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학기 때 미팅이 제일 많이 들어와. 중간고사 시작하기 전에 달려.
새터에 갔는데 선배들이 진심 어린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이었다. 3월은 남자든 여자든 미팅 의욕을 불태우는 시즌이다. 그래서 미팅 경력 N년차 언니가 준비했다. 주선자들의 걱정을 덜어줄 미팅 성지들, 신촌 편! 우선, 미팅에 적합한 술집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까다로워보이지만, 이런 곳이 실제로 있다. 서경덕과 황진이도 붓을 꺾고 2차를 외쳤을 뜨거운 다섯 술집을 소개한다. 미팅 성수기인 3월에 이용하려면 반드시 예약하고 가기를 추천한다.
공간│룸 식
방음│★★★
화장실 │★★★☆
안주 가격대 │1만 6000원~1만 9000원
술 가격대 │소주 4000원 맥주 3000cc 1만 6000원
베스트 안주│나가사끼짬뽕탕, 오돌뼈볶음
특징│모니터로 메뉴 주문, 게임도 가능
방 안 모니터로 안주를 주문하고 계산도 한다. 더치페이 계산기가 있어 카드깡도 필요없다. 스마트 이벤트 모니터에 뜨는 각종 게임, 안주 경매 이벤트로 미팅 초반의 어색한 공기를 정화하자. 장난삼아 하는 계산 몰빵 카드선택 게임도 정식종목으로 채택했다. 안주 양도 만족스럽다. 8명이서 메뉴 2개만 시키고 남은 건 싸 가서 뽀삐랑 나눠 먹어도 될 정도다. 순하리 사과, 브라더소다와 같은 신상 주류도 빠르게 입고돼 ‘새로 나온 술’을 찾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공간│룸 식
방음│★★★
화장실 │★★★★
안주 가격대 │1만 7000원~2만원
술 가격대 │소주 4000원 맥주 2700cc 1만 7000원
베스트 안주│나이스B세트(명품오뎅탕+진오돌뼈&주먹밥)
특징│신촌 미팅의 성지
평일 저녁마다 “아싸 너!” “베스킨라빈쓰 써리~원”하는 샤우팅이 양 옆 방에서 돌비 서라운드로 들린다. 더블더블과 퍼플눈이 동대문 야구장이었다면 오렌지룸은 DDP다. 미팅 장소로 룸 식 술집을 고르는 건 안전하고 좋은 선택이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분리된 공간에서 멤버들끼리 친밀도(혹은 애정)를 쌓을 수 있다. 안주 가격은 싸지 않다. 대신 요리연구가 이혜정과 심영순 여사가 맛보고 스웩을 외칠 퀄리티다. 화장실도 깨끗하고 넓어서 백덤블링으로 들어가도 안 다친다.
공간│개방형, 2층짜리 대형 호프
방음│ ★
화장실 │★★
안주 가격대 │1만 2000원~1만 5000원
술 가격대 │소주 4000원 맥주 3000cc 1만 4000원
베스트 안주│얼큰짬뽕탕+크림소스왕새우튀김 set
특징│가성비 쩌는 안주, 원조 미팅 성지
나의 선배, 선배의 선배도 3월이면 퍼플눈에서 미팅을 했다. 어찌나 역사가 깊은지 개업했을 때 오던 학생들이 연희전문 소속이었다는 소문이 있다. 16학번이 들어온 지금도 이곳은 미팅의 메카다. 2층짜리 200여평 대형 호프라 단체석이 필요한 경우 자주 찾는다. 싸이키 조명과 음향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인근 대학생들이 종종 밴드 공연, 일일 호프 용도로 대관한다. 다만 과 행사가 자주 열리는 편이니 평일 저녁 미팅은 피하자. 야생의 교수님이 출몰할지도 모른다.
공간│개방형과 칸막이석 혼재
방음│ ☆
화장실 │★★
안주 가격대 │5500원~1만원
술 가격대 │소주 3000원 맥주 3000cc 1만 3000원
베스트 안주│챠크라 스페셜(메인 6가지 메뉴+홍합탕/오뎅탕)
특징│초저렴 안주, 정신줄 놓기 좋은 분위기
안주가 5500원부터 시작하니 옆에 대만야시장이나 투다리가 생겨도 끄덕없다. 세트 메뉴로 안주 2개를 시켜도 1만 3000원이 안 된다. 하도 유명해서 신촌 친구에게 “미팅 어디서 많이 해?”라고 물으면 알파고보다 빠르게 이곳을 얘기한다. 그래서 늘 취한 대학생들로 북적이는 호프집이다. 나 하나쯤 취해도 전혀 티가 안 나는 건 큰 장점이다.
공간│ 포차 형식
방음│ ☆
화장실 │★★★(깨끗하나 1인, 남녀공용)
안주 가격대 │7900원~1만 3000원
술 가격대 │소주 4000원 막걸리 한 주전자 7000원
베스트 안주│전주식 한상차림 세트 메뉴(삼계탕+선택 메뉴 2개+술 2병)
특징│푸짐한 안주, 막걸리 마니아의 취향저격
약속을 잡기 전 단톡방에 “다들 막걸리 좋아하세요?^^”라고 슬쩍 물어보자. 우도 땅콩막걸리, 바나나 막걸리 등 전국 팔도의 막걸리는 다 있어서 막걸리 마니아들이 눈을 빛낼 것이다. 전주식 한상차림을 시키면 삼계탕이 기본 안주로 나온다. 메밀 전병, 오징어데침 등 막걸리와 찰떡 궁합 메뉴들 중 2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2만 5000원. 사장님 땅 파서 장사하는 수준이 굴삭기 급이다. 미팅 때 무슨 막걸리냐고? 파전집에서 미팅해도 될놈될이더라ㅋ
Photo_윤정욱(cherrylig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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