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파스칼의 책 ‘팡세’ 中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파스칼의 이 문장을 인용하며, 각자 ‘자신의 침실’을 여행해보라는 기묘한 제안을 한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여행자의 눈으로 구석구석 살펴보라는 것이다.

진짜 행복한 사람들은 고요히 머무는 법을 안다. 비행기 없이도 권태를 해소할 줄 알며, 스위스의 절경이 아니라 매일 보는 자취방이나 동네의 풍경에서도 경이로움을 느낄 줄 안다.

대학교 1학년 시절, 나는 방에 머무는 법을 몰랐다. 혼자의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몰라서, 공강 시간마다 과방을 기웃거렸고, 저녁엔 꼬박꼬박 술자리에 얼굴을 비쳤다. 그것은 일종의 여행이었다. 권태를 떨쳐내고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파스칼이 말하는 불행한 인간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혼자 머무는 법을 익히게 된 건, 나의 취향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였다.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고 맥주를 마셨다. 바람이 좋으면 자전거를 탔고, 볕이 좋으면 사진을 찍었다. 그 후로는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 기웃거리는 일이 줄었다.

주변에 사람이 많은데도 종종 외롭다면,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익혀보자. 스스로가 멋지다고 생각되는 때가 조금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