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이 녹는다, 샤랄랄라
“저… 초밥은 언제 나와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니다. ‘조금만’이라는 말은 믿으면 안 된다.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자리도 비좁다. 포장하러 온 사람은 기다리다가 화가 나서 씩씩거린다. 나도 먹으러 온 건지 굶으러 온 건지 헷갈릴 지경. 하지만 오랜 기다림이 끝나고 초밥이 놓일 때, 그 기분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친구와 나는 1만 3000원짜리 ‘오늘의 초밥’과 1만 6000원짜리 ‘모듬 초밥’을 시킨다.
큼직한 초밥이 6개씩, 2번에 걸쳐 나온다. 참치·연어·광어·연어알 초밥이 그때그때 올라온다. 연어알 초밥을 한입에 넣으니 톡 쏘는 맛이 입안에 감돈다. 배고픔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다 참으면서 42.195km를 완주한 선수의 마음이랄까. 세상엔 좋은 스시 코스 요리도 많지만, 난 일본에 놀러갔을 때마저도 ‘경스시’가 떠올랐다.
Editor 조아라 ahrajo@univ.com
‘단짠’말고 ‘단신’
수능을 치르고 나서 처음 술을 입에 댄 지 10년. 늘 신났고 꽤 자주 취했고 가끔 필름이 끊겼다. 숙취의 사전적 의미를 몸으로 느끼게 된 지 10년. 가끔 토했고 꽤 자주 머리가 아팠고 늘 우울했다. 우울증은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 부족할 때 찾아온다던데, 날 우울하게 만드는 건 대부분 전날 들이부은 알코올이었다.
뒤집힌 위장은 집 앞에서 파는 순댓국이 달래주고,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은 편의점에서 산 헛개수로 분해 가능하다. 하지만 한껏 우울해진 내 마음은 누가 위로해주지? 같이 술 마신 친구의 말은 가뜩이나 아픈 속을 더욱 후벼 팠다. “엄마가 타 준 꿀물 한 잔 마시면 속이 좀 편안해져.” 꿀도 엄마도 없는 자취방에서 나는 홀로 외로이 몇 그릇의 라면을 끓였던가.
그러다 우연히 지하철역 자판기에서 ‘꿀과레몬’을 발견했다. 꿀+홍삼, 꿀+유자, 꿀+헛개 등 수많은 꿀물 중 독보적인 깔끔함! 데우지 않아도 그 맛만으로 따뜻했고 누가 건네주지 않아도 그 황금 빛깔만으로 위로가 되었다. 앞으로도 난 술 마신 다음 날이면 숙취에 시달리고 우울해지겠지만 전날의나를 탓하지 않으리. 달고 상쾌한 ‘꿀과레몬’ 한 병에 우울 따위 날려 보내리.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엄마가 싫어하는 건 늘 맛있다
어디 가서 꿇리지 않는 미식가이지만, 우울할 땐 맛있는 음식을 안 먹으려고 한다. 등심을 먹든, 지우개를 먹든 똑같이 우울한 맛으로 느껴지니. 대신 직접 요리를 한다. 이름하여 진.짬.뽕. 비웃지 말고 조리 과정을 말해줄 테니 잘 들어 보시라.
우선 물을 냄비에 올려놓고, 냉장고에서 다진 마늘을 꺼내 국물에 넣기 좋게 일발장전시킨다. 고추를 물에 씻어 몸통 부분만 큰 칼로 촵촵 썰어놓는다. 조개와 소라 같은 해산물이 있다면 욕심 내지 말고 2개씩만 꺼내놓자. 마지막으로 냉동실에 얼려놓은 파를 꺼내 파기름을 만든다. 이제 세팅은 끝. 준비한 재료와 면,수프를 동시에 넣은 후 80% 정도 익었다 싶으면 계란을 넣고 그 위에 파기름을 얹어(액상 기름 수프 대신) 뚜껑을 닫는다. 정확히 15초 후 뚜껑을 다시 열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이렇게 분주히 요리에 심취하다 보면 ‘내가 뭣 땜에 우울했었는지’ 까먹을 수밖에 없다. 물론 등심과 지우개보다 훨씬맛있는 요리가 내 앞에 준비되는 건 덤이다. 이제 빠른 스피드로 면을 흡입하기만 하면 된다. 우울한 날, 건강 해치는 맵고 짠맛은 진리일지어니!
Editor 이민석 min@univ.me
엽떡 테라피
잡생각이 많은 편이다. 뭐든 심각하게 생각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며,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정하는 게 특기. 그 기분에 둥둥 떠다니며 생각의 골짜기를 더듬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만 머리를 탈탈 비워버리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런 순간 전화할 곳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가. 아저씨, 엽떡 하나랑 주먹밥 하나요.
도착하길 기다리면서 하던 걱정을 마저 한다. 새로운 걱정도 한다. 혼자 사는데 배달원이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지, 소설을 쓴다. 그러다 눈 앞에 커다란 엽기떡볶이 통이 대령되면 그 순간부터 생각이 멈춘다. 말도 잃는다. “쓰으읍… 하!”가 전부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통각에 집중하면 머릿속이 아주 심플해진다.
매우니까 주먹밥을 먹고, 좀 괜찮아지면 떡볶이를 먹고, 다시 매우면 쿨피스를 꿀꺽 꿀꺽. 매운 맛에 신음하다 보면 부대꼈던 머리와 마음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엽떡 테라피’를 끊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덧. 주의할점. 주먹밥은 괜히 파는 것이 아닙니다. 위를 먼저 보호하지 않으면 다음 날 ‘피X’을 면하기 어려울 거예요….
Editor 김슬 dew@univ.me
이게 다 내가 귀여운 탓
우울할 땐 당연히 맥주지만 지면에서 너무 자주 맥주 타령이므로 이번엔 좀 참기로 하고… 두 번째는 역시 매운 음식이지만, 바로 옆에서 엽기떡볶이가 매운맛을 선점해버렸으므로 또다시 생각해본다. 그리하여 우울할 때 세 번째로 생각나는 음식은 단 것… 그중에서도 ‘초코초콜렛’이다!
제주 공천포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카페숑’에서 파는 벨지안 초콜릿 음료는 조금 달콤한 ‘초콜렛’과 더욱 달콤한 ‘초코초콜렛’, 아주 몹시 달콤한 ‘초코초코초콜렛’ 단계별 세 종류로 나뉜다. 나의 선택은 늘 두 번째!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먹어도, 먹는 순간 기분이 +50 업되므로 마치 먹기 전에 우울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여겨진다.
게다가 초코초콜렛 주세요, 라고 말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귀여워지는 것은 덤. 왜 그런 명언도 있지 않은가! 인생이 힘들 땐 역시 내가 좀 귀여운 탓이라고 생각해버리라는. 제주에 있기 때문에 우울하다고 해서 바로 먹을 수 없는 건 함정이지만, 혹시 제주에 가게 된다면 언젠가 우울할 미래의 나를 위해 일단 먹어두자. 우울할 때 꺼내 먹을 수 있는 달콤한 기억이 될 것이다.
Editor 김신지 sirin@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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