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뱉대숲’에 대한 기대가 크긴 컸나 보다.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감독 잭 스나이더에 대한 관객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일단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는 거고, 그만큼 ‘뱉’과 ‘숲’을 아낀다는 거다.

 

영화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마블의 <어벤져스>에 대항할 DC <저스티스리그>의 여정이 시작된 것만은 분명하고,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떡밥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고효율 임팩트를 선사한 ‘원더우먼’과 같은….

 

*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트맨

누가 캐스팅됐더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고 크리스천 베일이 배트맨을 연기한 <다크 나이트> 3부작의 임팩트가 워낙 컸다.

 

완성도 높은 액션에 탄탄한 스토리까지 더해져 ‘최고의 히어로 시리즈’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심지어 당시 악역(조커)까지 인기를 누렸을 정도다.

 

그러나 벤 애플렉은 결국 해냈다. 타고난 피지컬과 설득력 있는 연기로 어색함 없이 시리즈에 녹아들었다. 연출자·각본가로서의 이력도 도움이 되었을 듯.

 

슈퍼맨

최근 몇 년간 영화를 흥행시킨 건 아이언맨과 배트맨이지만 히어로의 대명사는 여전히 슈퍼맨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 TV에서 한 번쯤 슈퍼맨을 보며 자랐고, 파란 쫄쫄이과 빨간 망토·팬티만으로 그를 떠올릴 수 있다.

 

당시 크리스토퍼 리브가 도맡아 연기했던 슈퍼맨 역에 헨리 카빌이 캐스팅됐다. <맨 오브 스틸>에서 첫선을 보인 뒤라 그런지 더욱 자연스럽게 ‘히어로계의 모범생’ 슈퍼맨을 연기한다. 고급진 비주얼로 싱크로율 상승.

 

 

 

배트맨

배트맨의 주 활동 무대인 고담 시티는 그에게 애증의 도시다. 쉴 틈 없이 터지는 사건·사고를 해결하다 좋은 시절 다 보낸걸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지만 그만큼 정이 들어 훌쩍 떠날 수도 없다. ‘헬조선’이 아니라 ‘헬담 시티’랄까.

 

어릴 때 부모를 잃었음에도 알프레드의 보살핌 아래 꿋꿋이 잘 자라 억만장자가 됐다. 그 돈이 고스란히 배트맨 슈트 개발, 배트모빌 수리에 들어간다는 게 함정이지만.

 

슈퍼맨

크립톤 행성 출신의 외계인. 히어로답게 출신 성분이 예사롭지 않다. 행성의 멸망을 앞두고 태어난 그는 캡슐에 싸여 지구로 넘어왔다.

 

제2의 고향 스몰빌에서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슈퍼 파워’ 때문에 혼란을 겪고, 결국 슈퍼맨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조드 장군의 공격으로부터 메트로 폴리스를 구한 뒤(쑥대밭이 되긴 했으나), 이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팬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것 중 하나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맞붙는 이유였다. 싸움 구경은 원래 재밌다지만 왜 싸우는지 맥락을 알아야 더 재밌는 법이니까.

 

조드 장군과 슈퍼맨이 싸우는 과정에서 민간인이 밀집해 있던 메트로폴리스는 만신창이가 됐고, 브루스 웨인의 회사 동료는 불구가 됐다. 가까이서 그걸 지켜본 배트맨은 슈퍼맨의 힘이 잘못 사용될 경우 세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직감한다. 여기까진 이해가 된다.

 

황당한 건 그들이 화해하는 순간이다. 배트맨을 ‘친구’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단어는 딱 하나, 엄마 이름 ‘마사’였다. 누군가는 배트맨이 순간 ‘나랑 똑같은 사람이구나’ 깨달았을 거라고 감독을 대신해 설득한다.

 

그럼 그전까지 슈퍼맨을 없애기 위해 공들인 시간은?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한 영화에 담기가 쉽진 않았겠으나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화해했으니 잘 좀 지내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라면 더더욱 사람 목숨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그래서 히어로 영화에서는 건물이 박살나는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을 무사히 구하는, ‘말도 안 되는’ 장면이 묵인된다. 그래야 히어로니까.

 

그중에서도 특히 배트맨은 ‘불살 주의’라는 철학을 철저히 지켜왔다. 악당을 죽이지 않을 땐 가끔 답답했으나, 그게 배트맨이고 그게 그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배트맨은 마음 놓고 사람을 죽인다. 특히 무지막지한 빌런 ‘둠스데이’와의 싸움 장면에서 갸우뚱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무인도에서 싸우는 것이 당연할 텐데, 배트맨은 굳이 그 통제 안 되는 덩치를 고담시로 끌고 온다.

