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난 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알바 구하기’였다. 딱히 할 일도 없고, 대학 가기 전에 예쁜 옷도 사고 싶었고, 그 무엇보다 수험생에겐 알바 로망이 있었으니…
하지만 한 번 알바의 늪에 빠진 이상, 나는 그곳에서 절대 헤어나올 수 없었다! 이젠 나에게 알바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이 됐기 때문이다. 처음엔 큰돈으로 느껴졌던 한 달 월급이 지금은 빠듯한 생활비가 되어 버렸다.
나와 같이 학기 중에도 알바를 그만두지 못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때? 알바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니?
알바몬에게 꽃놀이는 사치다. 이미 벚꽃은 다 지고, 철쭉이 예쁘게 폈다는데 나는 그 흔한 꽃놀이 한 번을 못 갔다. 공강날 부지런히 놀러 다니면 되지 않냐고? 이 사람아! 공강일 땐 풀로 알바해!
하루종일 학교와 알바 장소를 오가며 정신없이 움직였는데, 정작 내 주변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외로움이 몰려온다. 알바가 끝난 후 동기 카톡방을 보면, 세상 재밌는 일은 다 나빼고 일어나는 것 같아 허전하다.
외로워도 술 마실 시간이 없다. 사실 학교 수업과 알바를 병행한 날이면 집에 가자마자 뻗기 때문에 술자리에 참여할 체력도 안 된다.
알바 때문에 자꾸 모임 빠지는 게 서운하다고 친구들이 투덜대길래, 큰맘 먹고 알바 끝나고라도 꼭 가겠다고 약속했다. 힘들게 일을 마친 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나 기다려준다던 친구들 어디 있니? 왜 다 만취 상태니? 이렇게 나는 오늘도 쓸쓸함을 가득 안고 집에 들어간다.
경험자의 TIP! 외로운 게 싫다면 이런 꿀알바들을 찾아볼 것
노는 것을 좋아하는 S양은 ‘주말 오전 알바가 최고 꿀’이라며 강력 추천했다. 평일엔 학교에 집중할 수 있고, 주말엔 알바를 끝내고 놀 수 있으니까.
하지만 주말 오전 알바생에겐 다음 3가지가 꼭 필요하다. 주말 늦잠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용기, 불금을 보내고도 다음 날 일어날 수 있는 쌩간, 그러고도 알바가 끝나면 또다시 놀러 갈 수 있는 강철 체력!
알바도, 학교 생활도 둘 다 잘하려고 하다 보니 내 몸이 경고를 보내기 시작한다. 피부가 뒤집히고, 생리통이 심해지는 등. 제대로 쉬지 않고, 식사도 알바 쉬는 시간에 편의점에서 대충 때운 결과다.
가장 힘든 건 수면 부족으로 인한 만성 피로. 폭탄 과제 때문에 피로가 폭발한 날, 점장님의 눈을 피해 화장실 양변기 위에서 쪽잠을 잔 적도 있다. 잠 깨려고 카페인을 왕창 섭취했는데, 후회만 가득했다. 피곤함->카페인 섭취->잠이 안 옴->피곤함…의 굴레를 학기 내내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
‘알바병’ 때문에 마음에 스크레치가 생기기도 한다. 신경 써서 화장하고 나왔는데 “오늘도 피곤하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만성피로로 무릎까지 내려온 내 다크써클은 이제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나 보다.
내 몸을 치료하는 방법은 약도, 병원도 아닌 ‘알바 끊기’라는 것을 내가 가장 잘 안다. 하지만 몸아..기말고사까지만 참아줘..다음엔 방학 때 미리 돈 모아둘게..
경험자의 TIP! 최고로 바쁜 시기를 생각해 알바 스케줄을 짜라
학기 초에는 과제도 없고, 수업도 널널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알바 더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시험기간엔 알바 안하는 애들도 정신없이 바쁘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난 학교에서도 나쁜X, 알바에서도 나쁜X이다. 우선 학교에서는 팀플, 보강 등 알바 때문에 빠져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왜 항상 팀플 모임은 알바 시간과 겹치는 걸까?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내가 봐도 나는 무임승차 요주의 인물이다.
