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여름, 대학생 봉사활동을 하러 처음 인도에 갔다. 인도 남쪽 도시 첸나이는 한낮 여름 기온이 40도를 훌쩍 웃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지친다.

 

새벽이나 밤늦게 엄청난 소나기가 와도 해가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쨍쨍하게 말라버리는 그런 곳이었다. 지독한 더위 때문이었을까. 봉사하러 갔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몸을 쓰는 일에서 뒤처졌고, 마지막쯤엔 더위를 먹어 누워만 있었다. 단체 생활에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못해서 사실상 깍두기나 다름없이 지냈다.

 

인도까지 다녀왔는데 남은 게 별로 없었다. 딱 하나 남은 건 우리 팀 담당이던 현지인 코디네이터 무띠의 이메일 주소 정도였다.

 

무띠는 배가 나오고 다리는 가느다란, 까무잡잡한 피부의 40대 인도 아저씨였다. 그는 현지 NGO와 우리 팀원 간의 의견을 조율하거나, 그쪽 주민들과의 의사소통을 도왔다.

 

나는 무띠랑 깊이 대화할 기회는 없었다. 이메일 주소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의례적으로 교환했을 뿐이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엔 예의상 무띠와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어느새 거의 매일, 적어도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메일을 주고받게 됐다.

 

무띠는 우리 가족에게 관심이 많았다. 부모님과 동생은 어떤 일을 하는지, 나의 공부는 잘되고 있는지, 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든 것을 궁금해했다. 부모님과 4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아서 자주 볼 수 없다고 했더니, 4시간은 별로 먼 것이 아니라던 무띠의 말이 생각난다. 하긴, 넓은 인도에서 편도 4시간은 매우 가까운 편이다.

 

메일을 주고받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여느 인도 가정이 그렇듯 무띠네 집 인터넷 환경이나 전기 사정도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1년 넘게 메일을 주고받았다. 봉사활동을 같이 갔던 팀원 중에서 무띠와 이렇게 연락을 계속 했던 건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띠는 가끔 우리 팀원의 안부를 물었다. 하지만 나도 그들과는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무띠에게 적당히 둘러댈 핑계가 없어 난처하기도 했다. 고작 2주 정도 같이 있었을 뿐인데 무띠는 몇 년 동안이나 우리 팀 모두의 안부를 물었다.

 

어느 날 난 인도에 다시 갈 결심을 했다. 이번엔 혼자였다. 대충 비행기 표를 끊고 무띠에게 연락을 했다. 일정엔 그의 집도 포함되어 있었다. 첫 배낭여행이었고, 또 남인도엔 관광객이 많이 없어 더 낯설었다.

 

우여곡절 끝에 무띠네 집에 도착했다. 무띠의 부인, 딸, 아들, 그리고 장인 장모까지 함께 사는 큰 집이었다. 홈메이드 음식을 계속 대접했다. 그리고 가장 조용하고 깨끗한 방을 내게 내어주었다. 일정이 짧아서 무띠네 집에선 딱 하루밖에 있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메일은 계속 이어졌다. 나는 인도에 한 번 더 갔고, 그땐 통화만 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연락을 점점 안 하게 됐다. 한국에서의 내 삶이 많이 바뀌었고,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데 무띠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피하게 됐던 것 같다.

 

내가 마지막으로 인도에 다녀온 지 벌써 3~4년이 흘렀다. 무띠에게 연락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2년은 넘었을 것이다. 아직도 가끔 무띠에게 페이스북 메시지가 온다. 난 온 힘을 다해 무시하고 있고 차마 페친을 끊을 용기는 나지 않아서 그저 ‘안읽씹’ 상태로 두고 있다.

 

얼마 전부턴 무띠의 아들인 셀밤까지 페북을 시작해서 내게 메시지를 보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몇 번 만나지도 않았고, 아주 짧은 시간 만난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이 친구들은 짧게 맺은 인연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들은 항상 나를 걱정하고, 내 가족을 걱정하고, 내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줬다. 아마 몇 년 동안 연락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OK’, ‘No problem’이라고 말할 것이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는 오래도록 간직하면서, 나를 생각해주고 아껴주는 사람들에게는 외려 내가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인스턴트 메시지에 담긴, 인스턴트가 아닌 마음. 지금 당장 답장하러 가야겠다.

 

Freelancer 참치 instagram.com/dothesnap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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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는?

과거의 저보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절 미워하는 사람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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