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새로운 감정 반응 버튼을 추가했다. 마케팅 광고나 공감의 척도였던 ‘좋아요’가 생긴 지 12년 만의 일이다. 좋아요 수가 병원의 우수성에 비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소셜 미디어의 기축통화로 자리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새로운 5가지 버튼을 추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좋아요 만으로는 부족해

좋아요는 있는데 싫어요가 왜 없냐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있었다. 페이스북은 이런 요구를 애써 무시해왔는데 기업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광고 수익을 보면 생각 안 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긴 하다.(2015년 3분기 순 이익이 1조원!)

 

네이트판, 네이버 게시판, 오늘의 유머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예전부터 추천/비추천 버튼이 있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려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마주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싫어요’ 버튼이 없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사용하려면 부정적인 표현은 자제하는 게 나았다.

 

이걸 원한 사람이 많았을텐데

 

이런 입장을 고수하던 페이스북은 작년부터 Dislike(싫어요) 대신 5가지 반응을(처음엔 6가지) 시험해보기 시작했다. “좋아요와 싫어요로 이분화되는 반응은 광범위한 이야기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하며 Love(최고예요), Haha(웃겨요), Wow(멋져요), Sad(슬퍼요), Angry(화나요)로 Like(좋아요)를 포함해 총 6가지 반응을 오픈했다.

 

의학자 폴 에크만이 인간의 감정을 기쁨(joy), 슬픔(sadness), 분노(Anger), 공포(Fear), 혐오(Disgust), 놀람(surprise) 6개로 분류한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인간 본연의 감정보다 게시물에 대한 반응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편하게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말이다.

 

최종 아이콘

 

하지만 속내는

페이스북이 반응을 추가로 만든 근본적인 이유는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페이스북에 6가지 반응 정보를 제공하게 될 거다. 오픈한 첫날부터 좋아요 외에 다른 반응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직은 좋아요가 월등히 많지만 세계 최고의 데이터 센터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이니만큼 다른 반응 분석도 금방 해낼 거다.

 

지켜보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은 좋아요 만으로도 정치 성향, 인종, 성적 취향을 꽤 정확하게 구분해 낸다. 광고를 집행할 때도 옵션으로 세부적인 타겟을 정한다. 나이, 지역, 출신 학교, 정치 성향까지 거의 모든 특성을 겨냥할 수 있다. 소름 돋을 정도다. 이렇다보니 추가된 5개 반응이 어떻게 사용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게시글을 봤다는 걸 알리거나, 공유의 목적이 있어서 ‘좋아요’를 눌렀다 치자. 추가된 5가지 반응은 좋아요보다 적극적인 감정 표현이다. Like 보다 Love나 Wow를 누르는 일은 좋아요보다 확실히 귀찮은 일이니까. 적극성의 정도에 따라 감정 버튼에 가중치가 매겨지고 분석된 데이터는 광고 집행에 쓰이게 된다. “좋아요 좀 부탁해요” 말고 “웃겨요를 눌러주세요.” 라는 글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웃음충, 분노충

 

빅브라더가 되려는 페이스북?

2012년 1월에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의 소식이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 수 있을지 실험하기 위해, 155,000명의 뉴스피드를 조작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뉴스피드에 우울한 소식이 노출 될수록 사용자의 감정도 우울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페이스북이 마음만 먹으면 감정을 컨트롤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실험을 진행한 데이터과학자 아담 크레이머는 “우리는 사람들이 친구들의 행복을 보고 더 우울해지고, 결국 페이스북을 떠나게 된다는 말이 정말 사실인지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부분은 해명하지 않았다. 아니, 실은 해명할 필요가 없었다. 페이스북 가입 조항에 ‘사용자가 데이터 분석에 이용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거 말고도 더 있다

 

2011년 오스트리아 법대생 막스 슈렘스(27)는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자신의 정보를 요청했다. 우편으로 받은 내역이 무려 수천 페이지에 달했다고. 문서에는 내가 쓴 글 뿐만 아니라, 사진, 대화는 기본이고 어느 지역에서 어떤 IP로, 언제 접속했는지까지 적혀 있었다. 2013년에는 매튜 캠벨이 “페이스북이 사용자 메시지를 검색한 정보를 광고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다.

 

페이스북이 우릴 지켜보고 있다. 사용자의 감정을 세분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천재 사업가의 머릿속에 상업성이 없는 개혁이란 있을 수 없다. 주커버그의 강연과 공익사업은 멋있지만, 사용자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비도덕적 실험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감정은 바로 표출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한다. 다만 페이스북에 표현하는 감정은 다르다. 내 감정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이 ‘빅 브라더’가 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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