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2월 밤. 서울의 한 여자대학 근처를 걷고 있었다. 길 한복판에 대문짝만하게 쓰인 ‘여성안심귀갓길’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위험한 길임을 직감했다. 진짜 안전한 곳이라면 광고할 필요가 없다. 나는 좁은 골목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날이었다. 밤 골목을 걷던 중 시야 45도쯤에서 핑크핑크한 기운이 느껴졌다. 분홍빛의 거대한 덩어리 같았다. 그 남자는 춥지도 않은지,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았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잘라버린다’ 혹은 ‘사진 찍습니다, 하나 둘 셋!’ 다 부질없었다. 생면부지의 남자와 나는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말로만 안심 길은 아닌가 보다. ‘여성안심귀갓길’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도 내려준다. 물론 밤 10시부터 막차까지만 가능.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마을버스를 타 봤다. 주택가로 접어들자 방송이 나왔다. “다음 정류장부터 ‘여성안심귀갓길’입니다.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도 하차하실 수 있습니다….”
방송을 들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기사님에게 다음 정거장과 그 다음 정거장 사이에 세워달라고 했다. 버스는 그곳에 멈췄다. 길은 어두웠지만, 정류장에서 집이 먼 사람에겐 유용할 것 같다. 포돌이 아저씨도 순찰을 빡세게 본다고 한다.
2013년에 생긴 ‘여성귀가안심서비스’. 나는 왜 미처 몰랐을까. ‘120’에 전화하면 밤 10시~새벽 1시에 여성봉사자가 2인 1조로 집 근처까지 데려다준다.
월요일 밤 11시 20분쯤 나도 신청해봤다. 우리 집은 서대문역에서 15분 거리. 길은 꽤 어둑하다. 상담사는 종합상황실로 연결해줬다. 하지만 “월요일은 12시까지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능 인원이 없어서 죄송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1시까지 한다면서….
게다가 서대문역은 서대문·종로·중구의 경계선이라, 지원 인원이 적다고 했다. 중구와 서대문을 가로질러 결국은… 혼자 걸어갔다.
Photographer 조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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