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나면 ‘마음은 있는데’ 잘 표현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고마운데, 미안한데, 위로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 결국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 주위엔 그런 순간 빛을 발하는 타고난 ‘다정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얻어온 소소한 팁들, 상황별로 정리해보았다.


감사 : 선물 받고서 인사를 더 잘하는 방법이 있나요?

선물을 받는 순간엔 누구나 고맙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는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잊기가 쉽다. 하지만 선물의 진짜 가치는 받는 순간보다 그 선물이 쓰이는 순간에 있지 않을까? 감사 인사가 빛을 발하는 것도 바로 그때다. 선물의 쓰임새에 따라 ‘후기’의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이다.

 

먹을 것을 선물 받았다면 깨끗이 먹어치운 인증 샷과 함께 “진짜 맛있게 먹었어”, 소품을 선물 받았다면 방 한구석에 비치해둔 사진과 함께 “내 방에 딱 어울려!” 책을 선물 받았다면 인상 깊은 페이지와 함께 “요즘 정말 필요했던 책이야” 하고 사용 후기를 전하는 것이다. 선물을 주고서 잊어버린 며칠 후에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면, 누구라도 선물한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안부 : 친구들한테 먼저 연락을 못 하는 성격이에요.

주소록에 있는 친구들의 안부가 가끔 궁금하긴 한데, 연락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갑자기 연락하는 것이 이상하진 않을지 걱정만 하다가 아무것도 안 하게 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언제부턴가 스스로를 ‘나는 성격 상 먼저 연락 못 하는 사람’으로 규정해버리는 게 편해지기도 한다.

 

‘안부 다정이’가 알려준 팁은 간단하다. 친구를 떠올리게 하는 것을 보았을 때 문득문득 연락하라는 것이다. 같이 온 적 있는 카페에 왔을 때 여긴 뭐가 바뀌었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거나, 친구가 좋아하는 영화의 재개봉 소식을 전하거나, 방 청소를 하다 추억이 담긴 낙서 등을 발견했을 때 “이런 것도 남아 있네” 하고 문득 연락하는 것이다.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는 말은 별것 아닌데도 반갑기 마련이다.

 

 

사과 : 친구에게 상처를 줬는데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누군가에게 실수했거나 상처 주었다는 것을 깨달으면 마음이 초조해진다. 빨리 사과하고, 상대가 마음을 풀어서, 이 상황이 어서 정리되었으면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둘러 사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상대는 아직 그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 상태가 아니라면?

 

일방적으로 사과해 놓고선, 이 관계가 회복되지 못한 것은 사과를 받아주지 않은 상대의 탓이라고 여긴 적은 없는지. 여기서 기억할 것. 미안하다는 말은 사과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사과를 했다고 화해의 키를 상대에게 넘겨버리는 게 아니라, 그런 후엔 상대의 마음이 지금 어떤지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다.

 

나의 말과 행동이 왜 상처가 되었고, 얼마나 상처가 되었으며, 그래서 지금 마음은 어떤지 들음으로써 상대에게 화낼 시간을, 그것을 내게 표현할 시간을, 그리고 그로부터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그 다음에 가능한 일이란 걸 잊지 말길.

 

 

충고 : 마음 상할까봐 친구한테 충고를 못 하겠어요.

친구의 말과 행동이 경솔한 것일 때, 반복되는 실수가 있을 때, 이런 부분을 고치면 더 좋을 것 같아 잘 전달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하는 것이 현명할지 어렵기만 하다. 우선은 비난과 비판을 구분하자. 대안 없이 감정만 드러낸다면 비난이고,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고 있고, 대안을 함께 얘기해줄 수 있다면 비판이다.

 

만일 내 충고가 친구의 의욕만 상실시켰다면, 그것은 비난에 그친 실패한 충고다. 충고란 것은 그 사람을 생각해서, 더 좋은 결과를 위해서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설득의 기술』에서 말하는 좋은 충고는 상대의 마음속에 ‘비난 받았다’는 느낌이 아닌‘위로 받았다’는 느낌이 남도록 하는 것이다.

 

칭찬→충고→격려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말하라는 팁도 덧붙인다. 친구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장점을 인정하되, “그런데” “단지”와 같은 단서를 달아 조언한다면, ‘지적질’이 아닌 진지한 충고와 격려로 여겨질 것이다.

 

 

칭찬 : 들을 땐 좋은데 하는 건 잘 안 돼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선배가 바뀐 헤어스타일을 알아보고 “머리 잘 어울리네” 하거나 수업 마치고 나가던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오늘 옷 예쁘다” 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쉬운 사람….) 사소한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면, 그런 말을 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겠다. 뭐 힘든 일이라고.

 

‘칭찬 다정이’가 알려준 팁은 간단하다. 칭찬은 생각날 때 바로바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누군가 오늘 예뻐 보이면, 바로 말하되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게 더 와 닿는다. “원피스 색깔 잘 어울리네.” “바꾼 머리가 더 좋아 보인다.”

 

외적인 칭찬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팀플 할 때 늘 성실하게 약속 시간을 지키는 친구가 있다면 “OO이는 늘 일찍 오네.”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어제 정리해서 준 거 요점만 딱 뽑아서 좋더라.” 그저 피드백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기분을 북돋을 수 있다.

 

 

위로 : 저는 그냥… 위로부적격자예요.

위로는 잘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해선 안 되는 걸 피하기만 해도 중간은 간다. 안 괜찮은 거 뻔히 알면서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하는 말. “남들도 다 그래” “너만 힘든 거 아니니까” 일반화하는 위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야” “이제 잊어버려. 앞으로 나가야지” 하는 상투적인 격려. 이런 말은 지금 힘든 사람을 더 외롭게 할 뿐이다.

 

그러니 해결책을 찾아주어야 한다거나 정확하게 위로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떨쳐버리고 그저 친구가 원하는 방식으로 함께 있어주는 것이 낫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위로가 필요한 순간 그저 나를 지지하고 염려하는 누군가가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지 않았던가. 끝으로 인터넷을 떠도는 귀여운 위로의 기술 첨부.

 

1. 이불을 깐다.
2. 기분이 울적한 사람을 그 위에 내려놓는다.
3. 이불로 그 사람을 김밥처럼 말아준다.
4. 울적한 김밥을 소파, 침대 또는 편한 곳에 놓는다.
5. 김밥을 꼬옥 안아준다.
6. 김밥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를 튼다.
7. 김밥한테 맛있는 걸 먹여준다.
8. 김밥에게 수분이 충분한지 확인한다(눈물은 김밥을 탈수시킬 수도 있다).
9. 기분 좋은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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