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원순씨의 고민 상담소

“금사빠라서 힘들어요.” “대머리예요.” “친구가 뒤에서 욕을 해요 ㅠㅠ” 오늘도 속상한 일 많은 우리에게,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민을 들어주러 왔다. 고민을 쭉~ 털어놓았더니 원순씨가 말한다.

 

“괜찮아. 나도 그래!”

 


 

 

1. 어른 되기 싫어요

‘아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 취준생이에요.

평소 하고 싶은 말 하고, 보고 싶은 만화책 보고, 자고 싶을 땐 자는데요.

지금 생활이 너무 좋아요. 친구들은 이런 저를 ‘솔직하다’며 귀엽게 봐주고요.

하지만 취업을 준비하다보니 어른이 되어야만 할 것 같네요.

‘다나까’ 체로 말해야 하고, 싫은 것도 티내면 안 되고…. 어른스럽다는 건, 덜 솔직해지라는 뜻이에요?

어른스러운 게 솔직하지 않다는 뜻이라면, 전 그 말에 반대해요.

 

Q. 서울시장은 어른스러워야 할 자리 같아요. 모든 감정을 드러내선 곤란할 것 같거든요.

 

A. 어른스러운 게 솔직하지 않다는 뜻이라면, 전 그 말에 반대해요. 자기 생각과 자기만의 것을 지켜야죠. 요즘은 튀는 사람을 나쁘게 보지 않아요. 아까 (서울시립대) 졸업식에서도 상 받은 졸업생이 “와아~” 소리를 질렀는데. 나빠 보여요? 솔직한 자기감정을 드러내는 건데. 물론 조직에 몸담기 위해 맞춰나갈 부분은 있지만, 함께 하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아야죠.. 억지로 어른스럽게 말하거나 밉보일 것을 두려워하면 오히려 어색하고 평범해지는 것 같아요.

 

 

2. 저 대머리 되면 어떡해요?

25살 남잔데 머리가 자꾸 빠집니다.

1~2학년 때까진 훈남 소릴 종종 들었는데, 서서히 머리가 빠지더니 정수리에 살이 보여요.

대머리인 아버지를 보면서 조금씩 숨통이 조여 옵니다.

비니 없이는 밖에도 못 나가고 있어요. 결혼도 못하고 취업도 못하면 어떡하죠?

 

대머리지만 멋있는 율 브리너 같은 배우도 있고. 얼마나 멋져요.

 

Q. 대머리로 고민하는 남학우가 있는데요. 왠지 시장님이 잘 대답해주실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A. 이건 내가 답할 수 있겠네요.(웃음) 비슷한 경험이 많았거든. 믿기지 않겠지만 저도 원래 머리숱이 많았어요. 이마가 안 보일 정도였죠. 그런데 어느 샌가 머리 감을 때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졌고, 그 뒤로도 한 주먹씩 계속 빠졌어요. 이제 답을 드릴게요. 어떤 분이 저를 보더니 “박 변호사, 머리를 싹 밀어봐”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말해준 분은 빡빡 밀어도 멋졌어요. 그런데 그러고 다니기가 조금…. 허허. 그래도 대머리지만 멋있는 율 브리너 같은 배우도 있고. 요즘은 건축가나 디자이너 가운데도 밀고 다니는 사람 많잖아요. 얼마나 멋져요.

 

Q. 누구나 민머리를 소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A. 머리 밀기가 그렇다면 저처럼 흑채 치고 다니면 돼요.(웃음)

 

 

 

3. 이미지 관리가 힘들어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21살 여대생입니다. 대학 친구들은 제가 활발한 줄 알아요.

쿨 하고 시원시원해 보이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하거든요.

어색한 침묵이 싫어서 일부러 시끄럽게 떠들고, 소심해 보일까봐 상처받은 티도 안 내요.

집에 올 때쯤이면 진이 다 빠지네요. 이렇게 1년을 보내니까 내가 누구인가 싶어요.

