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조동희의 ‘작은 리본’ 재킷 이미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정작 2014년 4월, 나는 세월호에 무관심했다. 당시 난 내가 의지하고 있던 세계가 무너져 일상을 겨우 이어가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내 슬픔에 가려 ‘세월호’라는 거대한 슬픔이 보이지 않았다. 그 후 1년 뒤, 세월호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회적 트라우마와 치유’를 다룬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를 읽었다. 나의 고통에 대 보고서야 유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끄덕거리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한편으론 위로도 됐다. 서로의 등을 토닥거리며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유가족들을 보는 것만으로. 그래서 새삼스레 광화문을 걷고, 서명을 하고, 작은 리본을 가방에 달았다. 나만 위로받은 게 미안해서, 이렇게라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해서.

 

2년째 유가족들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깜깜한 진실을 눈앞에 두고도, 사람들은 쉽게 잊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잊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겨우 가방에 리본 하나 달고 말았지만 그들은 2년간 부지런히 움직였다. 다음 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책, 영화, 노래가 그 결과물이다.

 

슬픔은 강요될 수 없다. 다만 우선은 보고 읽고 들으며 우리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도 기꺼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넬 수 있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유가족들에게 전해지면, 그 자체로 소중한 위로가 된다.


BOOK

기억하는 일, 잊지 않는 일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우리도 어른이 될 거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저는 그 사실 자체가 두려워요.
자기가 한 일도 책임 못 지면서 자기들만 생각하고, 반성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될까 봐.”

 

누구에게나 돌이키고 싶은 순간이 있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2014년 4월 16일. 그날은 우리 모두에게 바로 그런 날일 테다. 하지만 이미 지나버린 시간은 기억에서조차 부질없이 흘러만 간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단원고 생존 학생들과 형제자매들의 육성으로 채워진 기록집이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기에, 그들을 추억하며 생전의 기억과 아픔의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형, 누나, 언니, 오빠, 동생 그리고 친구. 당연했던 존재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여전히 나만 살아 돌아왔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흔들리고 있는 생존 학생들. 어느덧 스무 살,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찬 바다가 휩쓸고 간 청춘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겠노라 다짐한다.

 

그때 해주지 못한 것들이 가슴에 사무쳐 매일을 사랑으로 채우며 살아간다는 형제자매들은 이제라도 ‘너’를 위해 열심히 싸우겠노라 고백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에 순순히 따랐던 순수했던 아이들. 남아 있는 우리들에겐 또다시 “가만히 있으라” 말하는 모순된 어른들. 똑같은 어른으로 자랄까 나이 드는 것이 두렵다는 이들의 유일한 소원은 그저 ‘잊히지 않는 것’, ‘우리가, 이 사회가 세월호를, 아이들을 잊지 않는 것’. 기억하는 일이, 잊지 않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하겠노라, 책을 덮으며 다짐했다.

 

Intern 이유라 ura@univ.me

 

➊ 『엄마. 나야.』
주인공 없는 생일날, 그리운 아이들의 목소리를 서른네 명의 시인이 ‘시’라는 형식에 담았다.

 

➋ 『금요일엔 돌아오렴』
금요일엔 돌아오기로 약속했던 아이들. 참사 직후, 그해 12월에 이르기까지 240일간의 기다림 속에 있었던 가족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인터뷰한 책.

 

 

 

MUSIC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루시드 폴의 ‘아직, 있다’

 

“다시 봄이 오기 전 약속 하나만 해 주겠니?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세월호 사건은 비극이었다. 기적을 바라며 지켜본 이들의 바람이 무색할 만큼, 너무 많은 탑승객들이 목숨을 잃었다. 망자들의 부모형제는 믿어지지 않는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뉴스속보를 보며 같이 안타까워하던 국민들은 믿었던 나라를 더는 믿을 수 없게 됐다. ‘국가적’인 슬픔은 그 크기가 잴 수 없이 컸다.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했지만 아무도 웃지 못했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은 채 1년이 훌쩍 지난 2015년 겨울, 뮤지션 루시드 폴은 새 앨범 <누군가를 위한,>을 발표했다. 이 앨범이 위하는 ‘누군가’는 분명 희생된 304명과 그 유가족들이다. 그런데 타이틀곡 ‘아직, 있다.’는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나’의 목소리로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교실에 있을까’ 걱정되는 친구를 위해 부르는 노래다.

 

배 안에서 그 누구보다 외로웠을 304명이 되레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친구야, 무너지지 말고 살아내 주렴.’ 우리가 바로 그 친구다. 못난 친구들은 그제야 눈물 씻고 살아낼 수 있다.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➊ 조동희의 ‘너의 가방’
“너의 작은 머리핀엔 아직 갈색 머리카락.” 부재의 자리를 응시하고 다정하게 증언함으로써, 다시 한 번 잊지 않게 해주는 노래.
➋ 레드벨벳의 ‘7월 7일’
물, 종이배, 선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이미지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되었다.

