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어린 벚꽃이 눈을 뜬다. 화창한 봄이 유독 힘겨운 이들은 질끈 눈을 감기도 한다. 힘든 봄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위로의 음악들. 라이너스의 담요, 연진이 당신에게 이야기한다.

 

 

‘라이너스의 담요’는 무슨 뜻인가요?
스누피로 유명한 찰스 먼로 슐츠의 만화 <피너츠>에 보면 ‘라이너스’라는 캐릭터가 나와요. 이 친구는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슬픔을 잘 느끼는데요, 담요가 있으면 안정을 찾아요. 그래서 항상 담요를 들고 다녀요. 언젠가 라이너스가 꼭 끌어안고 다니는 그 ‘담요’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도 이처럼 따뜻한 위안을 주고 싶습니다.

 

연진 님에게 2016년 봄은 어떤가요?
최근 몇 년간 개인적인 고난을 겪었어요. 그 과정에서 내게 무엇이 부족한지 배움을 얻기도 했지만, 천진난만한 면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쉬워요. 올해 봄은 저에게 ‘회복’이죠. 좋은 사람들과 만나 즐거운 일들을 하면서 여유를 회복하고 싶어요.

 

대학생 때 유달리 힘겨운 봄을 보낸 기억이 있나요?
대학 졸업반 시절, 인턴으로 일하며 보냈던 봄이 기억에 남아요. 일이 많이 힘들었고, 저는 무척 서툴렀죠.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앉아 “과연 내게 괜찮은 인생이란 것이 오기는 하는 걸까?”라는 의심을 하염없이 하기도 했어요.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들도 물론 많았지만, 인턴 시절에 했던 크고 작은 실수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저 멀리 목성으로 피신하고 싶곤 해요.

 

그런 우울한 기분이 들 땐 어떻게 하나요?
이건 정말 행운인데, 제게는 마음의 바닥까지 털어놓아도 저를 판단하지 않고 걱정과 응원만 해주는 친구가 몇 있어요. 우선은 친구를 만납니다.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때가 많아요. 그게 여의치 않은 상황이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밖을 오래 걷거나, 집중할 수 있는 것들을 해요. 어려운 곡의 기타 연습, 호흡에 집중하느라 다른 생각이 없어지는 수영 같은 걸 합니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으세요?​
지금까지 주로 만들었던 포근한 무드의 음악들도 계속 만들면서 제가 겪는 고민이나 어려움 같은 속마음도 음악을 통해 들려드리고 싶어요. 라이너스의 담요는 주로 아기자기하고 행복한 노래를 하는 밴드로 알려졌지만,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음악을 통해 더 다뤄보고 싶습니다.

 

 

라이너스의 담요가 소개하는
힘겨운 봄을 달래줄 음악들

 

Blossom Dearie – They Say It’s Spring

 

아주 많이 사랑스러운 봄 노래에요. ‘봄이 왔대요! 깃털처럼 가벼운 기분, 우리가 나눈 마법처럼 따스한 날씨도 왔어요. 사람들은 봄이 왔다고 말하는데, 사실 내게 봄은 당신인 것 같아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건, 봄이 아니라 당신 때문이에요.’라는 가사 때문. 많은 보컬이 이 노래를 불렀지만, Blossom Dearie가 부른 버전이 가장 봄과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올봄, 사랑을 찾는 이들에게 더욱 낭만적인 곡인 거 같아요.

 

 

이호석 – 그대의 계절

 

봄이 되자 떠들썩해진 거리, 분주히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한때 저 사이에서 웃고 있었을 나를 떠올리게 되는 곡이에요. 봄은 따스하지만, 봄의 추억은 언제나 시리죠. 지금 어렴풋이 누군가 떠오른다면 꼭 들어보시길 바래요.

 

‘떨어지는 꽃잎 사일 걸어도
더 이상 눈물이 나질 않고
촉촉하게 내린 비에 온몸을 
적시지 않아도 될 때쯤
어느새 계절은 지나고
키가 조금 자라고
혼자뿐이라는 생각은
가슴 속 한구석에
잠시 동안 밀어둔다’

 

 

Rod McKuen – Jean

 

제목이 제 영어 이름과 같다고 친구들이 주제가로 삼아줘서 더욱 각별하게 여기는 곡이에요. ‘장미가 붉고, 잎이 푸르고, 구름이 낮으니 풀밭으로 나와요. 그대는 젊고 생기 있으니, 그만 꿈속에서 헤매고 이리 나와요’ 라는 가사가 인상적이에요. 누군가 내 손을 붙잡고 봄으로 이끌어주길 바라게 됩니다.

 

‘진, 진
장미가 붉고, 나뭇잎이 푸르고
구름이 이렇게 낮게 떠 있어.
만져보고 느낄 수 있으니
풀밭으로 나와요, 진
그대는 젊고 생기있으니
꿈속에서 헤매지 말고 나와요.
뛰어요, 할 수 있다면 언덕 끝까지
두 팔을 벌려봐요, 사랑스러운 진.’

 

 

슈만 – 어린이의 정경 중 1번 ‘미지의 나라들’
(Schumann – Kinderszenen, Op.15, No.1 Von fremden Landern und Menschen)

 

‘먼 나라 옛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의 동경’을 담은 곡이라고 해요. 이 곡을 아주 많이 좋아해서 휴대전화 벨소리로도 해놓았는데, 듣고 있으면 수선화가 가득 핀 들판 한가운데를 걷는 것 같아요. 흔히 누구나 떠올리는 봄의 이미지 같죠.

 

 

라이너스의 담요 – Parade

 

담요 곡들의 대부분이 봄 느낌이지만, 이 곡은 특히 ‘놀이 공원’에 대한 곡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만든 곡이었어요. 저는 놀이공원 가 본지도 까마득하고 사람 많은 곳이라면 질색을 하는데도, 봄이 되면 으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그래서 ‘봄나들이’, 봄맞이’ 같은 말도 있나 봐요. 왜인지 알만 하지만, 사람들은 사계절 중 유독 봄을 환영하는 것 같아요(불쌍한 여름가을겨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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