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치인트>)이 끝났다. 많은 기대 속에서 시작했지만 안타까움 속에서 끝을 맺었다. 치인트가 그리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미 성공한 만화와 소설 등의 원작이 있는 드라마와 영화들이 계속해 시청자와 관객을 찾았다. 성공은 반반. <미생>처럼 호평을 얻기도 하고 <치인트>처럼 혹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했다고 기억에 남는 리메이크 작은 별로 없는 걸로 봐서 성공 확률은 반이 될까 말까다.

 

하지만 리메이크 작은 계속 만들어지고 시작 전부터 종영까지 많은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논란이 많았던 리메이크작 중 대표적인 세 작품을 살펴봤다.


<내일도 칸타빌레>

 

 

KBS에서 2014년에 방영했던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캐스팅 과정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던 대표적인 드라마다. 원작 만화뿐만 아니라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일본과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가 사랑받은 이유를 꼽으라면 크게 3가지. 우에노 주리가 연기한 노다메의 사랑스러움과 클래식에 대한 높은 이해도, 빵빵터지는 만화적 상상력(개그). 사랑스러우면서 동시에 엽기적인 행동을 일삼는 노다메의 역할은 캐스팅부터 많은 우려를 낳았다. 윤아 등의 여배우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노다메의 원작 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대중들이 선택한 주인공은 <수상한 그녀>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배우 심은경. 하지만, 드라마가 방영되자 <내일도 칸타빌레>는 더 큰 논란에 시달렸다. 높은 싱크로율의 배우진이었지만 “어울리지 않는다”, “어색하다”는 평이 다수였다. ‘센빠이’(선배)를 대신 한 ‘오라방’이라는 “대사와 개그코드가 오글거리고 억지스럽다”, “클래식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 “피아노를 치는 손과 음악의 싱크가 맞지 않는다” 등의 불만의 튀어나왔다.

 

엉성한 준비와 연출로는 이미 원작으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내일도 칸타빌레>가 남긴 교훈은 ‘원작에 무임승차하지 마라’. 높은 인지도의 <노다메 칸타빌레> 원작에 얹어가려던 시도는 결국 독이 되어 돌아왔다.


<치즈인더트랩>

 

 

원작 웹툰 <치인트>는 대학생들의 심리와 대학생활을 리얼하게 그려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드라마화가 결정되면서 치밀한 인간관계와 심리묘사를 연기할 배우가 필요했고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박해진이 유정 역에 낙점됐다. 또 다른 주인공 홍설 역시 캐스팅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깐깐한 팬들의 시선에 치인트와 시어머니를 조합한 ‘치어머니’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많은 후보를 제치고 홍설 역에 김고은, 백인호 역에 서강준이 캐스팅되었다. 원작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혹은 끊임없이 뒤따랐다.

 

하지만 우려가 무색하게도 드라마는 스피드한 전개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초반부터 원작 1, 2부의 내용을 훌륭하게 압축했다. 김상철, 김민수 등 살아있는 진상 캐릭터와 주연배우들의 활약으로 ‘웰 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하나 싶었다. 하지만 연재 중인 웹툰의 3부 내용으로 이어지면서 여론이 바뀌었다. 웹툰에 충실했던 부분은 시청자와 원작 팬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순간 시청자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원인은 배우들의 출연비중과 내용전개. 주인공인 유정의 출연은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백인호의 분량은 늘었다. 홍설과 유정 두 주인공의 감정선과 인물변화가 아니라 백인호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사실적인 학교생활을 다룬 로맨스릴러라는 원작의 정체성과는 달리 느닷없는 ‘백인호의 성장기’는 시청자들을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원작 작가와의 문제는 불씨를 더 키웠다. 원작자인 순끼는 블로그를 통해 드라마 제작사 측과 대화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그에 팬들은 더 화가 났다. <치인트>의 내용의 변화가 작가와 소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이 후, 치인트의 등장인물과 작가, PD의 문제를 다룬 기사가 계속 해 포털 메인을 장식했다.

 

결국, PD가 사과를 하고 원작자와의 소통이 이루어졌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하지만 유정의 성격과 백인호, 홍설과 유정 사이의 관계 등의 주요 쟁점들은 여주인공의 교통사고 하나로 모든 문제가 봉합됐다. 드라마가 가졌던 정체성과는 달리 진부한 매듭짓기로 끝나고 말았다. 이 느닷없고 개연성 없는 결말은 이미 시청자들에게 <치인트>를 용두사미 드라마로 각인시켰다.

 


 

<캐롤>

 

 

아름다운 영상미, 루니 마라,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캐롤>. <캐롤>을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원작 소설과 영화 <캐롤> 사이의 논란, 다른 하나는 동성애 영화로서의 해석 논란이다.

 

원작 <소금의 값>은 1952년 스릴러 작가로 유명한 하이스미스가 클레어 모건이라는 필명으로 출판했다. 소설과 영화 두 작품 모두 좋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예를 들면 나 같은) 영화가 원작을 훼손했다는 논란과 원작이 외려 영화를 훼손했다는 평으로 갈렸다.

 

사실 <캐롤>의 원작 소설은 영화가 흥행을 하면서 급하게 출간되었기 때문에 번역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았다. 테레즈의 직업, 테레즈의 시점으로의 전개되는 내용적 측면을 제외하고도 캐롤이 테레즈에게 반말을 한 것이 옳은 해석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영화 자막을 번역한 황석희 작가는 “혹시나 관객에게 캐롤이 어린 처녀를 쉽게 보고 수작 부리는 ‘Cougar’처럼 비칠까 하는 걱정”으로 캐롤과 테레즈의 대화를 존댓말로 번역했다고. 이런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미드 <왕좌의 게임> 역시 많은 부분에서 오역의 소지가 있어 드라마를 보고 원작을 찾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결국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번역보다 원서를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석에 대한 논란이 커진 것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발언 때문이었다. “제가 느끼기엔, 테레즈한테는 동성애적인 사랑이 필요한 게 아니고 캐롤이 필요한 겁니다. 근데 하필이면 캐롤이 여자였을 뿐이라는 거죠.” 그의 해석은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을 다뤘다는 <캐롤>의 감독 토드 헤인즈의 인터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동진의 해석은 옹호와 반대 의견 뿐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캐롤>의 영화 속에 숨겨진 수많은 해석을 낳았다.


 

<캐롤>이 앞서 얘기한 리메이크작과 다른 점은 하나의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았고, 원작 못지 않은 팬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리메이크작은 원작과 얼마나 같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가로 결정된다.

 

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 <치인트>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국내 리메이크 작은 아쉬움을 남겼다. 원작과 완벽하게 같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작품성, 완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원작과 리메이크는 페러렐 월드(평행우주)다. 같은 세계관, 같은 인물로 구성되지만 결코 같은 이야기가 될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원작이라는 좋은 레퍼런스를 둔 이상 그 작품이 그 이상의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명작을 리메이크 하려거든 그에 걸맞는 역량과 노력, 기존 팬층의 기대치도 만족시켜야 한다. 그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이미 원작으로 눈이 높아진 대중에게 비난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리메이크를 하려는 자, 원작의 무게를 견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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