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가서 맛있는 고기를 먹어본 기억이 흐릿하다. 플라스틱 접시에 까만 재와 함께 담겨 나온 까만 혹은 핏물이 흐르는 고기들이 방금 먹은 듯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거 덜 익었어” 라고 말하려 고개를 돌려보면 남자 동기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2,30명의 고기를 굽고 있었다. 배고프다는 아우성에 눈치까지 봐 가면서. 어두우니까 뭐 괜찮겠지(응?) 하며 그냥 먹었다.
지금도 탄 고기를 씹고 있을 안타까운 학우들을 위해 캠핑 마니아, 펜션집 딸, 캠핑식당 사장님을 총 동원해 고기 잘 굽는 팁을 모아봤다. 실제로 이대로 구워보니 맛있더라.
제발 삼겹살 말고 목살 사라. 삼겹살은 기름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불꽃이 확 일어난다. 그러면 어떻게 되냐고? 탄다. 새까맣게 탄다. 캠핑 갈 때도 삼겹살은 왠만하면 안 들고 간다.
정육점에서 바비큐용으로 달라고 하면 목살을 두툼하게 잘라준다. 10mm~12mm 정도 두께면 적당하다. 얇은 고기는 육즙이 다 빠져 나간다. 너무 두껍지 않느냐고? 60도 이상에서 구우면 다 구워진다.
불 붙은 숯 표면이 회색 재로 얇게 덮일 때까지 기다리자.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숯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굽는 거다. 그때는 불이 너무 세서 고기가 다 탄다. 숯에 불을 붙인 상태로 활활 타게 내버려 둔 후 불이 죽으면 그때 고기를 올리자.
고기를 구울 높이쯤에 손바닥이 아래로 가게 펴고 4초를 버틸 수 있으면 2cm 두께의 고기를 굽기에 알맞은 화력이다. *손 조심!
최현석 셰프가 <마리텔>에서 알려준 팁은 고기나 야채에 올리브유를 바르라는 것. 그릴에서 구울 때 올리브유를 발라주면 열전도가 잘 돼서 그릴 자국이 선명하게 나온다.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는 논제다. 딱 한 번만 뒤집어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 세 번만 뒤집는거다 여전히 뜨거운 화두다. 어쨌든 중요한 건 자주 뒤집지 말라는거다. 그래야 육즙을 지킬 수 있다.
캠핑식당 <인디안달> 사장님이 알려주신 방법. 육즙이 빨갛게 올라오면 그 때 한번, 또 육즙이 올라오면 뒤집고 잘라서 불판 가장자리로 옮겨 낮은 불에 익힌다.
MT 가면 꼭 한 번은 보게 되는 불쇼. 불쇼만은 방지해야 한다. 삼겹살이 구우면 기름이 많이 떨어져서 불이 얼굴까지 확 일어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러면 이미 고기는 다 탄 거다.
석쇠 판을 잠깐 들어올렸다가 놓거나 고기를 가장자리로 옮겨 놓아야 한다. 석쇠를 쳐서 기름을 떨어뜨리면 육즙도 다 빠지고 불이 더 거세진다.
휴대폰 손전등으로 아무리 비춰봐도 익었는지 모르겠다면? 만져본다. 덜 익은 고기에선 스펀지 같은 느낌을, 적당히 익은 고기에선 탄력 있는 느낌을, 바짝 익힌 고기에선 팽팽한 탄성을 느낄 수 있다. 탄 고기는 돌처럼 딱딱하다.
고기를 한꺼번에 많이 구우면 망할 수 밖에 없다. 그럴 바에는 프라이팬에 굽는 게 훨씬 맛있다. 차라리 빨리 익는 소시지나 마시멜로우를 왕창 구워서 배고프다 울부짖는 아이들의 입을 막고 고기는 조금씩 올려서 제대로 구워내자.
뚜껑이 달린 바비큐 그릴이 있다면 간접구이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직화 방식은 단시간에 불로 굽기 때문에 고기가 타기 쉬운데 반해, 숯의 열기와 연기로 천천히 익히는 간접구이 방식은 고기의 또다른 맛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붙인 숯을 그릴 양 옆에 갈라놓고 뚜껑을 덮은 후 열기로만 고기를 익히는 것이다. 2~4시간 정도 걸린다. 도착하자마자 세팅하고 수다 떨다가 저녁시간에 딱! 먹는 것도 좋지 않나.
바비큐는 기다림이다. 맥주 한 캔 손에 들고 고기가 제대로 익을 때까지 참을성을 갖자.
소시지, 닭 윙, 닭 봉, 해산물, 파프리카, 버섯을 캠핑갈 때 많이 가져간다. 마트에 파는 마시멜로우를 꼬치에 끼워 구워먹으면 은근 별미. 그릴 중앙은 열이 높아 겉만 타므로 온도가 낮은 가장자리에서 굽는 것이 요령이다.
알려준 팁을 백프로 활용해 고기를 구워봤더니 기름진 육즙이 씹을수록 배어나오고 고기는 쫄깃&부드러웠다. 이제까지 내가 MT에서 먹은 것들을 고기라 부른 것이 고기한테 미안할 정도. 더이상 고기한테 사과할 일 만들지 말자.
장소 제공 • 캠핑식당 <인디안달>
Photograph • 최진영 jinyoung43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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