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처음으로 인터넷 소설을 접했다. “야 -0-. 너 내 마누라 해라-_-” / “머???!!!!ㄲㅑ!!!!! ㅇ_0???” 이런 류의 소설이었다. 지금 보면 웃음만 나오지만 당시엔 저 소설에 울고 웃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어언 15년 정도가 흘렀다. 강산도 변했고, 웹소설도 진화했다. 작품성 높은 작품들이 줄줄이 등장했고 덩달아 드라마나 영화화가 확정된 소설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대부분 웹소설 작가들은 재미삼아 글쓰기를 시작하는데, 그 중 일부는 스타 작가가 되어 억대 연봉을 벌어들인다고. 솔깃했다. 나도 지금 당장 소설을 써볼까 싶었다.

 

어떻게 하면 스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국내 웹소설 사이트의 시초인 ‘조아라’의 이수희 대표대학생 스타 작가 ‘비츄’를 만나봤다.

 

 

Q. 조아라는 어떤 곳인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다.

 

Q. 정말 누구나 쓸 수 있나?
그렇다. 글을 올린 모두가 작가다. 작품의 인기는 독자들이 판단한다. 우선 이곳에 들어오면 누구나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 이문열씨가 들어와도 초딩하고 경쟁해야 한다. 초딩한테 깨질 수도 있다.

 

Q. 그럼 작가가 꽤 많을 것 같은데. 현재 조아라 작가는 몇 명인가?
누적 14만 명이다. 작품은 42만 개 정도가 있다. 매일 평균 2400편의 새로운 작품이 올라오고 있다.

 

Q. 조아라가 2000년부터 시작됐다고 들었다. 처음 조아라를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초반 타 웹소설 사이트엔 운영진이 검수한 작품만 등록됐다. 또 원하는 소설을 읽으려면 게시판에서 일일이 검색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당시 이 문제를 보완한 사이트를 만들고자 했고 그게 조아라의 시초다.

 

Q. 초창기 조아라는 어땠나?
처음에는 문학 카테고리로 시작했다. 시, 수필, 소설, 평론 등으로 나뉘었다.

 

Q. 지금은 판타지가 주력 카테고리 아닌가?

그렇다. 현재 판타지가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초창기부터 유저 대다수가 10대다 보니 자연스럽게 판타지물이 많이 올라왔다. 이후 판타지, 무협, SF 등 카테고리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점차 패러디, 팬픽, BL까지 확장됐고, 지금은 소설 파트가 21개로 분류된다.

 

출처│조아라. 2015년 기준

 

Q. 웹 소설이라 하면 2000년 초반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이 거의 시초라 생각된다. 지금 보면 정말 오글거리는데 요즘 웹 소설은 퀄리티도 꽤 높다. 어떻게 이렇게 발전한건가?
우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독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졌다. 현재 모바일 이용자가 92%에 달한다. 여기에 유료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작품 퀄리티가 높아졌다. 또 돈을 벌 수 있다 보니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진입하면서 시장이 커졌고 대중화가 일어나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 일부. 지금 보면 저게 뭔가 싶지만 당시엔 정말 너무 재밌어서 밤새 읽었더랬다.

 

Q. 아무래도 유료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처음 유료화 도입은 언제부터였나?
조아라에서는 2006년 첫 유료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출판사들이 유료 작품을 올리면 출판을 해주지 않겠다며 항의했고 결국 실패했다. 그 후 2008년 다시 유료화를 시행했는데, 그때부터 웹소설이 유료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Q. 독자들의 반발은 없었나?
당시 1일 정액권을 300원으로 측정했다. 300원 내고 온종일 소설을 볼 수 있으면 그 정도는 내지 않을까 싶었다. 한 달 전부터 공지를 띄웠고, 과연 돈을 낼까 반신반의 하면서 유료화를 진행했다. 반응이 어땠을 것 같나?

 

Q. 독자들이 항의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돈을 다 내더라. 생각보다 결제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다른 쪽으로 난리가 났다.

 

Q. 어떤 쪽으로?
결제 한 만큼 작가들에게 제대로 정산을 하느냐고 하더라. 휴대폰 소액결제 특성 상 2달 뒤 정산하겠다고 했더니 못믿겠다는 눈치였다. 그렇게 2달 내내 논란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유저 30%가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Q. 2달 뒤 정산을 해줬나?
정산했다. 작가들이 게시판에 ‘돈이 들어왔다’고 인증을 했고, 소문이 퍼지니까 나갔던 작가들도 다시 돌아왔다. 당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분이 50~60만원 정도였다. 유저들은 언제든 돈 낼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돈 낼 가치가 있다면 말이다.

 

“빨리 다음편 써주세여 작가님아”

 

Q. 제일 궁금한 거였는데, 작가들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많으면 연 수억을 벌기도 한다. 작년에 5억을 벌어들인 분이 있다. 대학생인데 월 1천만원 씩 받는다.

 

Q. 5억…? 대학생이라고…?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연재를 했다. 부모님 몰래 글을 썼는데 한 번은 부모님한테 들켜서 더 이상 연재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 근데 월수입을 보여드렸더니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밀어주신다고 한다. 현재 조아라와 장기계약을 하고 2차 저작물까지 만들고 있다.

 

지금 당장 소설을 써야겠다

 

Q. 대학생도 충격이지만, 작가들 본업이 제각각일 것 같다.
정말 많다. 초창기에는 트럭 기사분이 쉬는 동안 짬짬이 글을 써서 대박 나기도 했다. 의사, 경찰, 회사원, 공무원 등등 직업군은 다양하다. 대부분 직업과 상관 없이 심심풀이로 시작한 사람들이다.

