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소름 끼쳤던 기억들 중 하나. 분명 방금 전 3반 친구가 복도에서 나를 지나쳐 운동장으로 내려갔는데, 곧바로 그 친구가 다시 3반에서 나왔다…. 그들은 귀신이 아니라 쌍둥이였다. 20년 넘게 사는 동안 우리가 쌍둥이를 만나는 건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다.

 

그래서 가끔 실제로 쌍둥이를 마주치면, 그게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신기한’ 눈으로 번갈아 쳐다보게 된다. 그러고는 질문을 퍼붓는다. “너희 텔레파시 통해?”

 

궁금한 점을 최근 개봉한 영화 <트윈스터즈>의 실제 주인공이자 공동 연출을 맡은 사만다 푸터먼, 쌍둥이 언니와 함께 사는「대학내일」 이유라 에디터에게 직접 물었다. 가능한 덜 무례하게.


 

영화 <트윈스터즈>는?

런던 패션 스쿨에 재학 중인 한국계 프랑스인 ‘아나이스’는 우연히 유튜브 영상 속에서 자신과 놀랍도록 닮아 있는 한 여성을 보게 된다. 수소문 끝에 영상 속 배우의 SNS 주소를 알게 된 그녀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하게 된다.

 

LA에 살고 있는 ‘사만다’. 그녀는 ‘아나이스’로부터 날아온 한 통의 메시지를 보고 직감한다. ‘어쩌면 우리… 쌍둥이일지도 몰라!’


 

Q1. <트윈스터즈>를 만들면서(보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예요?

사만다 푸터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나이스가 영화를 처음으로 봤을 때예요. 우리의 이야기, 우리의 감정 변화를 솔직하게 잘 표현했다고 느꼈고, 그래서 꿈을 이룬 것 같았어요.

 

반면 힘들었던 점은 우리가 만날 때마다 매분 매시간을 일일이 다 기록해야 했다는 거예요. 완성한 뒤엔 물론 뿌듯했지만, 촬영한 모든 영상을 하나하나 다 봐야 하는 과정은 정말 피곤했어요.

 

이유라 

분명 담백한 영화였는데, 아나이스가 입양에 대한 트라우마를 털어놓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어요. “자라오면서 늘 외로움을 느꼈는데, 그게 어쩌면 사만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는 고백을 들으니 언니가 없는 삶을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저에게 쌍둥이 언니는 분신 같은 존재인데,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가야 했다니. 언니는 제가 아나이스 얘기만 해줬는데도 울더라고요. 언니에게도 와 닿는 얘기였나 봐요.

 

Q2. 쌍둥이라면 서로 텔레파시가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실제로 그런가요?

사만다 푸터먼

만나서 얘기하면서 알게 된 건데요, 미리 얘기한 것도 아닌데 같은 날에 머리를 잘랐더라고요. 어렸을 때 사진을 보면 헤어스타일이 거의 비슷하고요.

 

처음 만났을 때 매니큐어 색깔도 똑같았어요. 입맛도 거의 비슷해서 당근의 경우 익힌 당근은 둘 다 싫어하지만 생 당근이나 당근 수프는 좋아해요.

 

이유라

텔레파시까지는 아닌데…. (웃음) 가끔 동시에 같은 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있어요. 런던 시내를 자전거로 여행할 때였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좋은 거예요.

 

문득 콜드플레이의 노래 ‘Paradise’의 한 구절이 떠올라서 ‘dream of para~ para~ paradise!’ 하고 불렀는데 언니도 동시에 그 소절을 부르는 거예요. 둘 다 빵 터져서 자전거 타다가 넘어질 뻔했었어요

 

 

Q3. 우리 진짜 쌍둥이구나, 라는 걸 꼈던 적 있어요?

사만다 푸터먼

얼굴 중에서도 치아랑 귀가 완전히 똑같아요. 제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건 웃음소리예요. 아나이스와 처음 스카이프로 영상통화를 할 땐 너무 똑같아서 제 웃음소리가 울려서 들리는 줄 알았어요.

 

이유라

취향이 비슷해요. 브리티쉬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판타지 마니아인 것도, 웨스 앤더슨 영화 중 덜 유명한 <다즐링 주식회사>를 좋아하는 것도.

 

또 신촌에 ‘더 진국’이라는 단골 국밥집이 있는데, 이상하게 제가 먹고 싶은 날은 언니도 내내 국밥 생각만 했대요. 그럴 때 느끼죠. ‘쌍둥이 아니랄까봐!’

 

Q4 .반대로 ‘우리는 다른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사만다 푸터먼

밥 먹을 때마다 느껴요. 저는 엄청 지저분하게 먹는데, 아나이스는 테이블 매너가 세계에서 제일 좋아요.

 

이유라

넓은 카테고리의 취향은 비슷한데 사소한 부분에서 좀 갈려요. 예를 들면, 똑같이 빈티지 클래식을 좋아해도 언니는 좀 더 투박한 느낌을, 저는 좀 더 화려한 느낌을 좋아한다든지.