성적과 직결된 중요한 일일 경우엔 알바를 빼야 한다. 하지만 학기 중엔 성적과 직결된 중요한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럴 때마다 점장님과 동료 스탭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성적 관련 스트레스는 시험 기간에 폭발한다. 시험기간이라고 가게가 문을 닫거나, 손님이 적게 오는 게 아니기 때문. 스탭들과 시험 기간이 겹칠 경우, 시험 전날에도 알바를 해야한다. 이렇게 간절하게 시험공부 하고 싶은 날이 올 줄이야…
경험자의 TIP! 알바몬끼리 서로 돕고 사는 건 필수
주4일 알바를 하는 L양은 동료들과 시험 일정을 미리 공유하고, 여건이 된다면 대타도 뛰어준다. 그래야 중요한 학교 일이 생겼을 때 부담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니까!
L양은 ‘휴학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휴학생만큼 든든한 대타 동료는 없다. 그들에겐 폭탄 과제도, 시험 기간도 없기 때문! 든든한 휴학생 한 명만 잘 알아놔도 ‘학교 생활과 알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학기 중 알바몬들에겐 ‘알바 하니까 괜찮은 작은 사치’들이 많다. 새 옷 사도 괜찮아, 좀 비싼 거 먹어도 괜찮아! 왜? 남들 놀 때 나는 알바했으니까!
그러다보니 돈 쓰는 즐거움에 푹 빠져 씀씀이가 끝도 없이 커진다. 나중에는 사치 부린 거 없이 평범하게 살았는데도, 잔고가 부족한 상황이 온다. 남들보다 생활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우선 알바 장소까지 왔다 갔다 하는 차비! 난 세상에서 후불교통카드 결제 대금일이 가장 무섭다. 하루종일 밖에 나와 있으니 식비도 두 배로 든다. 게다가 쥐꼬리만한 월급에서 매달 보험료까지 떼어가니 내 통장은 텅-장일 수밖에. 나 분명 이번 달 대타도 많이 뛰고, 돈도 아껴 썼는데 왜 월말이면 항상 가난하지?
경험자의 TIP! 내 힘으로 안 될 땐 남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알바하느라 커진 씀씀이를 감당할 수 없었던 O양. 방학 때 여행 갈 비행기 표는 사놨지만 더이상 돈이 모이지 않았다. 알바비를 받자마자 여행비를 빼놔도 월말에 가난해지면 그 돈을 썼기 때문이다.
O양은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해, 여행비 통장을 아예 맡겨버렸다. 그 결과 반강제적으로 여행비를 다 모을 수 있었다. 물론 비상금 통장을 자기 스스로 잘 관리하는 게 가장 좋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돈이 잘 모이지 않는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몸 상하고, 외롭고, 학업에도 방해가 되는데 왜 알바를 하냐고? 그렇게 돈이 필요하냐고? 사실 내가 학기 중에도 알바를 하는 건 돈 때문만은 아니다. 학기 중 알바몬들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남는 생활비 5, 10만원씩 모아 방학에 여행을 떠날 때의 기쁨, 시험 끝난 후 내가 번 돈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을 덕질할 때의 뿌듯함, 풀강에 마감 알바까지 알차게 뛰고난 후 집에 와서 간단히 마시는 맥주 한 캔의 행복 등.
학기 중에 알바를 했기에 얻게 된 좋은 습관도 많다. 우선 수업과 알바 사이에 팀플과 개인 약속들을 끼워넣는 훈련을 하다 보니 꼼꼼히 스케줄을 관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또 교수님의 ‘마지막 한 마디’가 길어질 때마다 알바 5-10분 늦을까봐 덜덜 떨었기에,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위에서 성적 이야기를 했지만, 학기 말에 생각해보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분명 알바 때문에 팀플도 자주 빠지고, 절대적인 공부량이 줄어든 것은 맞다. 하지만 알바를 안 했다고 해서 내가 그 시간에 공부를 했을지는 의문이다. 성적도 잃고, 다 잃는 것보단 알바라도 건진 게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3년 알바 인생, 이번 학기도 바쁘게 몸을 굴리는 나에게 묻는다. 다음 학기에도 알바 할거니? 응! 당연하지!
illustrator liz
editor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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