 

 

 

MOVIE

뒤집힌 상식을 증언하다

<업사이드 다운>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는 달라야 하거든요.”

 

현실은 영화가 아니었다. 재난영화의 대본을 집필하는 시나리오 작가들은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결말부에 한 줄기 희망을 남겨두곤 했다. 그러나 세월호가 침몰하고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동안, 이곳에는 절망만이 가득했다. 감추고 덮으려는 정부와 조회수를 높이려는 언론이 만났으니, 그해 봄은 최악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대신 ‘최악의 봄’을 기록하려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다이빙 벨>, <나쁜 나라>에 이어 올 봄엔 <업사이드 다운>이 개봉했다. 김동빈 감독은 2년 전의 세월호 참사 날짜(4월 16일)에 맞춰 4명의 아버지와 16명의 전문가를 카메라에 담았다. ‘업사이드 다운’이라는 제목은 세월호처럼 뒤집힌 이 사회의 상식을 뜻한다. 기자, 공학도, 해외 저널리스트, 현직 교사, 현직 다이버 등 영화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본인이 알고 있는 상식과 세월호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말한다.

 

4명의 아버지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팽목항에서, 광화문에서 수도 없이 외쳤으나 언론에 보도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다. 이제 겨우 세 편이다. 영화에 기록된 ‘진짜 이야기’는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직도 세월호를 잘 모른다.

 

Editor 기명균 kikiki@univ.me

 

 

➊ <다이빙 벨>
“사람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들은 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을 탄압했듯 진도 앞바다에서 ‘다이빙 벨’을 몰아냈다.
➋ <나쁜 나라>
자식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기에 나선 엄마, 아빠들을 외면하는 나라. 만약 당신의 자식이었다면 ‘이제 그만하라’고 말할 수 있나요?

 

 

INTERVIEW

416연대 대학생 조직장

은하

언제부터 416연대에서 활동하셨어요? 처음 참여할 때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세월호 참사 관련 활동은 2014년부터 학내에서 꾸준히 해왔어요. 2015년 겨울부터는 현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광화문 상황실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결국 대학생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실천하는 연대모임으로 발전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하고 행복해요.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돼서, 더욱 큰 힘이 되고 싶어요.

 

 

연대 현장에서 눈에 띄는 시민들의 변화, 또 유가족들의 변화가 있나요?

세월호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런 분들이 연대 현장에 나와 실상을 알고 나면 충격을 받아요. 언론에서 본 것과 현실이 너무 다르니까요. 2014년엔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다면 2016년엔 우리가 직접 언론이 되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변했다면 변했고, 변하지 않았다면 변하지 않은 거죠.

 

유가족 분들도 반복되는 상황에 많이 지치셨어요. 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시거든요. 그 분들의 목소리를 꼭 한번 찾아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걸 유가족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단원고 희생자 친구들과 비슷한 또래의 대학생으로서 416 연대 대학생조직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지치지 않고 즐겁게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끝까지 하자는 것이 저희 모토예요. 일단 활동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걸 목적으로 삼고 있어요. 사실 학교마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활동 방식을 통일하긴 힘들어요. 하지만 같은 문제로 고민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분명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특별한 위치에 있지 않은 우리 대학생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세월호는 국민 전체의 일이고, 우리가 바로 이 문제의 당사자니까요. 함께 한다면 앞장서던 사람이 지쳤을 때 다른 사람이 나서면서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어요. 우리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앞장서는 것에 대해 누구도 뭐라 말할 수 없어요. 분명 그러다 지칠 때가 오겠죠. 그럼 또 나와 같은 마음으로 누군가가 앞장설 테고요. 여태까지 그렇게 싸워왔고, 그렇게 서로를 지탱해왔어요.

 

 

세월호 사건 이후 그에 대한 책도, 영화도, 노래도 많이 나왔어요. 은하 님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창작물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에서 만든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의 ‘도둑’이에요. 1차 청문회를 준비하는 가족 분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린데, 평소에 같이 웃고 울던 어머님들, 아버님들 모습을 영상에서 보니까 저도 모르게 펑펑 울게 되더라고요. 여태껏 거리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가족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거 같아서, 그냥 서 계시는 모습만 봐도 눈물이 났어요.

 

 

진실이 밝혀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으면서도 여전히 생각으로만 그치는 대학생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 다면요?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세월호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희망이자 표식인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거부터 시작하면 좋겠어요. 좀 더 용기와 시간을 내서 주머니에 리본 몇 개 들고 다니다가 친구들한테 나눠줘도 되고, 친구를 붙잡고 얘기도 해보는 거죠.

 

좀 더 시간이 된다면 광화문 광장이나 안산 분향소에 와서 가족 분들의 얘기도 들어봐 주세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사정에 맞춰 관심을 표현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 시작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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