 

Q. 나잇대도 다양하지 않나?
10대 후반에서 20대가 가장 많다. 현재 가장 어린 작가는 16살이다. 90세 작가도 있다. 이전에는 14살 작가가 출판사와 계약한 적도 있다.

 

출처│조아라. 2015년 기준

 

Q. 유저들은 몇 명인가?
회원 수 기준 100만명이다. 일 30만 명의 유저들이 조아라를 방문한다.

 

Q. 14만 명 중 성공하는 작가는 소수에 불과할 것 같다. 부업으로 도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나?

문장을 짧게 써라, 한 편에 기승전결을 갖춰라 등등 기술적인 면을 써놓은 기사들이 많이 있다. 근데 그냥 재밌으면 된다. 작가 스스로가 봐도 재밌다면 성공한다. 그리고 아무도 개발하지 않은 참신한 소재는 무조건 뜬다.

 

Q. 그 참신한 소재 찾는 게 참 힘든 것 같다.
다른 방법도 있다. 글을 아무리 못써도 끊기를 잘하면 된다. 왜, 드라마를 봐도 마지막에 기가 막히게 끊으면 다음 편이 궁금하지 않나.

 

 

Q. 그럼 글을 보면 뜰 것 같은 게 딱 보이나?
보인다.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면 남들도 재밌다고 생각한다. 간혹 특이한 것들을 발견하면 딱 찝어서 계약을 하기도 한다.

 

Q. 16년의 내공인가. 그동안 사이트를 운영하며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
일명 ‘투명드래곤’사건이 있었다. ‘투명드래곤이 있따다다다다. 드래곤이 짱짱쎄다.’ 이런 식으로 글을 썼다. 당시 ‘소설이냐 쓰레기냐’라며 논란이 많았다.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코멘트가 달렸고, 대학원 논문에 채택되기도 했다. 근데 반전이 있었다. 총 49화까지 쓰고 정확히 1년 뒤 50화를 썼는데 그동안 쓴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글을 올렸다. 맞춤법도 문장도 완벽했다. 그래서 또 한 번 사이트가 난리가 났었다. 아마 조아라 역사 상 가장 재밌는 이슈가 아닐까.

 

웹툰 <미숙한 친구는 G구인>에 등장한 <투명드래곤> 일부

 

Q. 작가는 대체 누군가?
모른다. 당시 회원가입 나이로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한 출판사에서 회사를 통해 출판 제의가 들어와서 쪽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간단명료한 답장이 오더라. ‘귀찮아’라고. 우리도 그가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

 

Q. 작가들과의 소통도 많이 하는 편인가?
소통이라기보단 작가들을 지원하려고 한다. 일명 ‘120-100’ 프로젝트다. 매달 상위 120명 작가에게 100만 원 수익을 보장해준다. 예를 들어 월 70만 원 수익을 올린 작가에게는 30만 원을 더 지급해준다. 작가들이 더욱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Q. 작가가 성장하면 작품도 함께 성장할 것 같다. 최근에는 작품의 드라마나 영화화도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나?
충분히 그럴 것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 재밌는 이야기다. 신화든 막장이든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시초는 글이고 더 나아가 그림, 영상, 게임 등으로 업그레이드된다. 그래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Q. 웹 소설의 전망이 밝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앞으로의 미래는 굉장히 밝을 것이다.

 


대학생 스타 작가 ‘비츄’ 인터뷰

 

Q. 자기소개좀 해달라.
풋풋한(나이라고 주장하는) 28살, 이래뵈도 대학생 오형석이다. 필명은 ‘비츄’.

 

Q. 웹소설은 언제부터 썼나?

16살, 중학교 3학년때부터 썼다.

 

Q. 어린 나인데, 계기가 있었나?
글을 읽다보면 내 생각과 다르게 스토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차라리 내가 원하는 글을 써서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나만의 상상(=망상)을 마음껏 펼치는 거다.

 

Q. 조아라 인기 작가 중 한 명이다. 소설이 웹툰화 되기도 했다. 지금의 인기를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유명 작가님들처럼 인기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소망은 있었다. 그러다 연재를 할수록 조금씩 반응이 좋아지는 걸 보며 스스로 발전함을 느꼈다.

 

 

Q. 인기 요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내 글은 훌륭한 글이 아니다. 문장이 유려하지도 않고 주제가 심오하지도 않다. 심지어 유치하다. 유치한 상상을 글로 쓰는데 독자들이 그 유치함을 함께 즐겨주시는 것 같다.

 

Q. 소설을 쓰며 가장 즐거울 때는 언젠가?
어느 날 소설을 쓰는 내 모습을 누군가 촬영한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등장인물에 이입해서 시시각각 표정이 변한다는 걸 알았다. 내가 등장인물이 되어 즐기고 있을 때, 그 때가 가장 즐겁다. 물론, 통장에 인세가 입금될 때는 더할나위 없다.

 

Q. 힘든 순간도 있지 않나?
스토리 구상이 잘 안될 때, 분량을 제대로 못 맞출 때 힘들다. 이거야 성장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악플이다. 웹소설 특성 상 독자와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 대다수 독자들이 응원 해주시지만 가끔 ‘쓰레기 같은 작가’, ‘믿고 거르는 비츄’ 등의 인신공격성 댓글이 달리면 가슴이 아프다.

 

Q.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웹소설 시장은 현재 성장하고 있다. 수십, 수백 그 이상의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이야기를 토대로 함께 소통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지 꼭 함께 경험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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