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경인여대 학생들은 학교에서 낯선 석상을 보았다. 학교가 지난 달 세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석상이다.

 

경인여대를 설립한 김길자 총장이 석상 건립을 주도했다. 그녀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문맹률을 낮췄고, 고등교육기관과 유학생을 늘림으로써 대한민국 산업화의 토대를 만들었다. 교육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세웠다.”

 

김 총장은 지금 ‘우남 이승만 애국상’을 시상하는 대한민국사랑회 회장이다. 궁금했다. 총장은 개인의 정치적 의견을 이런 방식으로 드러내도 될까?


 

총학생회는 이 일이 있고 나서 석상 건립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였다고 했다. 언론 뉴스를 보면, 총학생회와 학보사 등 학생자치기구는 “석상 건립과 제막식에 쓰인 경비에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면서 석상 철거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내가 찾아간 캠퍼스에는 대자보가 보이지 않았다. 총학생회실에 연락해봤다. 지금은 교내 대자보를 다 떼어낸 상태라고 한다.

 

또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정확한 입장을 표명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 석상은 학생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생겼으며,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경인여대에서 만난 재학생의 얘기

“이 땅이 총장의 땅은 아니잖아요. 우리 학교는 기독교 학교예요. 교리에 따르면 성상을 세워선 안 돼요.

 

반대 서명도 있었어요. 학교는 ‘지난해 5월 석상 건립에 동의하는 서명을 학생회로부터 받았는데, 왜 반대하느냐?’고 대답했대요. 저는 설문지를 본 일이 없어요. 알음알음 진행했던 거죠.

 

만약 반대 시위를 하거나 석상에 해코지하면 학생이 책임지래요. 이것도 학교가 학생회에 전하고, 학생회는 과대에게 전하고, 과대가 학생에게 전해서 들은 소식이에요.”

 

석상 바로앞, ‘CCTV로 촬영 중’이라는 푯말이 보였다.

 

Photographer_조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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