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밤이 있다. 평소처럼 똑같이 불을 끄고 누워 잠을 청했는데 머릿속 스위치가 도통 꺼지지 않는 밤. 하루 치의 피로가 이불처럼 내 몸을 감싸고 있는데 정신은 괴롭도록 또렷하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자세를 바꿔 봐도 잠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만 하고, 뻘처럼 질척한 어둠만 눈앞에 들러붙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이런밤이있을거다.

 

잠이 들려는 노력이 실패하고 오지 않는 잠으로 인한 짜증도 잦아들 때쯤이면, 머릿속은 독백의 무대가 된다. 그 순간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자신감을 북돋는 자리로 바뀔 수 있다면 불면도 썩 나쁘지 않겠다. 하지만 검은 무대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지금의 내 삶과 너무 닮아 있어서, 그간 안고 있던 고민거리들이 품에서 후두둑 쏟아져 나온다. 불안이 짙어질수록 신기하게도 머릿속은 맑아져서, 차라리 잠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여, 진청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뮤지션 김윤아의 곡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중 한 소절이다.(동명의 영화도있다.)비단불면의 밤뿐만이 아니다. 내가 허점을 드러내는 모든 순간에, 불안은 내 영혼을 잠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옅게 술이 취한 저녁이나 엄마와 짧은 다툼을 한 아침, 어쩌다 잘못 탄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속상하거나 무기력한 마음은 소리없는 울음으로 번지고, 한없이 길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남기는 건 불안 뿐이다.

 

나는 왜 불안해야 하는가. 나는 왜 ‘이만큼이나’ 불안해야 하는가. 어릴 때는,내가 가진게 없어서라고 답했다. 아는 게 없어서, 이뤄놓은 게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내가 디딜 땅이 얕고 좁아서 그렇다고 여겼다. 바라는 게 조금이라도 이뤄지면 괜찮아질 거라고, 목표에 가까워 질수록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스무 살 무렵 내 다이어리는 누구보다 빽빽했다. 일정표에 동그라미 치는 것이 큰 기쁨이어서, 하나의 목표도 작은 목표로 세분화 해서 써 놓을 정도였다. 그렇게 하면 동그라미 칠 기회가 더 많아지니까. 하지만 그래도 쉽사리 만족할 수 없었다.뭔가를 하고 있어도 불안했다. 이번에는 목표의 종류를 늘려갔다. 세상에 좋아 보이는 것들은 참 많았다. 남들이 다 하는 건 나도 해봐야할 것 같았다.

 

별 재능이 없는 일인데도 작은 기회가 생기면 놓치기 아까웠다. 하고 싶었던 것에는 나보다 먼저,나보다 더 많이 성공한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 학점을 4점대로 유지하는 것,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것, 알바와 인턴에 도전하는 것,친구들과 밴드를 하는 것,글을 계속 쓰는 것….뭐 하나 놓지 않아서 더 엉망이었다. 늘 남들의 평가를 신경 썼지만, 나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실은 몸이 아니라 마음만 바빴고, 금세 지쳐서 도망치기 일쑤였다. 술과 사람, 연애에 많이 기대고 숨었다. 알고 보면 뭐, 요즘도 다르지 않다. 그것들은 ‘지금’ 만 보게 해주니까. 어쩌면 그쪽이 더 맞는지도 모른다. 있을지도 모르는 미래 같은 데 매달리느라 괜히 마음을 벼랑 끝으로 내몰 필요 없이, ‘지금의 나’ 만으로 존재하는 것.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 또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사랑을 하고 그랬다.

 

 

제목도 매력적인 책 『육체탐구생활』의 저자 김현진씨도 나처럼 술 많이 마시는게 고민이었나보다. 어쩌면 그게 아니라 술을 자꾸 마시게 하는 현실, 그 불안이 더 고민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보니 아주 부러운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그녀가 자주 다니던 약수동 ‘나주 순대국’ 가게의 할머니 이야기였다. 아마도 무슨 괴로운 일이 있었거나 괜스레 복잡할 때 순댓국 집을 찾았을 것이다.

 

그녀가 자리에 앉아 “저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요” 하고 자책하고 있으면 할머니가 “아가, 들어갈 때 실컷 마셔라, 거시기 쪼끄만 것들이 뭐라뭐라 시벌시벌 떠드는 거는 신경도쓰지 말그라잉” 하면서 그녀가 좋아하는 돼지 간을 척척 썰어 더 얹어줬단다. 그 말이 뭐라고 책을 읽던 나는 눈물을 왕,터트렸다. 여든 넘은 할머니 앞에서는 그녀도 나도 ‘아가’이고, 술 들어갈 때 실컷 마실 나이이고,뭐라 뭐라 떠들어 대는 것들에 매일 흔들릴 때이다. 하물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20대 독자들은 어떠랴.

 

 

물론 우리의 불안은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니다.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을 읽다 이런 문장을 봤다. “불안도 종류에 따라 쓸모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행이네. 가슴을 쓸어내렸다. 알랭 드 보통의 말을 찬찬히 들어 보면 골자는 이렇다. 타인이 가타부타 정하는 기준으로 불안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것. “우리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이 진정으로 무서워할 만한 것인지 자문해보라는 것이다.”

 

세상엔 수많은 불안이 있고, 우린 그중 여럿을 통과하며 살아가야 한다. 가끔은 발목을 잡히기도 할 것이다. 대인배도 현자도 못 되는 터라, 불안을 아주 떨쳐버리지 못하고 사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겠지? 괜찮다. 불안에 오들오들 떨더라도, 결국 그게 각자의 원동력이 되어 어느 날엔가는 온기를 가져다주길 바란다.

 

그 때까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 우리의 불안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 이게 정말 나의 불안인지, 누군가가 내게 던져놓고 간 불안은 아닌지. 그 생각만 놓지 않는다면 우린 아직 괜찮다. 좀 더 불면의 밤을겪고 술도 많이 마시고 깨지고 부서지고 하면서 살아도 된다. 오로지 우리 자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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