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자친구는 나에게 ‘냉혈한’이라고 했다. 나는 믿기지 않아서 되물었다. “내가 왜?” 그러자 남친이 말했다. “우리는 내일부터 다음 주까지 얼굴도 못 보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아? 너는 나를 좋아하긴해?”

 

물론 내가 남친에게 아무 말도 안 하면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나는 어릴 때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 물건과 얽힌 추억을 3~4일간 떠올렸다. 아까운 마음도 있었겠지만, 물건에 깊이 정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빠가 찍어주신 어렸을 적 내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 중학교 때 수첩에 넣어 두었다가 잃어버렸다. 그땐 너무 속상해서 며칠간 잠이 안 왔다.

 

엄마가 오렌지 향 비누를 사다 놓으시면, 나도 모르게 그 미끄덩한(?) 느낌과 향기에 홀려서, 사라지면 어쩌나 생각하고 “넌 참 예쁘다”라며 말도 걸곤 했다.

 

집 앞 공원에는 크게 쭉쭉 뻗어 자란 나무들이 많다. 그 사이에 잎이 너무나도 여린, 어린 나무가 홀로 서 있다. 묘목에서 자란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넌 이제 내 나무다”라며 이름도 붙여주고, “적응은 잘 되어가니?”라며 말을 붙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도 너무 너무 아쉬워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땐 옆자리 짝꿍이 수업 시간에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 아직 애들한텐 말 못 했는데, 다음 달부터 1년 간 미국에 있을 거야.”

 

수업 시간인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주먹을 입에 넣어서 울음을 참아보려고도 했지만, 참을수록 더 크게 터져나오는 게 울음인 것 같다. 나중에는 숨을 참고 눈물을 줄줄 흘리다가, 더 참을 수 없어서 고개를 박고 울다가 책상을 콧물 바다로 만들어버렸다.

 

친구도 당황했다. 좋은 사이이긴 했지만 단짝 친구도 아니었는데. 게다가 1년 뒤에 돌아온다는데(정작 돌아온 뒤엔 다른 반이 되어서 데면데면하게 지냈다). 그뿐만 아니다. 가게 점원 언니가 친절하면 일부러 다시 가서 알은체를 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내게 잘해주는 사람 가운데는 진심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예를 들면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모두 친절한 사람이 있다.

 

또는 자신의 생기발랄함과 사회성을 강조하기 위해, 친한 척을 하며 주변인을 들러리 삼으려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나를 쉽게 떠나곤 했다. 나중엔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러다 보니 ‘덜 좋아하는 연습’, 그리고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연습’을 하느라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아쉬워서 붙잡아도 봤지만, 나의 관심과 애정이 너무 크고 무거우면 상대는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어른이 될수록 ‘네가 좋다’는 말과 ‘상냥한 태도’의 홍수 속에서 진짜를 가려내는 법을 배워야 했다. 슬픈 일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을 향하던 애정을 줄여나가고, 누군가 나를 떠나가더라도 무심하게, 붙잡지 않는 일에 익숙해지려고 했다.

 

이제는 물건을 잃어버려도 더 생각하지 않고, 애초에 물건을 사들이지도 않으며, 정을 붙이지 않는다. 그냥 물건은 이 자리에 있던 것이고,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야, 라면서.

 

냉혈한으로 보였던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울며불며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가려면 날 차라리 밟고 가라고 한다면 (물론 남자친구는 이런 내 모습을 원할 수도 있겠지만) 가면서 얼마나 속상하겠어?

 

그리고 네가 날 이해해준다면, 이젠 더 좋아질 거야. 난 ‘사랑이 심해지면 생기는 고통’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Freelancer_정이랑 appendantbhdi@gmail.com

Illustrator_전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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