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나는 지금이라면 큰일 날 문구인 ‘be the reds’ 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등교를 하던 6학년 초딩이었다. 당시엔 월드컵 붐이 엄청났다. 우리 반은 어디에 따로 모여 단체로 응원하기도 했다. 끽해야 급식실이었지만 즐거웠다. 열정적인 담임선생님 덕분이었다. 그해 우린 선생님 결혼식에도 갔고 학급문집도 만들었고, 10년 후엔 어디서 만나자는 약속도 반 전체가 했었다. 온갖 재밌는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선생님의 이름을 다시 들은 건 대학생이 되어서였다.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갔는데, 엄마는 그 선생님이 학교에서 쫓겨났단 소식을 전해줬다. 선생님이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애들이 하나둘 원형 탈모에 걸렸었단다. 이상하게 여긴 학부모들이 추궁한 결과, 그 반엔 이상한 벌이 있었다. 투명인간. 그 얘길 들으니 기억 속에 꽁꽁 묻어놨던 일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Y와 J. 내가 비겁하게 외면했던 우리 반 투명인간.

 

‘투명인간’이 시작된 계기는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던 Y가 선생님을 발로 차는 시늉을 하면서부터였다. 화가 단단히 난 선생님은 “앞으로 Y는 투명인간이니 선생님이 벌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대화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런 일은 몇 번이고 더 있었다. 때론 법정이 열리기도 했다. 선생님은 판사이자 검사였고 기준이었다.

 

J는 아마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했었던 것 같다. 선생님은 그럼 J에게 투명인간이란 벌을 줘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배심원이란 이름이 붙었어도 우린 결국 청중에 불과했다. 이 기억을 깊게 묻어 둔 이유는 명확하다. 그때의 내가 쪽팔려서. 법정에선 말하지 못했어도, 선생님이 보지 않을 때는 걔들을 없는 사람으로 대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난 선생님이 자리를 비웠을 때도 그 애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다수가 되는 건 안전하다. 만일 몇몇 친구들이 하던 것처럼 융통성 있게, 어쩌면 정의롭게 행동했더라면, 형량을 정할 때 엎드려 있던 J의 모습이 기억 속에 아프게 남아있진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그 말을 못 하게 되면 세 개째의 개똥은 네 차지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언론인 홍세화는 어릴 때 들은 ‘서당 선생과 개똥 세 개’얘기가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서당 선생은 삼형제에게 차례로 장래 희망을 말해보라고 했다. 공부도 하지 않는 첫째와 둘째는 꿈으로 정승과 장군을 말했고, 서당 선생은 크게 기뻐하며 칭찬했다. 막내는 똑같은 물음에, 장래 희망은 차치하고 개똥이나 세 개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벌써 기분이 언짢아진 서당 선생이 개똥은 어디에다 쓸 거냐고 물었다. 셋째는 첫째 형, 둘째 형에게 먹이겠다는 맹랑한 대답을 한다. 서당 선생이 마지막 건 누구 거냐고 버럭 화를 냈다. “당연히 서당 선생이 먹어야죠.”란 홍세화의 대답에 할아버지는 “세화야, 네가 앞으로 그 말을 못하게 되면 세 개째의 개똥은 네 차지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라고 했다고 한다. 투명인간인 Y와 J에게 말조차 걸지 않았었던 나. 최초로 자기 검열을 했던 순간이자 개똥을 스스로 떠 먹어야 했던 기억이기도 하다.

 

Y와 J이랑 눈조차도 마주치지 않았던 13살, 나는 처음으로 세 번째 개똥을 먹었다. 알아서 기는 법을 참 어린 나이에 배운 것 같다. 분명한 건 선생님과 보낸 그해 우린 정말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즐겁게 지냈다는 거다. 선생님이 떠올라 구글링도 해봤다. 그는 언젠가부터 학교에 복귀해, 그해 담임을 맡은 반을 도내 모범반으로 이끌기도 한 모양이었다.

 

그때보다 키도 목소리도 커진 난, 어쩜 더 생각 없이 개똥을 먹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딱히 안 먹겠단 다짐도 없이. 오늘도 어딘가에선 가해자로, 또 다른 데선 피해자로 살아가고 있단 걸 아주 잘 인지하면서도.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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