 

메트로폴리스를 망가뜨렸던 슈퍼맨을 벤치마킹한 건가? 그래도 DC가 다른 건 몰라도 히어로의 고뇌 하나는 워낙 잘 그려냈기에 후속작에서 해명을 기대한다.


 

 

영화엔 향후 <저스티스 리그>에서 만나게 될 히어로들이 아주 짧게 모습을 드러낸다.

 

1. 원더우먼

 

영화를 재밌게 봤든 재미없게 봤든 다들 입을 모아 하는 얘기. “원더우먼 대박!” 제목에 등장하지 않고도, 심지어 아주 짧게 등장하고도 영화를 하드캐리.

 

2. 플래시

 

편의점 CCTV 영상에 등장. 편의점에서 강도가 점원을 위협하는 상황, 플래시는 엄청난 스피드를 이용해 강도를 날려버린다. 마블의 ‘퀵실버’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3. 아쿠아맨

 

바닷속에서 빛을 내뿜으며 첫 등장.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가 거슬렸는지 보자마자 창을 들어 돌진, 거기서 영상은 끝. 다루기 쉬운 놈은 아닌 듯.

 

4. 사이보그

 

사고로 몸의 절반이 타버린 그를 위해 과학자인 아버지가 실험을 감행한다. 제2의 엄마, 마더 박스(Mother box)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이 기록 카메라에 담겼다.


 

 

이번 영화에 기대한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배트맨과 슈퍼맨의 싸움을 어떻게 그릴까? 둘째,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은 어떻게 모이게 될까?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호불호가 갈렸으나 그와는 별개로 앞으로 펼쳐질 DC 확장 유니버스가 기다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다수의 DC 코믹스 그래픽 노블을 번역한 이규원 번역가에게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다.

 

코믹스 속의 배트맨/슈퍼맨은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습니다. 코믹스의 디테일은 이번 영화에 어느정도 반영되었나요?

 

만화 『다크나이트 리턴즈』에서 아머를 입고 슈퍼맨과 싸우는 배트맨. 그 부분은 거의 만화의 장면을 하나하나 똑같이 넣으려고 애쓴 것 같습니다. 심지어 핵폭탄을 맞고 바짝 말라버린 슈퍼맨의 모습까지도 꼭 넣어보고 싶었나봐요.

 

구원자로 나타나는 슈퍼맨의 모습들 역시 『슈퍼맨 포 투모로우』 『슈퍼맨: 땅 위에 평화를』등 대표 슈퍼맨 만화들의 명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것들을 얼마나 잘 연결해서 이야기를 만드느냐’겠지만, 만화 속 명장면들을 다시 만나는 것에만 집중해도 150분이 훌쩍 지나가죠. 그래서 확실히 DC 코믹스의 원작 만화를 보신 분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드디어 DC 유니버스가 영화로 확장되었는데, 하필이면 두 영웅의 싸움에서 비롯돼요. 히어로들의 대결이라는 설정이 갖는 의미가 있을까요?

 

올해 개봉되는 두 편의 슈퍼히어로 영화 <배트맨과 슈퍼맨>, 마블의 <시빌 워>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사회 전체가 고민하는 내용들을 슈퍼 히어로물로 만화화한 것을 다시 영화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무렵 9·11 테러, 이라크 전쟁, 애국법, 개인정보 유출 사건들, 불법 감시, 포로 학대 등 이전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엄청난 공포와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생겨났잖아요.

 

그들이 거기에 어떤 태도로 맞서는지, 맞서기 위해 강구했던 대처들이 어떤 부작용들을 가져왔는지, 그 이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또 어떤 희생을 겪어야 했는지를 슈퍼히어로물이라는 형식으로 녹여낸 결과물이 바로 이 영화들입니다.

 

히어로들의 대결은 이런 고민에서 일어나는 갈등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사회적인 배경을 제외하고 그저 히어로들의 싸움으로 즐기실 수도 있겠지요.

 

 

원더우먼은 짧은 시간에 강한 임팩트를 남겼어요. 하지만 배트맨/슈퍼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인데요. 어떤 캐릭터인가요?

 

슈퍼히어로 만화는 1938년에 슈퍼맨이 등장하면서 탄생했는데, 그 이후에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죠. 대서양이 독일의 유보트에 점령당하고, 독일 공군기들이 런던을 폭격하고, 하와이의 진주만이 일본에게 공격당하면서 미국 사람들은 미국 본토에도 전쟁의 영향이 미칠 거란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때 만화 작가들은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마블에서는 캡틴 아메리카 등을 전선으로 내보냅니다. 실제 전장엔 나가지 않더라도 전쟁을 위한 모금에 동참을 유도하는 홍보 포스터 형식으로 만화 커버들을 그렸고요. 그래서 당시 슈퍼히어로들은 전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염원하는 그런 상징이었어요.

