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JOOL 삐뚤빼뚤 그려도 괜찮아

문을 열고 제일 처음 마주한 것은 도자기 컵들이 빼곡 진열돼 있는 풍경. 저마다의 마음들이 하얀 컵을 도화지 삼아 알록달록 빛을 내고 있었다. 연인에게 사랑을 전하거나 부모님께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 대부분.

 

짧은 구경 끝에 내 마음을 담을 컵을 하나 골랐다. 초벌 도자기라 약한 충격에도 금이 가거나 깨질 수 있으니 아기 대하듯 살살 다뤄야 한다. 마음이 담기는 그릇이라 그만큼 연약한가 보다.

 

조심스럽게 전용 연필로 쓱쓱 밑그림을 그린다. 자꾸만 손이 떨려 삐뚤빼뚤해진다. 그래도 구워지는 과정에서 미세한 선과 지우개 자국은 사라질 거라 하니, 안심하며 연필을 놀린다.

 

물감을 콕 찍은 붓을 한 번씩 그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진다. 붓이 닿는 횟수에 비례해 농도 차이가 나, 예상치 못한 그러데이션 효과까지 냈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걸? 컵이 구워지기까지는 2주, 컵을 받아들 그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며 기다려야겠다.

 

ADD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6길 10 더 마운드

TEL 070-8202-8809

PRICE 컵 크기에 따라 1만 8000원부터 2만 8000원까지

 

Intern_손수민 sum@univ.me

Photographer_조혜미 hialienpika@naver.com


 

 

팅클유 손목에 꽃이 피었어요

입춘은 지났다는데 찬바람에 손이 시린 건 여전하다. 유난히 봄 햇살이 그리운 요즘, 팔목에 작은 꽃 하나 엮어 다가올 봄날의 기운을 미리 느껴보는 건 어떨까.

 

연남동 골목을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팅클유’는 나만의 팔찌를 찾는 손님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들어선 순간 형형색색의 가죽끈과 화려한 보석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기자기한 캐릭터 펜던트도, 생일별 행운의 원석도 찾아볼 수 있으니 마음대로 골라잡으면 된다.

 

수많은 재료 사이에서 고민하다 고른 건 봄에 꼭 어울리는 분홍색 가죽끈. 반짝이는 액세서리로 포인트까지 주니, 소박한 들꽃 한 송이가 손목에 핀 기분이다.

 

창밖을 바라보며 팔찌를 만들다 보면 어느새 추운 겨울이 다 지나간 듯하다. 단돈 천원으로 뽑은 따뜻한 머신 커피와 함께라면 더더욱. 날이 풀리면 분홍색 팔찌로 한껏 멋을 내고 밖을 거닐고 싶다. 수줍은 봄처녀처럼!

 

ADD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26길 33

TEL 070-4797-0796

PRICE 재료별로 상이

에디터가 만든 팔찌는 가죽끈 2종류와 액세서리 1개, 여닫이 1개로 총 1만 3000원

 

Intern_이유라 ura@univ.me

Photographer_이서영 perfectblues@naver.com


 

 

페이퍼로빈 종이랑 나랑 둘이 놀았어

커플들로 붐비는 홍대에도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장소가 존재한다. 종이와 나, 그리고 커피, 우리 셋만이 고요한 시공간을 지배할 수 있다.

 

종이는 뭐냐고? 디자인 제품을 파는 곳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페이퍼 토이. 풀과 가위가 없어도 약간의 집중력만 있다면 작품이 탄생한다.

 

종이공예 전문 회사에서 운영하는 ‘페이퍼로빈’에선 다양한 DIY 제품을 구매해 만들어 볼 수 있다. 귀여운 펭귄, 커플 스쿠터, 집 천장에 달아둘 만한 비행기 등.

 

그중에서 내가 고른 것은 몇 년 전 놀러 간 런던을 추억하게 하는 빨간 전화부스 키트.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만들었는데도 한 시간 만에 완성했다.

 

꽤 그럴싸해서 지금은 방 한켠을 따뜻하게 해주는 소품으로 이용 중. “주말에 뭐했어”란 질문에 “연남동에서 종이랑 놀았어, 후후”란 수수께끼 같은 대답을 하는 건 덤.

 

ADD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 28 홍익사랑빌딩 1층

TEL 02-322-1809

PRICE 런던 전화부스 1만원, 페퍼민트 티 3800원

 

Intern_공민정 gong@univ.me

Photographer_이서영 perfectblues@naver.com


 

 

PROUST 잃어버린 향기를 찾아서

고즈넉한 종로 골목을 자박자박 걷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이름, 프루스트.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을 맡고 과거 여행을 떠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 장면을 모티프로 만든 공간이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메모러블 프로그램’은 향을 직접 만들고 조합해보는 과정에서 잊고 있던 자신의 조각들을 찾아보라 권한다. 7가지 베이스 향 중 하나를 고른 뒤, 원하는 느낌을 말하면 조향사가 향을 추천해준다.

 

몇 개의 향을 이리 킁킁 저리 킁킁 맡다 문득 어떤 기억에 사로잡힌다. 『젊은 느티나무』라는 소설의 첫 문장 “그에겐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를 읽으며 상상했던 비누 냄새, 친구가 선물해줬던 핸드크림 향기와 동봉한 편지 같은 것들.

 

그렇게 불쑥 다가온 시간들을 곱씹으며 향료를 어떻게 배합할지 비율을 정한다. 작은 스포이트로 한 방울, 한 방울 기억과 향기를 유리병에 꾹꾹 눌러 담으면 완성.

 

나만의 향기에 에워싸인 채 홍차 한 모금, 마들렌 한 입 머금어 보자. 완벽하게 프루스트적인 하루가 완성될 것이다.

 

ADD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 28길 17-26

TEL 02-742-3552

PRICE 40ml 향수/디퓨져 만들기 5만원, 티팟 홍차 &마들렌 세트 7000원

 

Editor_김슬 dew@univ.me

Photographer_김재기

 


결국 너야 ‘iPhone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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