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의 그 남자를, 페이스북으로 찾아냈다. 눈동자를 살짝 덮고 있는 곱슬머리와 장난스러운 입꼬리가 변함없었다. 처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그때, 나는 열여덟이었다.

 

발리에 도착한 첫날, 밤에 클럽으로 향했다. 그날 밤 만난 것은 우아한 스트립 댄서와 서로 다른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흔들리는 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음 날에는 친구들과 해변에서 자전거를 탔다. 길게 뻗어 있는 해변을 앞만 보고 달리다가 돌아가는 길을 잃어 버렸다. 그때 스물두 살 didi를 만났다.

 

그는 친구들을 찾아주겠다며 활짝 웃었다. 눈에 뭐가 씌였는지, 잠깐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의 히스 레저와 그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일하는 곳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오토바이 뒷좌석에 올라탔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내내 옅은 갈색 곱슬머리가 볼을 쓰다듬었다.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자전거를 타고 헤매고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 그는 자신이 일하는 관광안내센터 위치를 알려주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게스트 하우스에서 쉬고 있겠다고 말한 뒤에 그가 일하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didi의 친구들을 만났다. 발리에 놀러 왔다가 해변이 좋아서 눌러 살게 되었다는 독일 여자와 유쾌한 영국 남자 두 명 그리고 인도네시아 남자 세 명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작은 승합차를 타고 클럽으로 향했다. 그날 갔던 클럽 한 가운데에 수영장이 있었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댄서들이 일렬로 서서 춤을 췄다. 내 앞에서 춤 추는 남자를 바라봤다. 갸름한 얼굴을 덮고 있는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마다 담배 냄새가 났다.

 

우리는 1층 카페 의자에서 키스를 했다. 첫 키스는 귓가에 종이 울리지도 않았고, 심장이 터질 것 같지도 않았다. 내가 didi에게 못생겼다고 말 할 때마다 그는 나에게 입을 맞추었다. 천천히 포개어지는 입술의 감촉이 좋았고 여기에 눌러살면 어떻게 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우리는 손을 잡고 클럽을 나와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다. 담뱃불이 타들어가는 내내 내가 좋아하는 음식, 색깔, 노래 그리고 발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I can not sleep thinking about you.” 인도네시아를 떠나는 날까지 휴대전화로 문자를 나눴다. 그는 내게 계속 물었다. 발리에 언제 올 거냐고.

 

4년이 지났다. 그는 지금도 나의 히스 레저일까? 페이스북에서 그를 찾았다. 반가운 마음에 메시지를 보냈다. “오랜만이야.” 그는 고장난라디오처럼 4년 전과 똑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I can not sleep thinking about you.”

 

그는 여전히 곱슬머리였고 옅은 갈색 눈동자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더 이상 나 때문에 잠 못 이룬다는 말이 로맨틱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4년 전 내게 특별했던 그날은, didi에게도 특별하게 기억되는 날이었을까? 그렇다면 그렇게 쉽게 “너 때문에 잠 못 이룬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는 내게 또 물었다. 발리에 언제 올거냐고. 나는 히스 레저를 놓아줘야 할 때임을 알아차렸다

 

스스로 지난 일들을 미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게 낯설었던 첫 여행, 첫 키스, 처음 듣는 음악은 모두 현실이 아닌 환상으로 얼룩져 있었다.

 

나는 여전히 모든 처음에 의미를 부여하고 아파하고 후회한다. 하지만 더 이상 환상의 섬 속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흘러간 기억 사이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나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문예창작과 학생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모 대학의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다. 고등학교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글을 못 쓴다는 걸 깨달았다는 정도, 그것뿐이다.

 

언제나 지나간 시간에 얽매여 나아가지를 못했다. 안녕 didi, 더는 너의 이야기를 안주거리 삼지 않을게. 너와의 첫 키스는 아주 오래전 별이 되었을 거야. 나는 이제 한 여름 밤의 꿈이 아닌 내 꿈을 꾸려고 해.


윤소진은?

소빵: 겨울에는 꼭 유럽에 가겠습니다.

 

 

Freelancer_윤소진 leeun0651@naver.com

Illustrator_전하은

 

20대라면 누구나, 칼럼 기고나 문의는 ahrajo@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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