 

그래서 여행지에서도 가끔 다퉈요. 전 숨은 골목을 찾아다니고 싶은데, 언니는 한두 군데쯤은 유명 관광지에 가보고 싶어 하거든요.

 

Q5 .환경이 두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사만다 푸터먼

감정 표현 방법이 달라요. 미국인은 일어나는 일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해요.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반면 프랑스에서는 늘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두 명의 오빠와 자랐기 때문에 좀 더 터프한 면이 있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에 더 익숙해요.

 

이유라

자라면서 달라지는 것도 있는 한편, 오히려 비슷해지기도 해요. 어릴 땐 언니가 비교적 조용했고, 제가 소리 지르면 대꾸도 못 했어요….

 

근데 부모님께서 “1분 언니도 언니다!” 라며 쭉 언니로서의 역할을 가르치셨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언니를 못 이겨요. 겉으론 별로 티 나지 않지만.

 

Q6. 사람들이 둘을 구분하지 못해서 겪었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사만다 푸터먼

우리 어머니 두 분이 자주 헷갈려 하세요. 만날 때마다 최소한 한 번은 헷갈리시는 것 같아요. 아나이스 어머니가 부엌에 계실 때 제가 들어가면, 제가 아나이스인 줄 알고 저한테 불어로 막 얘기하시고 그래요.(웃음)

 

이유라

과는 다르지만 언니랑 같은 대학에 들어갔어요. 문과생인 제가 언니 따라 의류 환경학을 복수전공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언니의 동기, 선·후배들이 저에게 인사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2학년 때엔, 언니가 4 대 4 미팅에 나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한 명이 펑크를 내서 제가 대타로 나간 적이 있어요. 졸지에 쌍둥이 자매가 한 미팅에 나가게 된 거죠. 상대 남자들도 황당해하고, 결국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미팅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Q7. 똑같이 생겼고 목소리도 비슷한데 주변 사람들은 무엇으로 두 사람을 구분하던가요?

사만다 푸터먼

아나이스는 영어로 얘기할 때 약간 불어 발음이 섞여요. 저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서핑을 자주 해서 햇빛 때문에 머리색이 밝아졌고요.

 

겉보기에 가장 확연히 다른 건 피부색이에요. 저는 서핑 때문에 목 위로 까맣게 탔고 아나이스는 저보다 피부가 밝거든요.

 

이유라

어릴 때부터 똑같은 게 싫어서 머리 스타일도, 옷도, 화장도 전혀 다르게 했어요. 가뜩이나 비슷한 사람인데, 굳이 겉모습까지 같을 필요는 없잖아요.

 

보통 사람들은 자매가 옷이나 화장품을 공유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저희는 ‘절대’ 안 그래요! 그래서 일단 특징만 파악하면 구분이 어렵진 않아요. 가끔 둔감하신 분들이 끝까지 구분을 못 하실 때가 있지만.

 

Q8. 쌍둥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될 것 같은데, 둘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요?

사만다 푸터먼

아나이스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입양과 관련해 새로운 사람들과 더 많은 교류를 하게 됐어요. 아나이스 덕분에 ‘킨드 레드’라는 비영리 입양 재단을 설립했고요.

 

광범위한 입양 커뮤니티로, 사람들을 위한 주요 정보센터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안심이 되죠.

 

이유라

영화 속 자매처럼 떨어져 살다가 만난 게 아니다 보니, 저희는 서로가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다만, 그런 건 있어요. 저희 둘 다 ‘연애고자’들인데, 사실 애인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껴서 그렇거든요. 보고 싶은 영화도 언니랑, 가보고 싶은 맛집도 언니랑 가면 되니까요. 수업 끝나고 집에 가면 언니가 있으니까 외롭지도 심심하지도 않아요.

 

Q9. 다른 쌍둥이를 만난 적 있나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사만다 푸터먼

쌍둥이란 건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사실 지금도 으스스한 기분이 좀 들긴 해요. 그런데 아나이스를 만난 뒤로는 예전보다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유라

고등학교 때, 같은 학년에 또 다른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있었어요. 근데 저희랑은 많이 달랐죠. 이미 말씀드렸듯 저희는 머리 길이조차 비슷하길 거부하는데 그 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하고 다니더라고요. 저희도 저희 말고는 다 신기해요. 남녀 쌍둥이나 이란성 쌍둥이를 보면 더더욱.

 

Q10. 다시 태어나면 쌍둥이로 태어나고 싶나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사만다 푸터먼

만약 다시 태어나더라도 지금과 똑같은 길을 선택할 것 같아요. 정말 신나고 행복한 삶을 살아왔으니까요. 바람이 있다면 좀 더 키가 컸으면 좋겠다는 거?(웃음)

 

이유라

사춘기 땐 쌍둥이인 게 정말 싫었어요. 나는 나로만 존재하고 싶은데, 비슷한 사람이 옆에 있으니까. 늘 둘을 같은 사람인 것처럼 묶는 게 화가 났었죠.