 

원더우먼은 그 시절 독일군의 코를 납작하게 했던 영웅이었죠. 원래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키는 것이고, 보통 여자들은 평화를 갈구한다는데, 원더우먼의 아마존족은 여성만의 나라를 만들어 평화롭게 살았습니다. 원더우먼은 세상에서 전쟁을 없애고 남자들의 세상에 평화와 사랑을 알려주러 나온 인물이었죠.

 

마블과 비교해 DC 유니버스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DC에는 원더우먼이 있고, 마블에는 원더우먼이 없다. 그 차이 아닐까요? 반대로 DC와 비교해 마블 유니버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DC에는 스칼렛 요한슨이 없지만 마블에는 스칼렛 요한슨이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에는 저스티스 리그의 멤버가 될 히어로들의 모습이 잠시나마 비쳤습니다. 이들 말고도 코믹스 속 ‘저스티스 리그’의 멤버들을 영화에서도 모두 만날 수 있을까요?

 

영화에선 저스티스 리그의 주요 멤버들이 등장하죠. 뉴52 저스티스 리그의 구성원들로 플래시, 사이보그, 아쿠아맨이 추가되는데, 그린랜턴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그린랜턴의 거대한 세계야말로 DC 유니버스의 정수거든요.

 

1990년대 ‘슈퍼맨의 죽음’이라는 큰 사건 이후에 배트맨과 그린랜턴 모두 엄청난 위기를 겪었는데, 아마 그 부분들을 어떻게든 영화로 조금이나마 살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지금까지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 두 영화에서 본 스케일을 뛰어넘는 영화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이건 영화를 만드는 분들이 대답을 갖고 계시겠죠.

 

DC의 히어로들은 코믹스(저스티스 리그)에서 어떤 공동 목표를 갖고 모이게 되나요?

 

같은 토끼를 쫓다가 만나는 사냥꾼들이랄까요? 하나의 악당, 혹은 공동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재앙들이 히어로들을 결성하게 합니다.

 

사실 원작 만화에서는 이런 팀의 결성 계기가 황당하게 그려졌어요. 초창기에는 작가들이 2급 히어로들을 묶어서 팔려다 보니, 그 캐릭터들만으론 재미가 없고 해서 슈퍼맨과 배트맨 정도를 명예멤버, 얼굴마담으로 끼워서 같이 파는 식이었어요. 같이 싸울 거리야 만들기 나름이고요.

 

그건 DC나 마블 가릴 것 없이 비슷한 방식이었고, 어설프게도 자꾸 합치다 보니 공동으로 싸워야 할 정도로 강한 적들을 창안하게 되고, 멋진 이야기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어쨌든 저스티스 리그 급으로 올라가면 최소한 슈퍼맨 클래스 이상으로 가는 거죠. 배트맨이 고담을 벗어났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부분들이 백미 같아요.

 

 

코믹스에서 ‘저스티스 리그’ 멤버들이 맞서게 될 거대악은 어떤 모습인가요?

 

마블에 타노스가 있다면, DC에는 ‘다크사이드’라는 거대한 악당이 있습니다. 원래 다크 사이드라는 캐릭터가 먼저 있었는데, 이 캐릭터에 창안해서 타노스를 만들었다고 해요.

 

재미있는 건 DC나 마블의 만화들에 등장하는 만화캐릭터들은 <데드풀>에서 데드풀이 화면 밖의 관객과 독자들에게 대화를 거는 것처럼, 종종 자신들이 만화 주인공이라는 진실을 대하고 충격을 받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우주를 구하고 인류를 구하는 위업을 달성했는데, 알고 보니까 나는 만화 주인공이었고, 작가의 펜 끝에서 놀아나는 꼭두각시였다?

 

최고 악, 거대악의 한계는 때로는 그 지면을 뚫고 나오기도 합니다. 히어로들에게 시련을 안기는 주인공들은 작가들이기도 하고, 그들의 시련을 즐기는 건 독자들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점이 재미있죠. 이 영화 프랜차이즈가 어느 선까지악의 한계를 끌고 갈까, 저도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저스티스 리그>와 <어벤져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저스티스 리그는 히어로들의 자치 조직입니다. 배트맨만 해도 절대 정부의 지휘를 받을 인물이 아니죠. 하지만 어벤져스는 영화의 설정으로는 쉴드라는 조직의 주도로 결성이 되었고, 그로 인해서 갈등이 발생합니다.

 

Intern_이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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