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시험 기간엔 공부 빼고 모든 게 재밌고 난리다. 지하철에서 사람 구경하는 것도 전공 책 쳐다보는 것보단 흥미진진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뽐뿌는 꼭 ‘여행’에 가 닿는다. 평소엔 이것저것 따지느라 예약 근처에도 못 가면서 시험 기간엔 항공사 사이트를 들락거리고, 출혈이 커 포기했던 여행지는 200배쯤 아름다워 보여 사람을 심란하게 한다.

 

그때의 마음이란 ‘오, 방학 때 꼭 가야지’가 아니라 ‘지금 당장 가고 싶어 미쳐버리겠다! 난 시험 보느라 여행도 못가고…. 불행해. 흐규흐규’의 상태인 것이다. 붕 떠버린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내가 애용하는 방법을 공개하자면 타국의 음식을 먹는 것이다. 맛이 자극적일수록 효과가 좋고, 평소에 자주 못 먹는 음식이면 더 좋다. 하나를 콕 찍어 볼까? 요즘같이 몸이 늘어지는 시기에는 새콤한 음식이 당긴다.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아시아 음식 이것저것에 쓰이는 스위트 칠리소스는 달달함과 시큼함을 한 번에 품고 있다. 단독으로 먹으면 느끼한 친구들과 매우 잘 어울린다는 말씀.

 

돼지고기 튀김과 함께 볶으면 야매 탕수육, 새우튀김에 곁들이면 중국집의 고급 요리 칠리 새우가 완성된다. 돼지고기는 뭔가 일이 커지는 기분이니까, 집 앞 마트에서 세일 중인 칵테일 새우로 칠리 새우 한번 만들어보는 것 어떨까? 단, ‘찍먹’은 선택지에 없다는 것.


 

소스가 다 하는 요리

+ 미니 칠리 새우

 

1. 물로 시원하게 등목한 칵테일 새우를 계란 물에 풍덩풍덩 빠뜨린다.

 

 

2. 조그만 새우들에 일일이 튀김가루를 묻히려면 너무 손이 많이 간다. 봉투에 튀김가루를 부은 후, 새우들을 넣고 쉐낏쉐낏 흔들어주면 간단.

 

 

3. 작은 프라이팬이나 계란말이용 팬에 기름을 자작하게 붓는다. 기름에 열이 잔뜩 올랐다 싶으면 튀김가루 묻힌 새우 투하. 칵테일 새우라 머릿수가 많다 보니 기름에 빠르게 넣는 게 포인트!

 

 

4. 다 튀긴 새우는 건져내 키친타월 위에 눕혀놓고, 스위트 칠리 소스의 판을 깔아주자. 귀여운 크기로 썬 피망과 양파를 팬에 볶고, 양파가 노랗게 익어갈 때쯤 소스를 넣는다.

 

 

5. 새우튀김과 스위트 칠리 소스가 한 몸이 될 때까지 신나게 볶아준다. 어디서… 탕수육 냄새 안 나요?

 

 

6. 이것이야말로 진정 소스가 다 한 요리. 이 소스에는 지우개를 볶아 먹어도 맛있을 거야…. 어쨌든 여행자 기분 내면서 흡입해봅시다.

 

 

Photographer _ 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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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여행 가고 싶은 날, 스위트 칠리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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