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꺽꺽 울었다.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온 날, 수능 시험 가채점을 한 날, 원하던 대학에 떨어진 날, ‘아쉽지만 제한된 모집 인원으로 함께 할 수 없게…’라는 메시지를 받은 날. 실패의 맛이 아닌 비릿한 패배의 맛이었다. 내가 진단한 패배의 원인은 ‘나 자신이 부족해서, 남들이 나보다 훨씬 잘나서’였다. 내게 남겨진 의무는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하는 것이었다.

 

운 좋게 취업한 후 이런 기분을 잊고 살았다. 그러던 중, 음악 방송에서 어린 여자애들이 떼로 등장하는 이상한 무대를 봤다. <프로듀스 101>, 걸그룹 연습생들이 모여 데뷔하기 위해 경쟁하는 프로그램. 처음엔 웃으면서 봤다. 그런데 갈수록 마음이 아팠다. 이불 속에서 주먹을 쾅쾅 치며 우는 내가 생각났달까.

 

 

누가 그랬듯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이 말에 공감하기 위해선 이미 다른 행복을 찾은 상태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길게 잘린 ‘오다리’라 불리는 성적표를 받을 때가 가장 조마조마했다. 나보다 성적이 좋은 친구를 질투하고, 자신을 자책하는 와중 다른 행복을 찾을 여유는 없었다. 누군가가 나를 밟고 올라가도 울었고, 내가 누군가를 밟고 등수가 올라도 울었다.

 

그 후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대학에 지원했지만 친구 혼자 붙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할 수 없었던 그 마음. 먼저 취업한 친구를 만나면 괜히 내가 작아져 만나기 싫었던 그 마음. 또는, 아직 취업 준비생인 친구들이 괜스레 신경 쓰이고 불편해 어쩔 줄 몰랐던 그 마음까지.

 

 

그 모든 마음은 <프로듀스 101에> 나오는 연습생들의 마음과 닮아 있었다. 그저 ‘노력했다’는 말이 듣고 싶어 악을 쓰고 춤추는, F등급이 아닌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밤새 연습하는, 트레이너의 한 마디에 주눅이 들고 자신의 부족함에 눈물짓는, 겨우 살아남았지만, 방출된 친구의 얼굴을 보며 울음이 터지는, 바로 그 마음 말이다.

 

이렇게 <프로듀스 101>은 현재 우리가 밟아온, 또는 밟아갈 하루하루를 쇼로 재구성한 프로그램이다. 경쟁 사회, 그 자체인 셈. 그래서 그런지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가 버릴 정도로 재미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방송이 지정해준 대로 예리한 ‘국민 프로듀서’가 되려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연습생을 욕하고, 누군가의 팬을 자처하고, ‘얘네는 꼭 데뷔해야 한다, 얘는 왜 순위가 높은지 모르겠다’며 이러쿵저러쿵 댓글을 단다. 방송이 의도한 대로.

 

 

언제나 경쟁하고 평가받고,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우리. 그런 우리에게 남을 평가하고 줄 세울 기회를 줘서 나도 모르게 즐거웠던 걸까. 아님, 우리가 처한 환경과 너무 비슷해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걸까. 누군가를 이겨도 울고 져도 울게 되는 ‘놀이의 잔혹함’은 저기 뒤편으로 밀려났다. 누가 못했고, 잘했고를 판단하게 만드는 교묘한 편집도 이에 한몫한다.

 

“쟤는 될 것 같다, 안될 것 같다, 안 맞는 것 같다, 쟤는 못할 것 같다.” 사실 ‘~할 것 같다’는 말은 오류투성이다. 마음속으로 이 말을 확신하고 있진 않은지. 타인의 꿈을 내가 확신하고 있진 않은지. 당신이 낙오했을 때, 누군가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쟤는 안될 것 같더라’라고.

 

 

마지막 한 회를 남겨둔 지금, 방출된 이들에게 남겨진 메시지는 역시나, ‘포기하지 마십시오’다. 등급으로, 등수로 모든 게 결정되는 이곳이 잘못되었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낮아진 자존감을, 패배감을, 상처를 돌봐주지도 않는다. 그건 사회의 몫이 아닌 오롯이 개인의 몫이니까. 언제나 그래 왔듯.

 

추억팔이까지 하며 슬퍼하는 에디터에게 ‘방송이잖아. 예능인데 뭘 그렇게 진지해?’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본 건, 방송도 아니고 예능도 아니고, 누군가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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