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이 끝나가던 11월, 낯선 교실 속 난 왕따였다. 나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열 달 정도 다니고, 일반 인문계 학교로 전학을 왔다. 원래 그리 살가운 성격도 아니고, 첫인상도 좋지 않은 나. 그런 애가 외고에서 전학을 왔으니 애들이 좋아했을 리 없다. ‘내신 받으러 전학 왔다’는 소문은 나의 매서운 눈빛, 쉽게 굽히지 않는 태도와 만나 왕따를 탄생시켰다. 난 ‘전학 온 싸가지없는 X’가 되었다. 그땐 ‘나 그런 애 아냐, 나도 너네랑 친해지고 싶어’라고 말하는 게 지는 것 같았다. 싫었다. 시간이 흘러 몇몇 친구가 생겼고, 난 그들과만 대화하고 웃었다. ‘전교생 중에 진짜 날 아는 건 너네뿐이니까.’

 

그렇게 곁에 남은 그들은 내 유일한 고향 친구였다. 고향 집에 내려갈 때면, 난 둘에게 집착했다. ‘난 너네뿐이니까 우리는 꼭 만나야 한다. 너넨 날 이해해줘야 한다’는 식. 그런 관계는 곪을 수밖에 없었다. 내 인간관계는 늘 그런 식이었다. 언제나 사람을 배척하고 믿을 만한 사람 몇몇만 찾아 매달리는.

 

 

스무 살의 2월, 졸업식이 끝난 후 ‘싸이월드 일촌’을 정리했다. 두어 명 빼고 모든 고등학교 친구와 일촌을 끊었다. 후련했다. 대학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를 두어 명 만들고 나머지에게서 등을 돌렸다. ‘나와 맞을까, 안 맞을까’를 첫인상과 술자리 몇 번으로 확인하고, 내 사람이 될만한 이를 추렸다. 모든 이와 두루두루 친한 사람은 가식쟁이 같았다. 계산적인 관계, 어차피 시간 지나면 다 떨어져 나갈 사람에 에너지를 쏟는 게 한심해 보였다. 누군가 내게 먼저 친해지고 싶다고 다가오면, ‘쟤는 무슨 꿍꿍이일까’를 먼저 고민했다. 그땐 그게 남보다 현명한 거라 생각했다.

 

여전히 ‘내가 옳다’고 믿고 살던 어느 날, 가장 친한 대학 친구가 내게 절교를 선언했다. 수업도 같이 듣고, 공강 시간도 함께 보내고, 밤엔 늘 둘이서 술을 마셨는데. 그런 그녀가 이제 보지 말자고 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난 애인과 헤어졌을 때보다 더 슬프게 울었다. 내 일부를 잃은 느낌이었다. 친구가, 누구보다 나와 잘 맞았던 그녀가 나를 떠난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평소 우리 관계를 처음부터 돌이켜 생각했다. 내가 그녀에게 말하는 방식, 우리가 싸우고 화해했던 방식, 그녀가 내게 서운함을 내비쳤던 순간. ‘그녀와 나’의 문제는 점점 ‘나와 수많은 타인’의 문제로 확장됐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친구를 대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았다.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지 않았던 왕따에 대한 기억도 트라우마였다.

 

그들의 눈치를 보고, 내가 힘들게 맞춰준다 여기고(어쭙잖은 피해의식이 생겼다), 결국엔 ‘우린 잘 맞는 친구’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들을 힘들게 했다. 그리고 ‘우린 잘 맞아’라고 착각했다. 다만 그 중심에는 ‘우리’가 아니라 내가 있었다. 나를 위한 친구, 나를 위한 관계, 내게 상처 주지 않는 내 사람. 몇 없는 친구에게 나만의 ‘관계 유지 방식’을 강요하지 말았어야 했다.

 

 

두 달 후, 다신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차갑게 돌아섰지만, 맥주 몇 잔을 마시고 다른 친구에게 ‘내가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다른 친구의 전화를 받고 나는 바로 달려나갔다. 처음 삼십 분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꺼낸 ‘잘 지냈냐’는 말에 세상이 무너진 듯 울어버렸다. 사람 많은 학교 앞 맥주집에서,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장면처럼.

 

우리는 그날 ‘잘 맞는’ 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서로 주고받은 상처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얻었다. “우린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보고싶고, 서로 곁에 있길 원한다”는 것. 친구니까. 그녀와 내가 다시 만난 이유는 그게 전부였다.

 

 

illustrator l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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