 

하지만 지금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미생’들의 삶은 참 외롭잖아요. 그런데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끝까지 응원하고 사랑해줄 확실한 내 편이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에요. 언니 없는 삶은 상상이 안 돼요. 다음생에도 언니가 제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1. 길선미와 길태미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쌍둥이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 남이 봤을 때 아무리 똑같이 생기고, 취향이나 성격이 비슷하다 해도 둘은 분명 각자의 색깔이 있다.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박혁권이 연기한 길태미/길선미가 그렇다. 길태미는 이전까지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짙은 아이라인과 잔망스러운 말투로 방영 초기부터 화제가 됐다.

 

조정의 권력자 옆에 붙어 권력을 차지하려던 길태미와 달리, ‘무명’이라는 비밀조직에서 활동하는 형 길선미는 아웃사이더에 가깝다. 성격도 확연히 달라, 같은 배우가 연기했음에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느껴진다. 공통점이라곤 외모와 뛰어난 칼솜씨뿐.

 

이 쌍둥이 형제는 이방지(변요한)와도 남다른 인연으로 얽히는데, 형 길선미에게 검술을 배운 이방지의 손에 동생 길태미가 죽임을 당한다.

 

2. 유신혁과 유강혁 ‘드라마 <부활>’

 

‘쌍둥이’는 때로 무기가 된다. 아주 가까운 가족이 아니고서는 둘을 거의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방심하고 있는 적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적이 목표로 삼았던 ‘쌍둥이 A’가 아닌 ‘쌍둥이 B’가 억울한 죽음을 맞기도 한다. KBS <부활>은 쌍둥이 형제를 죽게 한 적에게 맞서는 한 남자의 복수극이다.

 

유강혁은 어렸을 때 사고로 쌍둥이 동생 신혁과 헤어지고 다른 부모 밑에서 자란다. 형사가 된 강혁은 자살 사건을 조사하다 잊고 있던 과거의 사고 기억을 되찾고 그 과정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을 만나지만 그것도 잠시, 신혁은 자신을 형으로 오해한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다.

 

강혁은 동생의 죽음을 자신의 죽음으로 위장하고 신혁으로 다시 태어나 배후 세력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tvN <기억>의 박찬홍 PD-김지우 작가 작품.

 

3. 할리 파커와 애니 제임스 ‘영화 <페어런트 트랩>’

 

처음 보는 누군가와 삶을 공유한다는 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러나 <페어런트 트랩> 속 두 소녀는 이 모든 과정을 손쉽게 결정해버린다. 쌍둥이니까!

 

세계 각지의 소녀들이 모인 여름 캠핑장,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소녀가 만났다. 활발한 성격의 ‘할리’와 요조숙녀 ‘애니’가 그 주인공. 심상치 않은 첫 만남이었지만, 둘은 금세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혼 후 포도 농장에서 홀로 할리를 키운 아빠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엄마의 재결합을 위해 두 소녀는 서로를 뒤바꾸는 깜찍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영화 속 두 소녀는 생김새를 제외하고는 닮은 구석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캘리포니아와 런던이라는 물리적 거리만큼 둘 사이의 간극도 넓어 보인다.

 

그러나 철저히 서로가 되려는 그녀들의 노력은 환경이 만든 차이마저 단숨에 극복해버린다. 쌍둥이가 아니라면 불가능할 일. 내가 쌍둥이라서가 아니라, DNA는 위대하다.

 

4. 케빈 코플랜드와 마커스 코플랜드 ‘영화 <화이트 칙스>’

 

피가 섞이지 않아도 쌍둥이가 될 수 있을까? <화이트 칙스>의 FBI 베테랑 콤비 ‘마커스’와 ‘케빈’은 장기인 위장술을 십분 발휘해 ‘후천적’ 쌍둥이가 되었다.

 

늘 2% 부족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던 둘은 이번에도 순간의 착각으로 현장에서 쫓겨나 재벌 2세 쌍둥이 자매 경호나 맡는 신세로 전락한다.

 

또 한 번의 실수로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자매의 얼굴에 상처를 낸 이 남자들, 행사 불참을 선언한 두 자매를 대신해 자선 파티에 참석한다. 가슴엔 뽕을 넣고, 온몸엔 흰색 분칠을 해 금발 여인으로 변신!

 

감쪽같은 분장에 모두가 속아 넘어가고, 안도하며 하루를 마감하려던 두 요원은 우연히 엄청난 재벌계 스캔들을 알게 되어, 이번엔 제대로 한번 실력 발휘를 해보리라 마음 먹는다.

 

사실 <화이트 칙스>의 주인공은 엄밀히 말해 ‘쌍둥이’가 아니다. 하지만 쌍둥이로 변장한 두 친구는 환상의 호흡으로 진짜 쌍둥이 못지않은 ‘케미’를 뽐낸다

 

Intern_이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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