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선과 양반들’

전범선

‘야, 네가 좋아하는 밴드 멜론 메인에 떴네. 근데…, 재킷 포스 쩐다.’ 전범선과 양반들의 2집 <혁명가>가 풀린 날, 친구에게 받았던 메시지다.

 

얼굴 하나만 떡 박혀 있는데도 혁명의 포스가 철철 흐른다. 전곡을 다 플레이 해보면, 그 포스만이 다는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외치다가도, 이젠 다 끝이라며 애인에게 자신을 보쌈해달라고 청하기도 하는, 절정 후의 서사까지 담긴 앨범이다.

 

이런 ‘양반 록’의 창시자 전범선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들어봤다.

 

콘셉트가 재밌어요. ‘전범선과 양반들’, 수많은 00들 중에서 왜 ‘양반’인가요?

아직 음악으로 먹고살진 못하니까 낮엔 가르치는 일을 해요. 낮엔 공자 왈 맹자 왈, 저녁엔 음악. 어떻게 보면 ‘양반 노릇’인데 나름대로 좋아요. 지속 가능하다면 평생 이렇게 살고 싶더라고요.

 

‘양반’ 같은 마음가짐을 팀 명에 담았어요. 한량도 후보였는데 범용성을 위해 양반들이 됐죠. 양반은 혁명도, 사랑 타령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한량은 좀 늘어져 있을 거 같고 혁명은 못 할 것 같잖아요.

 

그러고 보니 1집 <사랑가>의 양반들은 한량 같고, 2집 <혁명가>는 몰락 양반 같기도 합니다.

콘셉트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봤습니다.(웃음) 그리고 <사랑가>와 <혁명가>를 쓸 때의 전범선은 각각 다른 사람이었던 점도 영향을 줬을 거예요.

 

1집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써왔던 곡들이 다 모여서 발매된 거거든요. 순수한 10대와 20대 초반까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수 없어서 느꼈던 슬픔이 담겨 있어요. 2집을 쓸 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게 되면서 삶도 많이 바뀌었고.

 

그럼 <혁명가>는 당시 체류하던 영국에서 쓰셨겠네요. ‘도깨비’, ‘불놀이야’ 같은 한국적 색채가 짙은 곡들을 외국에서 쓰셨다는 게 신기합니다.

영국에선 옥스퍼드 대학에 있었는데, 거기선 학교 식당에 갈 때도 턱시도를 입어야 하거든요. 물론 그건 보수성이기도 하지만, 영국의 전통이 가지는 자존감이 있어요.

 

한국은 일제 강점기, 6·25 전쟁을 지나며 그런 게 끊겼죠. 아쉬웠어요. 비록 조선이 망했어도, 양반이 가진 멋조차 없진 않을 테니까요. 오히려 그걸 거꾸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죠.

 

해외에서의 경험은 현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도 하잖아요.

소위 ‘국뽕’ 같은 건 싫어하지만, 한국의 우리 세대가 자존감이 떨어진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흑형, 백형 같은 단어에서도 드러나고.

 

어떤 것을 내 주변에 원래 있었고 이 땅에서 행해졌단 이유에서 싫어하는 것도 많은 거 같아요. ‘우리가 아닌 다른 것’을 갈구하기 때문에 생기는 불행.

 

예술을 하는 사람들, 아니 모든 사람은 결국 자기가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서울에 사는 내가, 이 세상에서 나밖에 할 수 없는, 멋있는 것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나온 결론이었어요.

 

이번 2집 발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면서, 혁명동지 칭호도 부여받고 사발통문에 이름도 적혔어요. 자금줄 대는 것 외에 같이 혁명한단 느낌도 들어 재밌었어요.

<혁명가>는 밴드의 양반들에게도 좀 더 자유를 줬어요. 1집은 전범선 음반이란 느낌이 강했는데, 2집은 기타 리프도 베이스랑 드럼도 최대한 자유롭게. 혁명의 정신이죠. 결과도 더 좋더라고요.

 

크라우드 펀딩도, 혁명은 워낙 민중의 지지가 필요한 것이라서.(웃음) 콘셉트 질이 끝이 없더라고요. 사발통문을 만들자, 그럼 동지도 넣자. 그런데 일이 커졌어요. 신나서 초대권을 뿌렸더니 적자가 예상됩니다. 혁명이란 건 항상 뒤가 구린 법이죠.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묻고 싶어요. 왜 혁명은 항상 뒤가 구릴까요?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혁명은 완벽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거지만, 결국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성공, 어느 정도의 행복, 어느 정도의 결점이 생기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혁명은, 비장함이나 폭력보다는 그 후의 허탈함이에요. 사실 프랑스혁명 당시에도 대다수 사람은 일상을 살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쭉 강하게만 가면, 한판 놀아보는 것이지 혁명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혁명가>가 계속 강한 사운드로만 흘러가지 않는 이유가 이해되네요.

후반부로 갈수록 잔잔하고, “나는 혁명가도 영웅도 아니야”란 가사가 있는 ‘구운몽’도 있죠. 그러면서 혁명의 서사에 더 진실성이 담길 거로 생각했어요.

 

어떤 분들은 <혁명가>의 트랙을 들은 후 ‘모든 혁명은 이렇게 끝나야 하는가?’라며 아쉽다 하시지만, 저는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었죠.

 

한편 “사랑 없이 혁명 없다”라 하더라고요. 사랑은 어떤 미래가 아닌, 철저히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감정이라 생각합니다. 각박한 현실에서 <혁명가>가 그래서 위로가 돼요.

지금 아니면 언제 사랑합니까. 사실 지금만이 아니라도 항상 사랑할 거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살기 힘드니까요.

 

저도 상대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거든요. 인디 음악을 하면, 돈을 못 벌거란 걸 알고 뛰어들어서. 그렇다고 해서 제가 현재 사랑하는 걸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헬로루키〉에서도 “내일만 사는 사람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로 소개됐어요.

그렇다고 다른 청년들에게 당신도 나처럼 예술을 하시오, 라고 할 수는 없어요. 저보다 힘들어하시는 청년 분들도 계시는데 조심스러워요. 사실 정치적 의도를 담은 앨범도 아니고요.

 

저도 고민하다가 2집 때에야 뮤지션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음반의 콘셉트를 계속 빌려보면, 과거 시험에 합격해서 그런 길로 가보려다 그걸 버린 거죠. 먼 미래엔 후회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선택이에요. 어떻게 보면 ‘오늘을 살고 싶다’라는 말이죠.

 

사랑도, 혁명도 해본 양반들. 다음엔 어디로 흘러갈까요?

양반 3부작은 사랑가-혁명가-방랑가로 이어집니다. ‘방랑가’에선 도가적인 사상의 김삿갓을 차용할 생각이에요. 사운드는 우주 방랑 사이키델릭으로, 가사는 포크답고 지역색이 많이 묻어나는 곡들로. 비틀스의 ‘렛잇비’처럼, 될 대로 되라, 다 그런 거지.

 

요즘 제 삶에 대한 태도가 약간 그런 식이 돼서요. 양반들이 이런 얘길 하면 안 되긴 하는데, 이단이죠. 이상한 얘기 하고 있네요. (웃음)

 

Photographer 이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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