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단 사람들 싸우는 뉴스가 책보다 훨씬 흥미진진(?)한 세상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황당하고 화나는 소식이 잇달아 들려오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말조심해야 한다. 정치와 종교는 관계를 파탄 낼 수도 있는 주제니까.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연인 사이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연애는 ‘완벽한 이상형’을 찾는 모험보다, 어쩌면 ‘내가 견딜 수 없이 싫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여행에 가깝다. 죽어도 싫은 게 어떤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거다. 활달하거나, 내성적이거나 하는 성격부터, 흡연 여부, 지적이지만 거만한 것과 무식하지만 겸손한 것 사이에서 고민할 수도 있다.
얼굴 생김새나 체형 같은 외적인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당신은 어떤 것을 결코 참지 못하는가?를 떠올려보자. 연애를 반복할수록 당신 안에서 확실한 기준이 세워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것을 피하려고 할 거다.
요즘 정치 얘기, 그리고 그와 관련해 불거져 나오는 종교 얘기는 오히려 안 하기가 힘들 거다. 인터넷이 그걸로 뒤덮여있다. 누가 잘했고 누가 거짓말을 했고 누가 불법자금을 건넸고 누가 망언을 했고 누가 종교의 깃발 아래 어떤 만행을 저질렀고….
블록버스터도 이런 규모의 블록버스터가 없다. 19대 대선이 있을 2017년 12월까지 대체로 이런 상태가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이런 이슈에 관심 없는 사람, 관심은 있지만 특별히 의견을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많다. 하지만, 마치 그래서는 안 될 것처럼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저것에 대한 태도를 적극적으로 취하는 걸 ‘못 견디는’ 카테고리에 넣을 것인지, 디테일에 따라 혹은 상대의 반응 등에 따라 ‘괜찮은’ 카테고리에 넣을 것인지.
‘너의 생각은 존중하지만 나는 너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으며, 네가 그 이야기를 내게 하는 것도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이런 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것보다 더 좋고 재미난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라고 선을 긋자.
하지만, 듣고 싶은 건 듣고 듣기 싫은 말이 나올 땐 이런 자세를 취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성향이나 특정 종교에 대한 호불호를 뒤로하고 얘기하자.
“X는 종북세력이니까 안 돼.” “하나님이 동성애는 죄악이라고 하셨어.”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어도 대한민국에는 아~주 많다. 당신 곁을 지키는 아름다운 연인이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X알 친구와도 우정 지키려면 정치 종교 얘긴 알아서들 피한다더라. 보통 연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면, 대개 알아서 이야기를 자제하거나 참는다. 당신도 그간의 언행을 돌이켜보고 더욱 조심하자. 관심 없다면 이건 이거대로 좀 문제이긴 하지만, 최소한 이걸로 싸울 걱정은 덜었다.
내가 던진 표 하나가 나의 ‘먹고사니즘’을 결정한다는 걸 우리는 안다. 종교는 또 어떠한가. 모든 종교가 설파하는 바는 비슷하다.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것. 이것을 현실과 버무려 각자 입맛에 맞게 어지럽혀 놓은 게 지금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종교의 모습이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는 사람이 어떻게 X당을 지지할 수가 있나?’ ‘네 생각은 없고 부모님이 X는 빨갱이라고 말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냐?’ ‘넌 X가 고향이니 전부 X 찍었겠네. 그 동네는 답 없어.’ 종교로 바꿔볼까? ‘X독들 다 쓰레기야. 돈으로 사고팔고 왕도 아닌데 권력 세습하고.’ ‘X종 지하에 고문실 있다며? 조폭이랑 다를 게 뭐람.’
이런 말은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종교와 정치는 시대와 철학과 경제 등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 망라된 것이지만, 우리가 불쾌해 하고 틀어지는 이유는 ‘감정’ 때문이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면, 선거 패배를 슬퍼하는 이의 말을 끝까지 듣고 위로하자. 그 사람의 논리를 추궁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화내지도 말고) 들어보아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하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 분노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의 감정의 근원을 차분히 들어주어야 한다. 종교는 더욱 간단하다. 상대가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해도, 상대의 신심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받아들이는 만큼, 상대의 강요를 거부할 권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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