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이 예의란 말은 친구들끼리 농담할 때나 쓰는 말인 줄 알았다. 눈썹을 그리지 않고 나온 날, “내가 예의가 없네”라며 장난스럽게 자조하거나 아이라인을 그리지 않은 눈을 ‘예의 없는 눈’이라고 부르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어떤 친구는 새내기를 벗어날 무렵, 이제는 선배답게 화장을 좀 하고 다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화장이 어려워 매번 민낯인 친구는 사회에 나가면 화장을 해야 하니 미리 연습을 좀 하라는 조언(?)도 들었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친구는 대놓고 ‘화장은 일종의 예의’라는 말을 들었다고……진짜? 예의?

예의(禮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예절과 의리,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

예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덕목이다. 지키지 않으면 사회적, 윤리적 지탄을 받는다. 처음 본 사람에게 욕하지 않기, 쓰레기 아무 데나 버리지 않기 따위처럼 말이다. 화장은 어떨까? 하지 않는다고 사회적, 윤리적 지탄을 받아야 할까?

 

‘화장=예의’ 공식에 반대하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화장을 하는 사람, 못 하는 사람, 안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결론은 같았다. 화장은 개인의 취향과 선택일 뿐 ‘예의’는 아니라는 것.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Y양.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피부 트러블 때문에 못해요.

 

한때 화장품 한 번 잘못 썼다가 얼굴이 뒤집혔다. 얼굴에 울긋불긋 트러블 꽃이 피었고 옷깃만 스쳐도 후끈후끈 따갑고 아파 한참을 고생했다. 그 이후로 나는 기초 화장품을 아주 세심하게, 최소한으로 고르고 기초화장 외에 얼굴을 덮는 화장은 하지 않는다. 덕분에 트러블은 거의 사라졌다. 대신 끈질긴 질문이 들러붙었다. “화장 왜 안 해?”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저런 질문이 달갑지는 않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걸 하지 않는 사람, 혹은 하지 못하게 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내게 맞지 않는 액세서리 중 하나를 내려놓았을 뿐인데 말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내 사정을 듣고 나서도 ‘그래도 사회인이니 어느 정도는 해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참나, 내 얼굴에 지분이라도 있으신 건지. 피부과 치료비가 얼마나 비싼 줄은 아세요?

 


H양, 화장? 노관심!

 

고등학교 때 나는 화장에 관심이 1도 없었다. 친구들은 대학에 들어가면 달라질 거라 했지만, 졸업이 1년 남은 지금도 화장에 관심이 없다. 여전히 화장과 화장품을 잘 모르고 굳이 배우고 싶지도 않다.

 

내 취미는 사진이다. 하지만 사진에 관심이 없고 굳이 배우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다. 화장도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그들에게 왜 사진을 찍지 않냐고 묻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게 왜 화장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저 관심이 없다고 하면 그들은 꽤 높은 확률로 오지랖을 드랍한다. 왜 없냐고? 그냥 없다니까… 화장하지 않으면 예쁘지 않다고? 나는 남들의 미적 기준에 맞춰 살고 싶지 않다. 예의 없어 보인다고? 민낯이 예의 없는 거라고 대체 누가 정했나. 깨끗하게만 다니면 됐지. 남의 얼굴을 멋대로 판단하는 사람이 더 무례하다.

 


K양, 연한 화장이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나는 매일 화장을 한다. 그런데 매일 이런 말을 듣는다. “다 한 거야?”

 

다 한 거다. 나는 한 듯 안 한 듯한 화장이 좋다. 그래서 그냥 연하게 하고 다닌다. 그런 내가 화장에 대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좀 더 하면 예쁠 텐데”다. 못생겼다고 한 것도, 화장 좀 하고 다니라고 한 것도 아니지만 불쾌하다. 언젠가 “저는 연한 화장이 좋아요”라고 대답했다가 “자기 얼굴에 자신 있나 봐”라는 개소리말을 들은 적 있다. 아쉽다. 그 때 “당연히 자신 있죠!”라고 대답했어야 했는데. 젠장.

 

진한 화장을 좋아하는 사람도, 연한 화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화장은 내 만족을 위해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타인의 취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예의다.

 


M양, 화장하기 귀찮아요.

 

나는 화장이 귀찮다. 아침에 화장하느니 잠을 좀 더 자고 싶다. 나더러 ‘게으르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입냄새를 풍기는 것도, 불결하게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화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유난히 ‘게으르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화장을 예의 혹은 의무 쯤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 필요한 것은 깨끗이 씻고 깔끔하게 다니기, 할 일 잘하기 같은 것들이지 예쁘게 보이기는 아니다.

 

게다가 화장은 여자들만 지켜야 하는 예의다. 남자들은 깔끔하게만 하고 다니면 되는데 여자들은 왜 당연히 화사하고 생기 있어 보이기까지 해야 하나. 특정한 이미지가 필요한 직업들이야 그렇다 쳐도, 여자들도 깔끔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 그 다음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예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덕목을 말한다. 화사함과 아름다움은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덕목이 아니다.


editor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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