제가 구질구질하게 보이면 시민들이 창피해할 수도 있잖아요.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이라면 괜찮아요.

 

Q. 정치인에게도 ‘이미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교적이거나 점잖게 보여야 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시장님은 그런 날 없으세요?

 

A.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예요. 전형적인 AA형이거든요. 사람들 앞에 서면 가슴이 뛰어서 힘들었어요. 고등학생 땐 일부러 웅변 반에 들어갔고. 노력하다 보니까 조금씩 나아졌죠.

 

Q. ‘나답게 살아도 괜찮다’는 말이 많잖아요. 그런데 왜 일부러 웅변 반에 들어갔어요?

 

A. 발표도 해야 하고, 여학생도 만나야 하니까.(웃음) 살다보면 남 앞에 서는 일을 피할 순 없어요. ‘신언서판’이란 말이 있는데, 지식인의 요소였대요. ‘자기 몸 가꾸기’, ‘말을 조리 있게 잘하기’, ‘글을 잘 쓰기’, ‘판단을 정확하게 하기’. 필요하다면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해야죠. 물론 옛날엔 저를 가꾸지 않았어요. 잘 안 씻던 시절도 있었고요. 그래도 요즘엔 아침에 일어나면 몸을 깨끗이 하고, 머리도 감고, 흑채도 뿌려요. 시민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제가 구질구질하게 보이면 시민들이 창피해할 수도 있잖아요. 가꾼다고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웃음)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이라면 괜찮아요.

 

 

 

4. 금사빠라서 걱정이에요

쉽게 사랑에 빠져서 고민인 여대생입니다.

제 스타일인 선배가 있으면, 수업들을 때도 집중을 못해요.

얼마 전에도 카페 알바 오빠한테 전화번호 물어봤다가 친구들에게 욕 먹었는데요.

다들 “너 눈 낮다”, “겉모습만 보고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면서 걱정해요. 이런 제가 이상한가요?

너무 쉽게 감동해버려요. 전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해요.

 

 

Q. 금사빠에, 썸 타다가 진짜 사랑을 못 찾았다는 이들에겐 어떤 말씀을 해주시겠어요.

 

A. 저도 ‘금사빠’예요.

 

Q. 아….

 

A. 너무 쉽게 감동해버려요. 배우자에게도 그렇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래요. 젊은 시절에는 내 반쪽이 우주에서 보내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죠. 지금의 아내를 만난 지 딱 3개월 만에 결혼했고.(웃음) ‘금사빠’가 나쁜가요? 모래알 같이 많은 사람들 중에 만났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인연이죠. 서로 사랑하고 우정을 나눌 필연적인 이유가 되고요.

 

Q. 시장님도 ‘금사빠’라고 하셨는데, 최근엔 누구에게 금세 사랑에 빠지셨어요?

 

A. 정말 많아요. 오늘 서울시립대 졸업식에서 만난 친구들에게도 그래요. 전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해요. 서울 시민들은 저를 두 번이나 뽑아줬잖아요. 밖에서 보면 서울시장이 특별해보일지 모르겠지만, 전 사실 특별할 게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저를 뽑아준 사람들을 안 믿을 도리가 있나요.

 

 

5. 절친이 제 흠을 들추고 다녀요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친해진 동기가 있어요.

같이 있으면 죽이 잘 맞아서, 평생 친구를 만난 줄 알았는데. 이 친구가 제 뒤에서 험담을 했더라고요.

나쁜 얘기를 주도하는 건 아니지만, 제 욕을 하는 무리들 속에서 맞장구를 쳤대요.

예전인 싫은 말을 들으면 세상이 다 무너지는 기분이었는데,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진실은 알려져요.

 

Q. 평소 사람을 많이 만나는 정치인이라면, ‘내 사람’이라며 신뢰하는 이들이 있을 것 같아요. 친구인 줄 알았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경험은 없는지요?

