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게 키워줄게

산세베리아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인데 반려자, 반려 동물, 반려식물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만큼 안정감·친밀감이 절실해진 거겠지.

 

가족에게서 받는 위로는 그만큼의 간섭과 잔소리를 동반했고 20년 가까이 붙어사는 동안 자식들은 과도한 ‘반려’에 지쳤다.  그래서 나를 포함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부분의 미혼자들은 시원섭섭한 작별 인사를 건네고 한 칸짜리 자취방에서 해방을 맞은 것이다.

 

해방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외로움이 찾아왔다. 다양한 이름을 가진 ‘반려인간’들과의 좋은 시절은 턱없이 짧았다. 부모의 ‘과도한 반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귀여움에 혹해 동거를 꿈꾸기도 했으나 이번엔 내가 문제였다. 나는 저 귀여운 녀석의 사생활을 보호해줄 수 없을 것 같다. 저 녀석의 고급진 식생활을 위해 내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낮출 만큼 널 사랑하긴 힘들 것 같다. 아, 난 못할 것 같다.

 

식물에겐 미안하지만 만만한 게 너다. 만만하다고 해서 말라 죽는 식물을 보는 게 마음 편할 리 없다. ‘잘 안 죽는 식물’을 검색하니 ‘산세베리아’ 다섯 글자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물, 햇빛과 함께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반려’를 줄 테니 너도 나에게 딱 그만큼만 위로를 줘.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조금 까칠해도 괜찮아

선인장

 

평소 까칠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주로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가만히 있을 때 이런 소리를 듣는데, 나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는데 실실 웃고 다닐 이유는 없지 않은가.

 

평온한 상태로 가만히 있는 것뿐인데 저런 얘기를 들으면 썩 유쾌하지 않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꿀 떨어지는 눈빛을 발사할 줄 알기에, 저렇게 이야기한 사람에겐 그저 내가 호감이 없을 뿐일 게다.

 

어쨌든 저런 말을 종종 듣다 보니 ‘키우고 싶은 식물?’ 했을 때 바로 떠오른 게 선인장이었다. 선인장에 대해 알아보니 사막 출신인지라 오랫동안 물을 안 줘도 알아서 잘 크고, 까칠한 외모와 달리 만져보면 생각보다 따갑지도 않다고 한다. 이런, 나랑 좀 다르잖아. 나는 가만히 두면 알아서 잘 크지도 못하고, 까칠하고 싶을 땐 한없이 따가운 사람인데….

 

그래도 최고의 케미를 내기 위해선 서로 적당히 다른 게 좋은 법이겠지. 올봄엔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잘생긴 선인장 하나 갖다 놓고, 마음이 까칠해질 때마다 멍 때리고 쳐다보며 부드러운 위로를 받아야겠다.

 

Editor 이민석 min@univ.me


부질없는 생, 번식의 동반자

레티지아

초딩 시절, 반에선 식물 키우기 체험학습을 했다. 내 방울토마토는 싹이 늦되게 트더니 어느새 전교의 방토 중에서 가장 크게 자라 내 자랑거리가 됐었다.

 

방울이를 집에서 케어하기 위해 들고 하교하던 중이었다. 문방구에 들러 하드를 고르는 동안 냉장고에 걜 올려뒀다. 북적대는 틈에서 누가 걜 쳤고, 걘 바닥으로 떨어졌고, 줄기가 꺾여서 죽었다. 그때 배웠다. 삶은 한순간에 끝나네.

 

고딩 땐 다육이가 생겼다. 학교엔 우등생 자습실이 있었고 난 거기의 일원이었다. 지금은 공부 못한다…. 아무튼, 첫사랑은 내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공부하길 바랐고 다육이를 자습실 책상에 몰래 두고 갔었다. 그가 상경한 후 사랑도 끝이 났다.

 

이별로 아파하는 나 대신 엄마가 다육이를 키웠다. 기숙사에서 집에 들를 때마다 걘 부피가 줄어들었다. 그러다 죽었다. 그때 또 배웠다. 삶은 천천히도 끝나네.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약간의 미련을 갖고 여러 다육이를 후보로 물색하다가 번식력이 강한 레티지아로 마음을 굳혔다.

 

삶은 어차피 끝난단다. 대신 숨이 간당간당할 때마다 널 어디에든 잎꽂이 시켜주마. 방울이와 다육이가 못했던 번식을 열심히 해보자꾸나. 물론 나도.

 

Intern 공민정 gong@univ.me


운수는 대나무를 타고

개운죽

내가 좋아하는 언니가 대학원을 졸업할 때였다. 내게 늘 잘해준 언니에게 괜찮은 것을 선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아무래도 비싼 것은 무리겠다 생각 하고 있었다.

 

고민하다가 동네 꽃집에서 ‘개운죽’을 샀다. 말 그대로 ‘운을 열어주는 대나무’라는 뜻이다. 조그마한 화분 안에 작은 대나무 대여섯 대가 꽂혀 있었다. “언니! 이게 운을 가져다준대요.”

 

며칠 뒤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나 취업했어! 개운죽 때문인가?”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 말을 들은 나도 똑같은 꽃집에서 개운죽을 산 직후에 취업했다는 사실이다(안 놀랍다면 말고.)

 

언니네 집엔 개운죽이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고, 언니는 지금 예쁜 아기를 낳을 준비를 하고 있다. 나도 개운죽을 보며 “오늘 하루도 운수대통하자~” 기도하며 잠든다.

 

우연의 일치라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적은 믿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선물 같은 것이니까.

 

Editor 조아라 ahrajo@univ.me


반려 마당이 필요해

로즈마리

제주에 갔을 때 드넓은 로즈마리 밭을 본 적 있다. 지금 떠올려보면 밭이었는지 허브가 그저 노지에 무성하게 자랐던 것인지 헛갈리지만…

 

어쨌든 보자마자 우와, 하고 밭두렁 아래로 뛰어들었던 것만은 기억난다. 오늘 묵을 숙소를 찾으려면 어두워지기 전에 마을로 들어서야 했지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산책하듯 밭을 거닐었다. 무릎까지 오는 커다란 로즈마리 사이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허브 향이 피어올랐다. 이런 마당을 갖고 싶다, 고 처음 생각했다.

 

서울에 돌아와 작은 로즈마리 화분을 샀다. 처음엔 금세 자라 밭을 이루어줄 듯 푸르렀던 로즈마리는, 볕도 바람도 잘 안 드는 내 방에서 이내 시들어 갔다.

 

겨울 날씨 탓을 하며 봄이 오길 기다려 두 번째 화분을 샀지만, 그것도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역시 마당을 갖고 싶다, 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해가 잘 드는, 바람도 새들도 무람없이 드나드는, 비가 오면 풀 내음이 짙어지는 그런 마당을.

 

쓰다 보니 반려 마당 타령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무튼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은 그렇다. 볕 잘 드는 마당에 로즈마리 덤불과 함께 사는 것.

 

Editor 김신지 sirin@univ.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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