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이 많이 쪄서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새로운 다이어트 식단을 발견했는데, 채식이었다. 세상에 하루종일 풀만 먹으라니? 육식주의자인 내겐 넘나 험난한 식단인 것. 친구에게 식단 조절이 너무 어렵다고 투덜대자 친구는 조용히 이야기 했다. “나는 고기가 싫어서 안 먹어. 채식주의자야”
고기가 왜 싫은지도 궁금했지만, 어떻게 채식을 하는지가 궁금해졌다. 고기 없는 대학생활이 가능할까? 친구들끼리 점심을 먹어도 고기 안 들어간 메뉴가 별로 없고, 동아리 뒷풀이도 고깃집, MT가서도 고기를 구워 먹는데… 친구야, 너 어떻게 지내고 있니? 근데… 채식하면 정말 살 빠져?
기상! 졸려도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아침에 점심 몫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 채식주의자는 갈 수 있는 식당이 한정적이라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이들이 많다. 남들은 늦잠을 자더라도 아침밥만 포기하면 되지만, 도시락파 채식주의자는 늦잠을 자면 아침 뿐만 아니라 점심까지 포기해야 한다. 비몽사몽, 잠결에도 도시락을 준비하는 이유다.
+ 채식주의자가 말하는, 번거롭지만 채식을 하는 이유
A: 동물을 비윤리적으로 도축하면서까지 먹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전 세계적으로 고기를 너무 과하게 먹고 있다고 생각해. 나 하나라도 안 먹어서 지구와 환경에 도움이 되고 싶어.
B: 처음엔 다이어트로 시작했어. 저칼로리 식단을 짜서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식 식단에도 관심이 가게 되었어. 생각보다 채식이 내 몸에 굉장히 잘 맞더라고. 그래서 지금까지 하고 있지.
C: 아토피 때문에 원래 못 먹는 게 많았는데 알레르기도 생겼어. 어쩔 수 없이 채식을 시작했고 지금은 건강을 위해 지속하고 있어. 고기를 못 먹는 괴로움 보다, 몸이 아파서 오는 괴로움이 더 크거든.
눈꺼풀이 전공 책보다 무거워지는 수업 시간. 졸린 뇌를 깨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커피나 달콤한 군것질거리를 선택하곤 하지만, 채식주의자는 조금 다르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나, 버터, 달걀, 우유를 사용한 과자류는 채식주의자가 먹지 않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락토(우유 및 유제품을 먹는 채식주의자)나 오보(달걀을 먹는 채식주의자)는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빵을 먹기도 한다. 비건(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이라면 빵이나 과자는 물론 우유가 들어간 커피도 손대지 않는다. 대신 견과류를 자주 먹는다. 맛있는 데다, 채식하다 보면 자칫 부족할 수 있는 지방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채식을 한다고 했을 때 고기를 권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이러한 군것질거리를 권하는 경우는 꽤 많다. 특히나 간과하기 쉬운 것은 젤리. 젤리의 원료인 젤라틴을 동물의 뼈나 인대, 피부로 만든다는 사실, 잠깐 잊었지?
대학생 채식주의자, 특히나 도시락파에게 가장 좋은 식사 장소는 학생식당이다. 내가 싸온 도시락도 눈치 안 보고 먹을 수 있고, 같이 먹는 친구들도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 특히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식을 선호하는 친구들이 많아져 편하단다. 물론 혼자 도시락 먹기에도 눈치가 안 보이니 개이득.
친구들이 학식을 싫어하거나 밖에서 먹는 약속이 있다면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한다. 비 채식인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채식 식당이나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하는 식당을 미리 조사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맛집 찾느라 골치 아파하지 않아도 되고(이중에 네가 먹고 싶은 음식 하나쯤은 있겠지ㅋ ), 나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니 좋다. 그리고 이 기회에 모두 한 끼 정도 고기를 먹지 않으니 지구도 1승!
+주로 어떤 곳을 가냐면
– 비건 식당: 강남 러빙헛, 이태원 플랜트, 혜화 뿌리 온더 플레이트는 특히 맛있기로 유명하다.
– 이탈리안 레스토랑: 샐러드나 알리오 올리오 선택, 혹은 채식으로 조리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 두부 요리 전문점: 두부 요리는 마음껏 먹을 수 있다.
– 샐러드 가게: 최근 웰빙과 다이어트 열풍으로 여기저기 많이 생긴 샐러드 가게도 좋다.
