍욕을 하는 ‘또X이’ 기질….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하루 내 자잘하게 쌓인 울분이 키만큼 자란 밤, 자기더러 못생겼다는 청취자에게 “이 ‘섀’끼, 너 누구야!” 외치는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의 쓰레기통이 절로 비워지는 기분. 이 정도면 살아있는 해독제 수준 아닌가요? 그러니까 당분간 내 출근길과 퇴근길은 숙과 함께.
Editor 김슬 dew@univ.me
상상으로 가버렷!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막 살고 싶은 순간’에 직면하지만 ‘막 살 수 있는 순간’은 몇 안 된다. 스스로 만든 최소한의 룰, 다음날 오전 수업, 사람들의 시선 등 이것저것이 신경 쓰여 대부분 뽑았던 칼을 도로 집어넣곤 한다. 될 대로 되라 하고 막 살아도 그것대로 문제다. 막 살고 나서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쿨한 사람이 되기란, 막 사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힘들 때 도움이 되는 건 나랑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다.
웹툰 <미지의 세계>의 조미지는 막 살고 싶지만 막 살 수 없어서 막 사는 상상만 한다. 자신감 없고 소심한 미지지만 상상 속에서는 거침없다. 동아리 남자 선배 두 명의 섹스를 꿈꾸고, 미지보다 어린 여자와 결혼한 대학 선배 집에서 깽판을 친다. 보통 드라마에서 소심한 주인공들의 상상이 상상으로 끝나버리면 맥이 빠진다. 하지만 미지의 상상은 그 자체로 통쾌하다.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고만 있던 욕망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물론 상상 속에서지만) 미지에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막 살고 싶은데 막 살 수 없다면, 이상하지만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맥주가 답이다
여행지에서 마신 맥주를 한국에 돌아와 다시 마실 때면, 여행지의 기억이 자연스레 되살아난다. 밤의 해변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마시던 ‘창’, 로컬 펍의 자욱한 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런던 프라이드’, 모두가 어마어마하게 맥주를 마셔대던 축제의 밤을 생각나게 하는 ‘파울라너’ 등.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다, 여기엔 답이 없다, 자포자기하며 막 살고 싶어지는 날엔 스스로에게 맥주를 주입한다. ‘정줄’이라도 여행 보내주는 심정으로. 특히 하와이 산 맥주 ‘빅 웨이브’는 나에게 와이키키 비치의 뜨거운 햇살을 떠올리게 한………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하와이에 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맥주가 더 좋다.
가 본 적 없는 해변을 꿈꾸는 아주 낙천적인 맛이 난다. 라벨에는 햇볕에 바짝바짝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가진 남자 세 명과 레몬 색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노를 젓고 있다. 그 여자를 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곧 머리 뒤의 큰 파도가 덮쳐 오겠지, 이번엔 아주 멋지게 파도를 타야지. 기다리며 맥주를 마신다. 그러다 보면 나와 모종의 합의를 하게 된다. 서퍼가 되어 막 사는 삶은 더욱 멋지겠지만, 일단은 내게 닥쳐 온 현실의 파도부터 잘 타는 것으로. 언젠가 진짜 하와이의 파도를 타게 될 그날까지. 그날, 그 바다에 지금의 나를 무사히 데려가야 하므로.
Editor 김신지 sirin@univ.me
눈과 귀를 해쳐보아요
나는 자기 관리를 잘하는 편이다,라고 믿고 사는 인간 중 하나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멘붕에 빠져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밤 새 고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일이 있다면, 나 혼자의 의지와 노오력만으론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린다. 그럼에도 막 살지 않으면 안 되는 날이 있다. 그땐 조용히 ‘플스4’의 전원을 누른다. 하는 게임은 오로지 하나, <NBA 2K 16>. 글자 그대로 농구 게임이다.
즐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시야가 확보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티비 가까이로 간다. 주변 사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야 몰입이 잘 된다. 2) 볼륨은 귀가 허락하는 선에서 최대로 올린다. 새벽 시간에는 헤드폰을 낀다. 3)해설자의 미국말을 미친 사람처럼 따라하며 덩크를 꽂고, 삼점슛을 쏘고, 파리채 블로킹을 시전하면 끝. 있는 힘껏 눈과 귀를 해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좋아하는 걸 하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나와서 그렇다고 하는데 이건 잘 모르니 패스. 우울한 날엔 겁 없이 나 자신을 망쳐보시길. 고민하고 자나, 실컷 놀다 자나 다음날 변한 게 없다는 사실은 똑같을 테니.
Editor 이민석 min@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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