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머리를 말리고 있는 내 옆으로 온갖 옷을 꾸역꾸역 걸어놓았던 2단 행거가 우당탕탕 무너져내렸다. 그날 출근길에 이 책을 챙겼고, 이런 문장을 만났다. “소중한 것을 소중히 하기 위해 소중하지 않은 물건을 줄인다.” 못 버려서 끌어안고 살던 옷들에 깔릴 뻔 하고 보니, 과연 와닿는 말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미니멀리스트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이다. 이때 줄이는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고 여기는 통념,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더 가지려고 하는 욕심,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최대한 모아두어야 한다는 불안감도 해당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물건을 버리는 일에 대한 지침이 아니라, 행복에 대한 또 하나의 의견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feat. 사사키 후미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그런데 왜 버려야 하지? 의문이 든다면

현재를 한번 진단해보자. 아래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당신은 지금 버릴 것이 있는 사람이다.

 

01. 갖고 싶어 산 물건 때문에 괴로운 사람 손

마음에 들어서 샀지만 이젠 도무지 입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옷, 큰맘 먹고 준비했으나 먼지만 쌓여가는 운동기구. 이런 물건들이 눈에 띌 때마다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사지 못한, 스스로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진 않는지?

 

사들인 물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책하고, 늘 한숨부터 나오는 지저분한 방을 외면하는 악순환을 반복 하고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정말 아까운 것은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 아니라, 그것을 볼 때마다 상하는 내 마음이다.

 

02.보관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하는 사람 손

일단 무엇이든 보관해 버릇하면, 늘어난 물건에 휘둘려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물건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알게 모르게 관리가 필요하다. 물건들이 흩어져 나와 너저분해지고, 그것을 다시 정리하고, 또 지저분해지는 일의 반복은 또 어떻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갖고 싶은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갖게 된 물건을 보관하고 유지하기 위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다 써버린다고. 그리고 영화 <파이트 클럽>의 대사를 덧붙인다. “너는 결국 네가 가진 물건에 소유당하고 말 거야.”

 

03.물건이 곧 나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

내면의 가치는 쉽게 보여주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전달하려 한다. 감각적인 패션, 특별한 수집품, 방대한 양의 책과 CD 같은 것들.

 

‘좋아해서’ 갖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이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인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저자의 이런 고백은 뜨끔하다.

 

“읽은 책을 유용하게 사용하지 못하면서도 책을 계속 늘려갔다. 나는 나 자신의 가치를 책장에 진열된 책의 분량으로 드러내려고 했고, 마침내는 읽지도 않은 책을 나 자신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나 자신의 가치는 결코 갖고 있는 물건의 합계가 아니다.”

 

04.더 가지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 손

많이 가질수록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를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비참한 기분에 빠지게 만든다. 지금의 삶은 늘 ‘원하는 삶’에 미치지 못하는 삶이다. 친구의 방에서 북유럽풍 소품을, 새로 산 접이식 자전거를, 최신형 맥북을,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옷을 발견할 때 우리는 묘한 부러움과 열등감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손에 넣은 물건으로는 잠깐 동안만 행복할 뿐이다. 우리에겐 늘 새로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05. 늘 마음이 바쁘고 엉망인 것 같은 사람 손

저자는 수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 때, 무슨 일이든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했고, 생활을 흐지부지 방치하면서 의욕을 점점 잃어갔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의 자신을 ‘처리중’이라는 아이콘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느려터진 컴퓨터에 비유했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도 데이터는 가득 차 있고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아, 먹통이 되기 전의 컴퓨터처럼 간단한 작업밖에 할 수 없었다고.

 

그러니 그가 버린 만큼은 아니어도, 물건을 줄임으로써 삶을 지금보다 정돈할 수 있다면 우리의 생각 역시 가지런해질 수 있을 것이다.

 


버려본 놈이 알려주는 버림의 기술 7

행거 무너지게 한 애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버리는 연습을 하기에 봄만큼 좋은 계절도 없다.

 

01. 언제 버릴까? 지금! 롸잇 나우!

‘요즘 하고 있는 일이 끝나면 그때 버리자.’ ‘시험 기간이 끝나면 그때 하자.’ ‘곧 이사 가니까 그때 버리면 되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영원히 못버린다.

 

시간이 있어야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 버려야 시간이 생긴다. 왜? 그 물건들이, 정확히는 그 물건의 관리와 보관이 당신의 시간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책을 덮고 쓰레기봉투를 사러 가도 좋다. 게다가 저자는 “너는 지금 버릴 수 없는 게 아니라 버리기 싫을뿐”이라고 말한다. 왠지 분해서라도 움직이고 싶다!

 

에디터 체험기: 나는 행거를 쓰러지게 한 놈이었기 때문에, 버려본 놈을 따라 하긴 쉬웠다. 방바닥을 뒤덮은 옷들을 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거기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02. 뭐부터 버릴까? 확실한  쓰레기부터!

그래도 막상 멀쩡한 물건을 버리기가 어렵다면, 혹은 ‘청소’의 ㅊ만 들어도 거부감이 든다면, 우선은 쓰레기를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 하자.

