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소녀의 100만 표와 63등 소녀의 3만 표를 두고 어느 쪽 사랑이 더 큰가를 저울질 할 수는 없으리라.

 

 

얼마 전 책을 읽다가 ‘프루스트스럽다’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전에 먼저 마르셀 프루스트란 낯선 이름부터 소개해야겠다. 이 사람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두꺼운 책을 쓴 프랑스 작가다. 친구들 사이에선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냉소적인 일부 사람들은 그를 향해 ‘프루스트스럽다’며 조롱했다. 말인즉슨 이 뜻이다. ‘지나치게 의식적으로 친절하고 상냥한 태도’, ‘끝도 없이 유쾌한 겉치레’, ‘왠지 절박해 보이는 웃음’ 등등. 그것은 프루스트가 친구를 만드는 동시에 사랑을 얻는 방법이었다. ‘프루스트 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그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 평생 혼자였고, 짝사랑만 해야 했으며, 아무도 읽지 않을 책을 평생 쓰느라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실 나는 천하태평주의자다. “좋아해주면 고맙고 싫으면 관두시지~ 내 맘대로 할 거야”라고 내심 생각한다. 만약 ‘사회생활’이란 과목이 있었다면 C나 D를 받지 않았을까. 그러고는 선택받지 못하면 꺼이꺼이 울면서 베갯잇을 적시는, 복잡하고도 곤란한 인간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사랑받아야하는 일이 참 많다. “걔 참 괜찮더라”는 말을 들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 사소하게는 반장 선거부터 미팅·소개팅과 동아리·입사 면접 까지. 나는 첫 미팅에선 신비로운 여자처럼 보이려다가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 했다. 내 이름이 빠진 입사자 최종 명단을 멍하니 바라봤던 그날, 소개팅이 끝난 뒤 애프터를 신청하지 않았던 남자사람…. 어이, 나도 사랑받고 싶어. 선택받지 못할 때마다 자꾸 자존감이 내려간다고.

 

얼마 전 Mnet의 <프로듀스 101>을 보다가 ‘사랑을 얻는 방법’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소녀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활짝 웃고 있다. 혼나서 속상할 때도 생글생글하다니. 나로서는 아직 닿기 어려운 경지다. 10대 후반인 너희가 나보다 훨씬 낫네. 한편으로는 의문이 든다. 웃고 싶어서 웃는 걸까?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벌써 알아버린 걸까? 힘들고 열받을텐데 화도 내지 않는다. 국민 프로듀서가 눈에 불을 켠 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비호감으로 떨어지는 건 순식간. 미모·재능·인성에서 자기 실력을 골고루 보여 줘야 한다.

 

101명 소녀 가운데 딱 11명만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생존 게임. 실력에 따라 A부터 F까지 등급이 매겨지고, 인기투표를 더해 순위가 정해진다. 사회자인 장근석은 12등 소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알죠? 마지막 평가였다면 12위는 데뷔할 수 없습니다.” 사랑과 인기를 얻어야만 살아남는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약자가 된다. 노래 제목마저 ‘Pick me’다. 그래서 괴로울 때도 예쁘게 웃는다. 하지만 그런 웃음을 보고 있으면 왠지 나마저도 불안해진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데뷔할 수 있었을까? 소녀들의 상큼 발랄한 미소를 모습을 보면서 불안했던 이유. 지금껏 나는 줄곧 순위권 밖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11명 뽑는데 아슬아슬하게 12등이라도 되면 다행이지. 최종 후보에조차 거론되지 못했던 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프로듀스 101> 속 최상위권의 소녀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미모·노래·춤·성격 어디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지금 1위를 달리는 후보는 노래를 잘 부르고 눈웃음도 예쁜데다 다른 연습생에게도 상냥하다. 학교 선후배들이 인성도 증명해줬다.

 

최상위권 후보가 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카메라에 잡히려는 ‘의지’와 ‘실력’, ‘매력’을 골고루 겸비해야 한다. 하지만 의지가 지나치면 욕심이 된다. 욕심을 너무 부리면 인성을 의심 받는다. 만약 표정 관리를 못 하거나 독재적으로 행동한다면, 악플과 순위 하락으로 이어진다. 아, 나라면 매순간 예쁘게 웃을 수 있을까? 마음대로 굴거나 시무룩하게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TV 프로그램이 끝나면 친구들과 얘기한다. 하루는 “소미 참 예쁘더라.” 또 하루 는 “걔는 너무 욕심냈어.”정작 나는 그렇게 못하면서.

 

소녀들만 생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우리 또한 입시와 취업 준비, 연인 쟁취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 해야 하고, ‘평가’라는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피할 수 없지 않은가. 물론 다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나쁜 점을 잘 안다. 하지만 1등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유혹적이다. 상상치도 못할 인기를 얻게 되는데다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이 게임에서 잠시나마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순위권 밖 사람들은 상황이 다르다. 사랑받기 위해 불안해지고, 또 살아남기 위해 절박해진다.

 

그러나 사랑의 ‘크기’로는 순위를 매길 수 없다. 1등 소녀의 100만 표와 63등 소녀의 3만 표를 두고 어느 쪽 사랑이 더 큰가를 저울질 할 수는 없으리라. 만인의 사랑을 받는 유명인사와, 연인의 애정 어린 눈을 바라보는 나. 우리 둘 가운데 어느 한쪽이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결코 말할 수는 없으리라. 사랑은 ‘득표수’와 비례하지 않는다. ‘사랑을 얻는 방법’에 관해서 고민해보았지만 나의 결론은 이렇다.

 

만약 세상에 ‘사랑을 얻는 비밀병기’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나는 그것을 절대로 따르지 않겠다. 사랑을 ‘얻는’ 비법을 배우려고 하기보다는 사랑을 ‘발견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이를테면 겉치레가 필요 없는 친구, 그리고 말없이 마주 앉아도 편안한 연인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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