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사랑한다. 여행지에서 마시는 낮술도 좋고, 밤에 집에서 혼자 영화 보면서 먹는 캔맥주도 좋다.
냉장고에 채워 둔 맥주가 떨어져 편의점으로 향하던 길에(요즘 숙면을 위해 ‘자기 전 맥주 1캔’을 실천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맨날 마시는데 아예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왕 만들 거면 내가 좋아하는 흑맥주로 만들어야지! 친구가 원데이 클레스에서 수제 맥주 만드는 법 배웠다던데. 나도 한 번 해볼까?”
나는 원데이 클레스 전문 업체 MNMP의 수제맥주 입문 클래스를 들었다. 수강료는 1일 30000원.
이곳 말고도 다양한 곳에서 맥주 만들기를 배울 수 있으니, 일정에 맞게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입문용으로 좋은 원데이 클래스부터, 3개월 이상 꾸준하게 배우는 제법 전문적인 과정까지. 의외로 선택의 폭이 꽤 넓다.
오늘 수업을 진행할 멘토님이 살짝 귀띔해 주신 바로는, 이 수업에는 주로 20~30대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봄이 싫은 20~30대 솔로 남성) 클래스는 밥-영화-커피에 질린 커플들이 듣기에도 괜찮아 보였는데, 실제로 여자 친구에게 이끌려 온 남자들이 간간이 있었다.
흡사 고등학교 과학 시간
원데이 클래스는 크게 이론과 실습으로 나뉜다. 이론을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멘토님은 이렇게 말했다. “술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아야 맛있는 술을 만들 수 있어요.”
내 입맛에 꼭 맞는 ‘인생 맥주’를 만들려면, 들어가는 재료의 비율을 조절해가며 여러 번 시도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처음 만든 맥주가 내 입맛에는 조금 싱거울 수 있다. 도수가 조금만 더 셌으면 좋겠다. 맥주의 도수를 세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뭘 더 넣어야 할까? 이런 궁금증에 필요한 것이 맥주(술)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주 재료는 ‘당(sugar)’이다. 당에 효모를 넣으면, 그에 의해 당이 알코올과 CO2(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이 과정을 ‘알코올 발효’라 부른다. 술이 되는 것이다. 모든 발효주(맥주,막걸리,와인 등)는 알코올 발효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과정을 한 번 이해하면 어떤 술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자! 이해했다면, 도수가 높은 맥주를 만들어 보자. 도수는 알코올이 결정하니, 독한 술을 만들고 싶다면 알코올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알코올은 당이 분해되며 만들어지므로, 당을 많이 넣으면 독한 술이 된다.
이곳에서는 맥주 원료를 볼 수 있었다. 우선 타원형 병에 담긴 것들이 보리다. 볶은 정도에 따라서 연한 크림색부터 진한 갈색까지 다양한 색이 나온다. 이 색이 맥주의 색을 좌우하게 된다고. 또 보리에 들어 있는 당은 알코올 발효의 원료가 된다.
그 뒤에 삼각 플라스크에 담긴 것은 홉이다. 솔방울 모양의 꽃으로, 맥주의 향과 맛을 좌우하며 맥주가 쉽게 상하지 않게 한다고. 이 밖에 물 그리고 효모도 필요하다.
몰트
하지만 원료로 직접 맥주를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려우니, 홈브루잉에서는 보통 ‘몰트’라는 가공 제품(맥주 제조용 엿기름)을 쓴다고 한다.
이제까지 성실하게 따라왔다면,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다. 아래의 과정을 순서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① 소독
술을 만들 때 제일 처음 해야 할 것은 소독이다. 술이 닿는 모든 것들을 주방 세제로 씻고, 알코올을 뿌리자. 술에 균이 들어가면 안 된다.
② 몰트 중탕하기
몰트는 점성이 아주 높다. 뜨거운 물로 중탕하여 녹여 놔야, 다음 단계에서 물과 몰트를 섞을 때 편하다.
③ 물 넣기
녹은 몰트에 물을 넣어 준다. 이때 수돗물을 사용하려면 염소를 제거한 후 사용해야 한다.
④ 물과 몰트 잘 섞어 주기
이게 그나마 가장 힘든 과정이다. 물과 몰트가 잘 섞일 수 있도록 거품기로 힘차게 저어 준다. 효모는 산소를 양분삼아 증식하기 때문에, 이렇게 힘차게 저어 주면 맥즙에 공기(산소)가 들어가서 발효가 잘 일어난다.
⑤ 효모 넣기(=피팅)
이때 효모와 맥즙은 굳이 섞지 않아도 된다. 거품이 가라 앉으면서 자연스럽게 섞인다.
⑥ 1차 발효
1차 발효는 약 일주일 정도 걸린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에어락’이라고 하며 알코올이 발효될 때 발생하는 CO2의 배출을 돕는다.
⑦ 2차 발효
1차 발효가 끝나면 맥주를 병에 옮겨 담자. 이때 소량의 설탕을 추가하고 용기를 밀폐해야 한다. 추가로 넣은 설탕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나면 CO2가 발생하고, 이것이 맥주를 탄산음료로 만들어 준다. 이제 정말 끝이다. 일주일 정도 상온에 둔 뒤, 맛있게 먹으면 된다!
오늘 만든 맥주는 2주 후에나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까지 와서 맥주 한 잔 마시지 않는 것은 아쉬우니, 공방에서 판매하는 맥주를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다.
클래스를 마무리하며, 멘토님이 말했다.
술을 직접 만드는 것과 운동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방법은 아는데 막상 실천하기가 어렵죠. 오늘 이렇게 배운 걸 집에 가서도 꼭 해보세요. 직접 만들어 보면 맥주를 더 폭넓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제 맥주 만들기 키트”를 검색해 봤다. 가만있자. 월급날이 며칠이나 남았더라…
photographer Leobinus
illustrator liz
editor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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