 

빈 캔, 다 먹고 난 도시락 상자, 냉장고 속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 상하고 무른 과일이나 채소, 솔기가 터진 채로 넣어두었던 옷들을 꺼내어 버리면 된다. 방 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누가 봐도 틀림없는 쓰레기부터 버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에디터 체험기: 대체 방 안에 쓰레기 같은 게 있을리……가 있었다. 다 먹고 난 생수병, 책상 위에 던져둔 온갖 영수증, 바나나 껍질 등 ‘누가 봐도 쓰레기’인 것들을 찾아서 버리자 쓰레기봉투 하나가 금세 찼다

 

03. 버리기 아깝다고? 있는 줄도 몰랐으면서

정리를 시작하면 ‘이런 것도 가지고 있었군!’ 싶은 물건이 나오는데,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던 거라면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다. 1년 사계절 동안 용하지 않았던 물건 역시, 내년이든 후년이든 없어도 문제없이 지낼 수 있는 물건이다.

 

명심하자. 이런 물건 중에 ‘버리고 후회할 물건’은 하나도 없다. 왜? 또 금세 잊고 살 것이기 때문이다.

 

에디터 체험기: 행거가 옷을 토해내는 바람에 이 부분은 쉬웠다. ‘이런 옷도 있었어?’부터 ‘이걸 대체 왜 샀을까’ 싶은 옷은 이참에 다 버렸다. ‘…유행이 5번 정도 돌면 다시 입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물론 들었지만, 그 생각도 과감히 함께 버렸다. 멀쩡하지만 다시 안 입을 것 같은 옷들은 모아서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04. 본전 생각? 그건 이미 중고 중에 중고야

아까워서 못 버리겠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직 본전을 뽑지 못했다’는 미련 때문이다. 우리는 물건을 가지고 있을 때 줄곧 그 물건의 가치를 샀을 때의 가격 그대로 생각하는 오류에 빠진다. 때문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물건을 보면 본전을 뽑지 못했다는 생각에 우울해지는 것이다.

 

물건의 가격은 매일매일 하락한다. 물건의 가치를 구입 가격 기준으로 삼는 자기 편향적 사고에서 벗어나자. 저자는 또한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도 미련 없이 버리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마음 한구석에 ‘실패’라고 생각하는 물건과 부대끼게 되므로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것.

 

에디터 체험기: 구매에 ‘실패’한 물건과 같이 사는 걸로는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본전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잘못 샀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참에 미련 없이 버렸다.

 

05. 여러 개 있는 물건? 하나만 있으면 돼

사용하지도 않는 볼펜이 대여섯 자루나 있고, 있는 줄 모르고 또 산 책이 두 권 있다면 하나만 남기고 버리자. 저자는 물건이란 용도별로 하나씩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게 어렵다면 ‘세 개 중에 한 개만 버려도 괜찮다’고 좀 봐주기도 한다.

 

선택하는 방법은 쉽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사용하지 않는 것, 기능이 더 떨어 지는 것을 버리면 된다.

 

에디터 체험기: 나는 집에 연필꽂이가 3개나 있는 사람이었다! 미어터지게 꽂혀 있던 안쓰는 볼펜과 연필과 사인펜을 정리했다. 사은품으로 받은 뒤 쓰지도 않으면서 보관해두었던 알록달록한 머그컵들도 내놓았다.

 

06. 추억 담긴 물건은? 사진으로 남겨두자

저자는 ‘사연이 있어’ 버리기 힘든 물건의 경우 사진을 찍어두고 버렸다고 한다. 학창 시절 낙서가 남아 있는 교과서, 여행지의 각종 티켓들, 한때 열중했던 취미용품 등.

 

사실 버리기 힘든 것은 물건 자체가 아니라, 물건에 얽혀 있는 추억이다. 그러나 물건을 버리는 것과 물건에 얽힌 추억을 버리는 것은 완전히 별개다.

 

또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버리려고 꺼내기 전까지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물건이 더 많을 것이다. 오히려 버리려고 사진을 찍고기록 해두는 동안 추억을 되새길 수 있으며, 디지털 사진으로 보관해두면 언제든지 손쉽게 추억을 소환할 수도 있다.

 

에디터 체험기: 추억 파트의 대명사는 역시 비행기 티켓, 각종 입장권과 영수증 등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버리지 못하고 모아뒀지만사실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잉크가 휘발된 빈 영수증을 보면 대체 이게 뭐에 쓴 건지…. 간직하고 싶은 것들만 찍어서 해당 여행의 사진 폴더 속에 함께 넣어두었다.

 

07. 언젠가 쓰겠지? 그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가전제품을 사면 딸려온 부속품, 사용설명서 등은 없으면 곤란할 것 같아서 챙겨두지만 제대로 사용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애초에 갖고 있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거나 막상 어디 넣어두었는지 몰라 못 찾기 일쑤. 또 ‘언젠가’ 쓸 것 같아서 보관해둔 예쁜 봉투나 종이 상자, 유리병 등은먼지만 앉을 뿐이다.

 

저자는 버릴 때 (쓸데없이) 창조적이 되지 말라고 지적하는 데 이 부분이 뜨끔하다. “잠깐만, 이 빈 쿠키 통,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약상자로 쓰면 어떨까?” 뭘 못 버리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에디터 체험기: 이상하게 택배 박스에 담겨온 말끔한 뽁뽁이는 쓸 일이 있을 것 같아 못 버리곤 했다. 뽁뽁이 수집가인 줄…. ‘언젠가’ 선물 포장할 일이 생기면 요긴할 것 같아 남겨둔 예쁜 봉투와 상자도 모두 버렸다.

 

Illustrator 김태연 youn@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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