– 샐러드바: 샐러드바가 있는 레스토랑도 좋다. 알아서 골라 먹을 수 있으니까!
채식을 시작한 이유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실 채식주의자는 먹는 것 말고도 신경 쓸 게 많다. 비윤리적인 도축 과정과 환경에 대한 책임감으로 채식을 시작한 이들은, 같은 이유로 가죽 가방을 사지 않는다. 옷 가게에서 “사장님, 이거 진짜 가죽이에요?”라고 묻는 게 보통은 ‘가죽이면 삽니다!’라는 의미라면, 채식주의자에겐 ‘가죽이면 안 살게요!’의 의미라는 뜻. 사람마다 다르지만 거위털, 오리털, 양모를 최대한 피하기도 한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동물실험을 최대한 하지 않는 브랜드를 선택하거나,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은 라인을 사용한다. 뭐 이렇게까지 따지나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부터라도 노력하고 싶은 마음인걸!
저녁엔 유난히 어려운 약속이 많다. 특히 교수님과의 저녁 식사나 친척 어른들이 많이 오시는 가족 모임처럼, 내가 메뉴를 고를 수 없는 약속이라면 더 곤욕스럽다. 음식을 가리면 가린다고 혼이 나고, 채식을 한다고 하면 그때부터 걱정과 잔소리 폭격이 쏟아진다.
“고기를 왜 안 먹어~ 고기를 먹어야 건강하지!” 저는 고기를 먹으면 더 안 건강해지는 느낌인데요
“고기를 안 먹으면 필수 영양소가 섭취가 안 되잖니?” 영양균형 식단 잘 챙겨 먹고 있어요
또래끼리 가는 뒷풀이나 MT에서도 비슷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뒷풀이와 MT의 메뉴는 항상, 언제나 고기. 다른 사람들이 고기를 먹어도 신경쓰지 않고 알아서 밥과 김치를 먹고 있는데 굳~이 신경써주는 오지라퍼사람들이 있다고.
“채식은 인간의 본능이 아니야! 육식이 본능이지!” 제 취향이자 선택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에이~ 유난 떨지 말고 한 번 먹어봐!(억지로 먹이기)” 부들부들…
한두 번 듣는 이야기도 아니라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채식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하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대개 넘어가지만 그래도 짓궂게 구는 사람들에게는… 하!하! 웃어주고 무시해야지 뭐.
오늘 도시락 식단이 내가 봐도 너무 완벽해 자랑하고 싶어도 친구들 눈엔 그냥 풀떼기일 뿐. 교수님이 고기 사주신다고 했을 때 넘나 난감했지만, 동기들은 “고기! 고기!”를 외칠 뿐. 함께 식단을 공유하고 이런저런 힘든 일도 하소연 할 수 있는 채식주의자는 주변에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채식주의자들은 온라인에 모인다. 새로운 도시락 레시피를 얻고, 새로 생긴 존맛 채식 식당 정보를 공유한다. 친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가지 못했던 비건 카페에서 정기적/비정기적으로 모임을 열기도 한다.
+ 주로 찾는 사이트
베지유니스: 20대 채식 동아리
깻잎: 네이버 카페지만 페이스북에도 그룹이 있다.
월간 <Begun>: 국내 유일의 채식 전문 잡지. 오프라인으로 잡지를 발간하고 온라인에서도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
채식공감: 3-40명 규모의 오프라인 채식 모임을 개최한다.
한울벗: 규모가 꽤 크다. 연령대가 높지만 정보가 굉장히 많다고.
그 외 다양한 채식 식당 페이스북과 비건 음식 쇼핑몰에서 정보를 얻는다.
Q. 살 엄청 빠지겠네! → X
A. 아뇨, 아닙니다. 아니예요. 살이 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 by 사람인걸. 아마 살이 빠지는 건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식단을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양도 엄청 적은 사람들일 거야. 빵을 먹는 나는…(또르르)
Q. 혹시 종교가…? 이슬람? → ▲
A. 물론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하는 사람들도 있어. 세계적으론 많을 거야.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흔치 않지.
Q. 그럼 술도 안 마시겠다! → ▲
A. 채식은 굉장히 다양한 단계가 있어. 일반적으로 알려진 비건, 락토오보, 페스코 말고도 더 많아. 무얼 먹고 안 먹을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거니까. 술을 안 마시는 채식주의자도 있다고 해. 하지만 일단 술은 곡식으로 만드니까! 저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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