 

A. 예전엔 싫은 말을 들으면, 세상이 다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긴 시간을 놓고 보면 진심은 알려져요. 한 순간의 말 한 마디에 좌우되지 않는 꾸준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기 일에 몰두해버리면, 다른 나머지는 작게 보이고요. 저는 그렇게 몰두하면서 싫은 일을 잊어버려요. 원래 가까이 있는 사람들끼리 다투는 경우가 많죠. 싸우다 보면 작은 싸움이 큰 싸움 돼요.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그래서 자기 마음에서 소화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좋아요.

 

 

 

6. 제 등록금은 왜 반값이 아니에요?

2년 전 아버지가 퇴직하셨어요.

집에서 고정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이제 없는데, 학자금 대출 지원을 많이 받지 못했어요. 집이 있기 때문이래요.

그렇다면 저는 집을 팔아야 돼요? 이게 무슨 반값등록금이죠?

 

학생들이 고통 받고 부모님들 허리가 휘는데, 이런 상황에서 반값 등록금에 반대하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아요.

 

 

Q. 시장님은 취임한 뒤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췄어요. 하지만 많은 이들은 서울시의 반값등록금 정책과, 정부의 정책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A. 서울시립대학교의 반값등록금은 확고해요. 부모님이 어떠하든, 재산이 어떠하든, 본인이 어떤 신분에 있든 반값등록금이에요. 단순하게 하면 될 일을 왜 복잡하게 해야 하죠?

 

Q. 시장님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학생들이 고통 받고 부모님들 허리가 휘는데, 이런 상황에서 반값등록금에 반대하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아요. 더 나아가서 온전한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보고요. 선진국에선 많이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우리도 세금을 걷을 만큼 걷는데 왜 못하겠어요.

 

Q. 사립대학에서도 서울시립대 같은 반값등록금이 가능하다고 보세요?

 

A. 민간에서 하는 일에 국가가 다 개입할 순 없지만, 민간 대학의 경우에도 재정 적립금이 많아요. 학교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정부가 보조한다면, 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봐요. 그리고 반값등록금은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자기 성장에 노력할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에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7. 쉬면 불안해요

전 늘 바빠요. 영어토론동아리, 주식동아리, 기업 서포터즈, 교육 봉사까지….

쉴 새 없이 바쁘지만 취업 못 할까봐 걱정이에요.

다들 스펙이 워낙 좋으니, 따라가지 못할까봐 걱정되고요.

저 잘하고 있는 걸까요? 이것저것 다 잘 하려다보니 제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Q. 쉬면 불안한 20대에겐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A. 바쁘고 불안한 거 나쁘다고 생각 안 해요. 자기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거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 뒤꽁무니를 쫓기만 하다보면 내가 어디로 가는지를 몰라요. 그럴 땐 가만히 주저앉아서 이 길이 맞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급하게 갈 이유는 없어요. 저도 고등학교 시험에 떨어져서 재수를 했거든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잘렸고, 상당한 시간을 방황하는 데 썼어요. 감옥에 다녀왔더니 갈 데도 없고. 하지만 고민과 방황은 꼭 도움이 되니까 초조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Q. 요즘에는 ‘노력충’이란 말이 나와요. 다들 노력을 중시하다보니까, 반감이 커져서 나온 말이에요. 그리고 일본의 얘기를 꺼내보면, 거기 젊은이들을 ‘득도한 세대’라고 말하잖아요. 사명감보다는 자기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이죠. 시장님은 지금껏 공익을 위해 애써왔는데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A. 충분히 공감해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행복을 우선하죠. 다만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옆 사람이 굶고 있는데 나만 잘 먹으면 행복일까? 나 혼자 비단 옷 입는 게 행복은 아니더라고요. 변호사란 직업을 버리고 시민운동을 시작했어요. 남의 행복을 지키면서 내가 행복해지는 경험을 했고요. 결국은 깨달았어요. ‘남을 위한 것은 결국 나를 위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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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er 배승빈

Illustrator 유승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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