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타 에디터가 되고 싶어요! 유명해지고 싶어요.”

 

내가 다니는 잡지사에서 일하는 후배 에디터가 한 말이다. 만약 당신이었으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선량한 당신은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른다. ‘좋은 글을 바래야지 이름 알리려는 걸 우선시하는 건 나쁘다’ 혹은 ‘유명해지는 건 덧없는 일이다’ 등등. 세련되게 포장되지 못한 날것의 욕망에 많은 분이 거부감을 느끼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후배가 드러낸 욕망은 나에겐 매력적이었다. 뜨고 싶다는 욕망, 타인이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욕망, 유명해져 돈도 벌고 싶다는 날것의 욕망들을,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넘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면, 그 시작은 날것의 욕망이라 생각한다. 너무 다짜고짜 말했는데, 차근차근 설명을 해보자면…. (화면이 점점 흐려지며 다른 이야기로 쓱 전환)

 

왜 그런 경우 있지 않은가. 걸작으로 유명한 영화가 있다. 다들 괜찮다고 수군댄다. 반골 성향의 당신은 괜한 반감이 생겨 일부러 눈길을 거둔다. 한참 후 그 영화를 보게 되는데 큰 감동을 뒤늦게 받고 동네방네 뒷북을 치고 다닌 경험.

 

김연수의 에세이집 『소설가의 일』이 나에게 그런 케이스였다. 지인들이 김연수의 에세이를 추천할 땐 뻔한 감동 스토리겠거니 냉소했는데, 읽어 보니 아주 좋았다. 소설을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에서 시작해 ‘소설 쓰기’와 ‘세상 살아가기’를 교묘히 엮어내며, 우리가 마음으로 어렴풋이 느꼈음에도 해석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김연수 에세이 너무 좋지 않아? 어떤 이야기가 있느냐 하면….” “선배, 다들 좋다고 했었잖아요. 이제 와서(비난조).” “….”

 

『소설가의 일』에서 기억에 또렷이 남은 건 ‘좋은 이야기의 공식’이다. ‘(캐릭터+캐릭터의 한계)+방해물=좋은 이야기’가 원래의 인용인데, 나는 조금 바꿔서 ‘(캐릭터의 욕망+캐릭터의 한계)+방해물=좋은 이야기’로 해석했다.

 

대학교 3학년인 소연씨가 있다고 치자. 진로도 걱정스럽고, 예전보다 멀게만 느껴지는 친구 관계도 쓸쓸하다. ‘한땐 영원히 함께일 것 같더니. 이제 다들 자기 삶을 찾아가는구나.’

 

하지만 무엇보다 큰일은 입학 때부터 알던 ‘남자 사람 친구’에게 이성의 감정을 느끼게 된 사태다. 늦봄에 함께 술을 마시는데, 평소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때우던 것과는 달리 그날따라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놀랍게도 둘의 인생 영화가 똑같았고, 그로 인해 소연씨는 친구와 깊은 곳에서 서로 묘하게 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술자리를 끝낸 후 함께 좁은 도로변을 걷던 중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고, 친구는 소연씨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아주 자그마한 스킨십이 일어났고, 스킨십은 그와 남자로서 함께하고 싶다는 ‘욕망’을 그녀에게 심어주었다. 평범한 외모에 끼도 없다, 라고 소연씨는 평소에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남자애는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있다. ‘연애를 오래 안 해서 미친 게야’라며 자기 최면을 걸지만, 한 번 생긴 욕망은 어떤 합리적 사유로도 해소되질 않았다. 소현씨가 설현 외모인 덕에 남자들이 일상적으로 대시한다면, ‘이야기’로선 곤란하다. 남자측이 느닷없이 소연씨에게 호감을 표한다면 그 역시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마치 실제로 겪는 것처럼 절절이 공감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라면, 당신과 나를 포함한 우리들 대다수는 설현이 아닌 탓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자주,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랑뿐만이 아니다. 나는 욕망했으나 좌절한 사람을 한 트럭은 알고 있다.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싶지만 무명 시절을 겪는 글쟁이가 있고,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으나 계약직을 전전하는 친구도 있다. 그들은 질투와 자괴에 쩔쩔맨다. 본인들에게 매우 슬프겠지만 나는 거기서 훌륭한 이야기, 혹은 훌륭한 삶이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지 못할 현실이 단단한 벽처럼 있을 때 개인은 어떤 판단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가. 왜 살아가야 하는가. 꿈을 이루든 이루지 않든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의 캐릭터는 욕망하기 전의 캐릭터와 같지 않다. 어느 부분엔가 성장해있다.

 

글 첫 부분으로 돌아가 날것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누군가 저렇게 고통스러운 상황까지 버텨내면서 뭔가를 이루려 한다면 그 욕망은 관념적 소망일 리 없다. 예를 들어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같은 관념적 소망. 고귀한 소망이지만, 사람은 그런 소망으로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여자한테 잘 보이고 싶은 욕망 같은, 날것의 욕망이 훨씬 강하다.

 

“저는 스타 에디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후배 에디터는 그 후 우리 잡지가 다루지 않았던 뷰티 장르를 혼자 개척했다. “어느 매체라고요? 잘 모르겠네요.” 이어지는 무관심을 이겨내고 수많은 화장품 업체와 관계를 텄으며, 독자의 관심도 사로잡았다. 아예 메이크업 국가 공인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까지 등록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새로운 뷰티 미디어를 만들겠다는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런 미디어를 만들 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3~4년 후엔 대단한 에디터가 되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좋은 욕망과 나쁜 욕망은 무 자르듯 구분되는 게 아니다. 마음속에 한 덩어리로 존재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힘껏 균형을 잡고, 욕망과 함께 앞으로 나가는 것일 뿐.

 

마지막으로 만약 독자 당신이

1) 욕망에 쩔쩔매는 욕망 덩어리라면 걱정 마시길. 그 욕망이 당신을 높은 곳으로 올려줄 것이니.

2) 이루지 못할 욕망에 고통 받는 중이라면, 아픔을 어떻게든 견뎌내시길. 그 아픔이 우리가 위대한 이야기(삶)를 쓰게 될 동기가 될지도 모르니.

3) 뭘 이루고 싶은지 욕망이 없어 고민인 분이라 해도 걱정은 마시길. 욕망은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와 찰싹 달라붙어, 그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세상을 보여줄 테니까.

 

Illustrator 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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