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정확히 알바를 16개나 해봤다. 모두 서서 일하는 직종이었다. 애석하지만 50분 근무, 10분 휴식한 알바는 존재하지 않았다. 쉬고 싶을 때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배치된 곳도 없었다. 주변에 보는 사람만 없다면 바닥을 기어서 귀가하고 싶을 정도로 퇴근길은 고단했다. 위급할 때 꼬리를 자르는 도마뱀처럼 다리를 버리고 도망가고 싶을 만큼. 그래서 그 흔한 알바 회식도 고사하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그때 깨달았다. “가만히 서있는 게 제일 힘들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어느새 30대에 접어들었다. 나는 서서 하는 일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버스에서 아픈 종아리를 주무르며 침 흘리지 않아도 통장에 돈이 들어온다. 육체가 고단한 퇴근길에서 탈출했지만, 다른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 트라우마는 백화점이나 음식점에서 흔히 발생한다. 넋 나간 유령처럼 온종일 서있는 종업원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하고 우울해진다. 암울하던 과거의 20대 때가 떠올라서다. 내가 했던 16개의 알바는 반드시 서서 일할 필요가 없거나, 탄력적으로 서서 일해도 무방한 일이었다. 다만, 그때의 난 앉아서 일한 적이 거의 없을 뿐이다. 아래는 서서 일하는 것에 대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과 50대 고객의 의견이다.

“9시간 동안 일하면서 고작 쉰 건 신발 벗고 변기 뚜껑에 앉은 것뿐”

익명, 23세 / 백화점 아르바이트생

 

바쁠 때는 점심 식사 30분을 제외하고는 앉지 못해요. 손님이 거의 없는 평일 오후에도 텅 빈 매장에 홀로 멍하니 서있습니다. 앉아 있으면 관리자가 돌아다니면서 일으켜 세웁니다. 가장 힘든 건 9시간 가까운 근로 시간 동안 의자에 앉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거예요. 요즘은 높은 의자에 앉아 응대하는 서비스직도 많던데, 아직은 앉은 종업원을 건방지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거 같아요. 필요에 따라 당연히 서서 일하는 상황도 필요하지만, 예외적 상황에는 앉아서 일하면 좋겠어요.

“그래도 손님이 오면 일어서야지요”

익명, 52세 / 전업주부

 

저는 마트나 백화점에 자주 갑니다. 요즘 일부 대형 마트에서는 계산 점원이 앉아서 응대하는 곳도 있더군요. 손님이 왔으면 일어서서 인사를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의자에 앉아서 “어서 오십시오”하는 게 인사인가요? 다리 아픈 건 공감합니다. 고령의 여성들은 특히 허리 디스크나 혈액순환 문제도 생긴다죠. 그렇지만, 돈 버는 데 어느 직업이나 다 힘든 부분이 있지요. 그럴 거면 목도 아플 텐데, 인사도 하지 않는 게 논리적으로 맞니 않나요?

 

 

앉아서 일할 권리는 없다

2016년 4월, 미국 가주 대법원은 은행 텔러, 마트 계산 점원 등이 앉아서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판결에 따라 이 지역은 정책적으로 종업원에게 의자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반면 앉아서 응대하는 것이 건방지고, 불친절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앉아서 일하는 점원에 대한 견해 차이는 여전히 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현행법에는 서서 일하는 근로자의 앉아서 일할 법적 권리가 존재할까? 아쉽지만, 그런 권리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근로기준법이나 기타 법령 중에 이를 강제할 만한 법안이 없다. 그나마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77조에서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처벌 규정이 없어 무용지물이다. 전국민간서비스노조 등이 진행한 ‘의자 캠페인’ 이후 현재 서서 일하는 장소에 의자 비치가 확산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마트 비상구, 시식 코너 구석, 백화점 창고 한 켠에는 여전히 바닥에 쭈그려 앉아 종아리를 주무르는 근로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국내 대형마트, 백화점, 프렌차이즈 음식점 등에서 의자에 앉은 서비스 종사자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는 대게 ‘게으르다’, ‘건방지다’, ‘불친절하다’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고용자)뿐만 아니라 고객도 이러한 입장에 온도 차이만 있을 뿐, 대체로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전국의 백화점과 대형 할인 마트에서 서서 일하는 근로자는 약 38만 명이다. 20대 청년들이 가장 많이 근로하는 프렌차이즈 음식점, 공연장, 영화관 등을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TV 개그 프로그램에도 나오는 소재지만, 갑과 을은 늘 돌고 돈다. 배려하고 이해하면 서로 즐겁게 살 수 있다.

 

유병재가 한 말이 떠오른다. “나는 굽실대지 않는 사람을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갑질은 내가 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굽실대는 이들에게 고작 앉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좋은 갑질’도 언젠가 생기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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