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자고로 아픈 거다?”

맞다. 청춘은 원래 아픈 거다. 요동치는 청춘의 나침반이라는 것은 패배와 좌절을 겪을 때 신속 정확하게 목표 지점을 제시해준다. 그래서 너무 순조롭고 즐거운 청춘이라면 그것은 어쩌면 나태함의 증명일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지금 한가롭게 원탁에 둘러앉아 이러한 대내적 청춘의 고뇌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펼 수 있을까?

 

2015년도 2월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나라의 청년 실업률이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1978년 오일쇼크 여파로 미국이 공장 문 1/3을 닫고 노동자들이 주저 앉아 숟가락 빨던 때의 실업률이 10%대인 것을 감안하고 보시라. 현재의 한국 청년 실업률은 11%다. 우려하던 초 저금리 시대는 결국 도래했다. 소처럼 번 돈을 모조리 통장에 넣어봤자, 쥐꼬리만한 연봉은 가파른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 어쩌면 평생 워킹 푸어(Working poor)로 살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크다.

 

이렇게 된 원인에는 기성 세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린 강단에서 ‘청춘’을 운운하며 젊음을 채찍질하는 지식인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해도 안 된다는 청년들의 패배주의적 불안을 이용해 재화를 판매하는 자들이다(한마디로 돈 되는 장사다). 왜? 우리에겐 위로가 필요하니까. 원래 그런 거라는 안도가 필요하니까.

 

충고의 과잉 시대, 다치바나 다카시의 태도

탐사 저널리스트이자, 일본 최고의 지식인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태도는 달랐다. 바보가 된 도쿄대생을 지적하고 소설 따윈 시간 낭비라 읽지 않는 그는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엄격해서 피곤한 꼰대 같다. 그런 그도 정처 없이 표류하는 20대를 위해서는 태도를 달리했다.

 

그는 1996년 도쿄대학교에서 다치바나 다카시 세미나 ‘견문전’을 열었다. ‘보고 싶고, 듣고 싶고, 전하고 싶다’를 주제로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분야를 직접 조사하는 세미나였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세미나 소속 학생들에게 철학, 소설, 만화,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일본 지식인들을 만나 그들의 스무 살을 직접 인터뷰하도록 했다. 책 <스무 살, 젊은이에게 고함>에 그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젊은이들은 소설가 릴리 프랭키의 성적 경험을 들추고 철학자 니시야마 유지의 책 한 권 읽지 않은 대학생활을 파헤치며 현재의 불안한 자신을 재조명하도록 했다.

 

2년 후인 1998년도에 펴낸, <청춘표류>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거쳐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게 된 11명의 청춘들에 관한 인터뷰 모음집이다.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손가락질에 자극 받아 사진작가가 된 미야자키 마나부, 여자와 운동 빼고는 관심 없던 날라리였다가 나이프 제작자가 된 후루카와 시로, 제대로 된 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 고기에 관한 책을 탐독하면서 정육 기술사가 된 모리야스 츠네요시 등을 소개한다. 워낙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라 그런지, 그는 청춘에게 어설프게 위로를 한답시고 하나마나 한 얘기를 해서 독자들을 열 받게 하지 않는다. 그저 묻고 들을 뿐이다.

 

누구나 멘토가 필요하지만, 누구나 멘토가 될 수 없다

머리를 쥐어 뜯고 있는 청춘들에게 누구나 한마디씩 하려는 ‘어줍잖은 충고 과잉의 시대’, 다치바나 다카시는 젊은이들의 얘기를 직접 듣고, 젊은이들로 하여금 직접 듣고 싶은 얘기를 듣게 도왔다. 자기 전설에 취한 헐렁한 인생 상담은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참견도 없었다(출판 시점은 일본 경제가 좋은 시기이므로 사회, 경제에 대한 지식인으로서 책임도 적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죽음을 앞에 둔 자신의 상황과 관련해 무언가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비판적 성찰과 인식에서 나왔다는 점이 존경스럽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누구나 한마디씩 하는 충고의 시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김연아처럼 열심히 하면 너도 성공할 수 있다 ‘카더라 성공담’이 아니다. 세계 갑부들의 10가지 성공 비결을 체득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지금 시대가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잘 산다는 게 어떠한 형상인지 스스로 보고 판단하도록 돕는 것이면 충분하다. 이런 어른이 말하는 ‘청춘 강연’이라면 나부터 F5(새로고침) 예매 전쟁에 동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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